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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뉴스 따라잡기

종편, 너 도대체 뭐니?

뉴스에서 ‘종편’이라는 용어를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무슨 떡의 한 종류인
듯한 종편이 무엇이기에 계속 뉴스에 등장하는 것일까요?

현재 뉴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모두 방영하는다른 말로 하면 ‘종합 편성’하는 곳은 MBC, KBS, SBS 세 곳, 그러니까 지상파 방송사뿐입니다.
 지상파 방송사만 이러한 편성을 할 수 있도록 법에 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껏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에서는 종합 편성을 할 수 없었습니다. 쉽게, 케이블은 뉴스만 24시간 틀어주는 채널, 드라마만 방영하는 채널, 스포츠만 지겹도록 방영하는 채널 등 종합 편성이 아닌 단일 편성 채널만 허가합니다. 그런데 재작년 국회에서 ‘미디어관련법’이라는 것을 통과하면서, 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케이블에서도 종합편성을 하는 채널을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그게 바로‘ 종편’ 종합편성채널의 줄임말입니다.

얼마 전 정부가 종편사업 허가를 내줬는데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컨소시엄 이렇게 4곳
이 종편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좀 더 이해를 돕자면, 올해 말부터는 방송국이 기존의 3개에서 7개로 늘어난다고 생각하세요. 방송사의 수익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원천은 광고비입니다. 대개 기업이 내는 광고비로 살림을 꾸리는데요. 그런데 방송사가 늘어난다고 해서, 사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기업들이 광고비를 대폭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왜냐구요? 기업의 자금이라는 파이(pie)는 한정적이니까요. 그러니 방송사 3곳이 나눠먹던 기업들의 광고비를 이제는 7개 방송사가 나눠야 하는 거죠. 그야말로 살벌한 경쟁이 펼쳐질 겁니다.

광고를 따내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기업들은 아무데나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겠죠. 기
업의 이윤은 기업의 존속과 그대로 직결하니까요. 시청률이 높고, 돈을 많이 쓰는 계층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몰아줍니다. 시청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광고를 더 끌어오기 위해, 방송사는 더욱더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방송사들이 생존을 위해 광고에 더 매달린다면, 아무래도 광고주의 입김이 방송을 좌우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생기는 것이지요. 만약 광고를 주는 재벌 기업과 힘 센 집단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려 한다면 아무래도 쉽지 않겠죠.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은 당장 늘어날 테지만, 좋은 프로그램도 같이 늘어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종편 신설을 통해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시청자들의 이익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종이 신문이 몰락하는 상황에서 종편 사업권을 따내 방송에 진출하게 된 거대 신문사들은, 현 정부가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을 잡은 심정일 겁니다. 방송사의 형편이 신문사보다는 훨씬 나은편이니까요. 하지만 종편이 거대 신문사에만큼, 일반 시청자에게도 이익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현용|커다란 머리만큼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고 알리고 싶은 MBC 기자. 사실 부지런하기보다는 게으르고 한곳에 머무르기 보다는 여러 나라를 개 마냥 싸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오직 맛있는 연유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하는, 크리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