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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공연

인생의 푸른 봄, 그리하여 청춘

뮤지컬 오디션

■ 기간 : 2월 5일(토) ~ 3월 27일(일)
■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02-762-0010)

필자는 은근 잘 운다. 슬퍼서 우는 건 백 개 중 하나 정도이고, 아마도 나름 홀로 세팅해 놓은 감동의 코드들이 지뢰처럼 심장과 뇌 속에 깔려 있어서일 게다. 그래서 다양한 포인트에서 이색적인 울음쇼(?) 펼치곤 한다. <반지의 제왕 3>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환희 때문에 마지막 한 시간을 내내 울어 대고, <너는 내 운명>에서는 황정민과 전도연의 첫 등장부터 그들의 존재감에 감사하여 주르륵 눈물을 흘려보내고, 얼마 전엔 그저 덤덤한 드라마를 보던 중 숨소리도 안 내고 울고 있던 모습을 아내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리고 난 또 뮤지컬 <오디션>에서 옆 사람들 모르게 스르르 울고 말았다. 뮤지컬 <오디션>(극본, 연출, 작사, 작곡 : 박용전)은 굉음과도 같은 음향에 적당히 록 콘서트 스타일의 음악 몇 개로 극을 도배해 버릴 것 같은 안 좋은 선입관이 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극본상(혹은 각본상)이나 관객상이 작품상보다 더 크게 어필한다는 경험치 이론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제 13회 한국 뮤지컬 대상 극본상에 빛나는 <오디션>은 ‘무대 위의 무대’가 가진 거리감을 유유히 뛰어 넘는 일상성이 두드러지는 극이다. 신세대에 맞는 속도감 있는 대사와 타이밍과 센스는 극본상 수상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풋풋하고 순수하다. 잔재미가 넘치고 유쾌하다. 당연히 음악은 뛰어나고 처음엔 고막을 불편하게 했던 드럼까지도 나중엔 사랑스럽다. 보컬의 수준 또한 잔잔한 배경 음악에서도 전혀 무리가 없도록 넉넉하다. 음악 때문에 가출한 멤버들의 이야기인데도 하나 같이 정서가 따뜻하다(그래서 8세 이상 등급이다).
무엇보다 <오디션>은 젊은 날을 회상하게 하는 이상한 마력이 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 곧 그들이 말하는 꿈을 향해 지하 연습실에서 도란도란 살아가는 인디밴드 ‘복스팝’의 청춘5명은 이미 자신들의 꿈 때문에 가족을 등진 지 오래이다. 더 이상 월세를 제할 보증금도 남아 있지 않은 열악한 상황, 중요한 오디션을 앞두고 그만둔 보컬을 찾아야 하는 절박 모드, 원인은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는 퍼스트 기타 찬희와 무대 공포증으로 뛰어난 보컬 능력을 잠재우고 있는 세컨 기타 병태, 순수한 사랑의 몸살에 걸려 버린 게이 드러머 다복이, 밴드 살림과 오디션 스케줄을 챙기느라 동분서주하는 해맑은 초롱이, 화끈하고 아무 생각 없어 보여도 누구보다 깊은 정을 소유한 리더 준철, 여기에 밴드의 보컬로 들어와 평생 처음 가족의 사랑을 느끼는 선아까지. 이 안에는 10년 전, 혹은 20년 전의 나와 독자의 새내기 같은 감성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답이 아직 손에 쥐어지지 않았어도 그저 순수함으로 만나고 모이고 달려갔던, 단 한 때라도 젊음을 불살라봤던 그 시절의 사진들이 배우를 통해 투영된다. 그래서 필자는 울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
운 계절의 향연이 펼쳐지는 봄의 시작, 3월. 두꺼운 외투는 집에 두고 젊음이 꿈틀거리는 현장으로 가벼운 봄나들이 떠나보자. 부디 조선 시대 선비처럼 점잔빼고 앉아 있지는 않길 바랄 뿐이다. 그 곳은 당신의 젊음 지수를 재는 ‘오디션’이 예약된 곳이다.
박주철(전천후 문화반응자)



연극 art

여자들은 모르는, 친구가 부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뛰쳐나갈 정도로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남자들의 우정 이야기. 2004년 초연 이후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지는 art는 이색적으로 중견배우와 신진배우의 두 그룹으로 나뉘어 공연하고 있다. 단출한 무대 위 배우들의 흡입력있는 연기가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 기간 : 2010년 12월 23일(목) ~2011년 3월 31일(목)
■ 장소 : 대학로 예술마당 3관



연극 디너

결혼 12년 차 부부인 케이브와 카렌, 탐과 베스 커플은 오랜 친구다. 그러나 어느 날, 팀과 베스가 파경에 이르면서 케이브와 카렌은 자신들의 생활을 반추해본다. 우리의 결혼은 진정, 안녕한 걸까? 이 작품으로 2000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원작자 도널드 마글리즈는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결혼에 대한 냉정한 단상과 인생의 무게를 잔인한 유머로 풀어낸다.

■ 기간 : 3월 4일(금) ~ 4월 3일(일)

■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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