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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어른이 된다는 것

거룩한 뒷담화 6ㅣ공동경비구역 JSA


거룩한 뒷담화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 시점에 웬 생뚱맞은 오래된 영화 이야기일까. 얼마 전 결혼을 한 동생과의 대화에서, 엉뚱하지만 이 영화 제목이 마음속에 깊숙이 꽂혔다.


청년부와 선교회, 그 중간에 선 우리

청년부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A집사. 사실 그녀에겐 ‘집사’라는 호칭이 아직 어색하기만 하다. 연애한다고 청년부 생활을 소홀히 하는 애들을 워낙 많이 봤고, 사귀다가 헤어지고서 심지어 교회를 떠나는 모습까지 목격한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난 저들과는 다르게 살아야지!’ 누가 시키지도 않은 책임감을 가지고, 결혼하는 전날까지 이를 악물며 연애와 청년부, 주일학교 교사 생활 모두 최선을 다했다. 청년부 활동을 워낙 오래 했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서 얼마동안은 청년부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그런데 몸이 기억하는 것은 참으로 놀라웠다. 자신도 모르게 눈길과 마음은 이미 청년부를 향하고 있었다. ‘청년부에서 성경공부 시작하는구나, 어딜 놀러가네, 이런 행사가 있구나. 바로 얼마 전까지 나도 저들과 함께 했었는데.’

그녀는 어느새 ‘집사’로 선교회의 애타는 러브콜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 선교회라…. 회원이긴 하지만 갈 때마다 너무 어색한 느낌에, 언니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여선교회 집사님들. 그분들이 그녀를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예배가 끝나면 붙잡힐까봐 뒤도 안 돌아보고 잽싸게 튀는 것이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렸다.


‘Joint Security Area’가 필요하다

결혼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바로 선교회에 들어가서 20대에 집사가 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나이 마흔이 다 되도 신분상(!) 청년인 기형적인 상태를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바라본다. 사실 나이가 많아지면 청년부에 있어도 동생들과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일찍 결혼해서 어정쩡한 상태의 젊은 집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에 처하는 것이다.

비무장 지대 DMZ, 그 곳은 너무나 평화롭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고, 희귀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서식하는 곳. 이 지역이 가지는 의미는 확실하고, 명료하다. 충돌을 방지하고, 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보호하는 구역인 것이다. 선교회와 청년부가 남북처럼 대치하는 상태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신경전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청년활동을 열심히 했다가, 결혼하면 꽁지 빠지게 도망칠 수밖에 없는 청년집사들도 그렇지만, 큰 기둥으로 교회의 한 축을 담당해야하는 선교회의 임원들도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이런 선교회와 청년부 사이, 그 중간을 이어주는 ‘비무장지대’는 없을까. 일찍 결혼한 집사들과 늦도록 결혼 안 한 청년들을 공동으로 보호해주고, 양육하며 교회의 구석구석을 담당하는 큰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곳, DMZ 같은 청정부서(!)는 과연 없을까. 엉뚱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두서없는 이야기의 끝. 일찍 결혼한 젊은 집사들의 심정을 담아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개사해서 불러보며 이 글을 마쳐볼까 한다. “결혼해서 부름 받고, 선교회로 가아아느은~ 나알~, 목사님께 큰 절하고 청년부를 나서어~얼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선교회의 집사님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아아!~~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


배성분4년 동안 청년부 임원생활을 하며 몸살을 앓았는데, 정신차려보니 또 리더를 하고 있다. 이런 몹쓸 권력에의 욕구란… 요즘은 허구헌날 야근 하면서도 사는 것이 즐겁다고 가슴 속에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