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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영화 속 현실과 만나다

희생을 통해 피어나는 성숙

<라푼첼>

감독: 네이든 그레노 , 바이론 하워드
출연: 맨디 무어, 제커리 레비, 도나 머피, 론 펄먼

 

그림형제의 동화 <라푼첼 Rapunzel>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3D의 첨단 기술은 독자의 상상에만 존재하던 아름다운 금발 머리에 신비로운 생동감을 불어 넣어준다. 마법의 노래에 맞춰 환상적인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머릿결, 그리고 수천 개의 등불이 반사되어 만들어 내는 몽환적인 이미지는 디지털 기술의 매력을 실감하게 한다.

원작이 동화인 만큼 <라푼첼>의 주제는 선명하고 동시에 확실히 교훈적이다. 일종의 ‘성장 이야기’인 이 영화는 라푼첼이 겪는 모험을 통해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성공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라푼첼의 도전 정신과 모험심! 하지만 주변 인물(도둑이었던 유진, 경비마 맥시머스, 카멜레온 파스칼)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의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성장을 방해하는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라푼첼의 엄마이다. 엄마는 딸에게 성 밖에는 온통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하며 딸이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철저하게 가로막는다.

물론 그녀는 라푼첼의 친엄마가 아니라 마녀였다. 마녀는 라푼첼의 머리털이 젊음을 되돌려주는 마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왕궁에서 유괴해 성탑에 가두었던 것이다. 18년 동안 갇혀 지내면서 라푼첼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가다 결국 세상으로 나가 공주라는 원래의 신분을 회복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라푼첼이 성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원래의 신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결별해야 하는 가짜 엄마를 라푼첼의 분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자신의 행복과 안위만 생각하게 하는 자기 자신, 내 안의 이기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라푼첼은 신비한 마술적 힘을 만들어내는 금발 머리를 결국 포기하고 만다. 아름다운 금발이 잘려 나가자 마녀는 추악한 늙은이로 변했다가 한 줌의 먼지로 사라진다. 라푼첼은 금발머리가 잘려나가면 마력이 사라질 거라고 믿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포기한 그 희생의 자리에서 만들어진 눈물 방울은 유진의 상처를 치료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라푼첼이 보여준 희생과 성장! 이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행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자아가 타인을 위해 나를 버릴 수 있는 책임 의식을 지닌 주체로 변화되는 것이 성숙임을 깨닫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서 성장을 이룬 것이 라푼첼만 아니라는 점이다. 소녀의 성장에 함께했던 주변 인물까지 성장의 대열에 합세한다. 흉악하고 욕심 사납던 사내들도 그녀의 순수함에 감염되어 잃었던 꿈을 되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푼첼의 꿈과 소망을 공유했던 관객들 역시 ‘나에게 꿈이 있었던가’를 되묻게 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감독: 추창민
출연: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천만 네티즌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던 강풀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노년의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여타의 로맨스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우유 배달부인 김만석(이순재 분)과 파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송씨 할머니(윤소정 분), 주차장 관리인 장군봉(송재호 분)과 치매에 걸린 아내(김수미 분)의 이야기는 사랑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만추>

감독: 김태용
출연: 현빈, 탕웨이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은 한미 합작영화이다. 남편을 살해하고 7년 간 감옥살이를 한 애나(탕웨이 분)가 특별 휴가를 나왔다가 남자 주인공 훈(현빈 분)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영화 <,>를 통해 농염한 연기를 보여줬던 탕웨이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현빈의 다른 모습과 매력이 돋보인다.



 

<오슬로의 이상한 밤>

감독: 벤트 해머
출연: 바드 오베, 에스펜 스콘베르그, 기타 노비
 

40년 동안 똑같은 시간, 똑같은 노선의 기차만 운전하던 호텐이 은퇴를 맞아 겪게 되는 우여곡절을 그린 블랙 코미디이다. 한국 관객에게는 낯선 노르웨이 영화라 영화를 볼 수 있는 개봉관이 적어 아쉽지만 살짝 발품을 팔면 의외로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정재림(
2010년 기독교영화제 영화비평 우수상 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