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의 <옥탑라됴> EP 앨범

지난 가을, 뭔가 재미있는 일 없을까하며 홍
대 길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였다. 한쪽 구석에서 두 명의 젊은 처자가 주섬주섬 노래할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한 사람은 건반을 치고, 한 사람은 멜로디언을 불며 시작한 노래는, 홍대의 클리세가 된 하늘하늘한 여성보컬의 평범한 느낌 이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래에 힘이 있었다. “다음 곡은 하드코어 인생아 입니다” 헉! 가냘픈 두처자가 힘없이 부르는 노래 제목이 ‘하드코어 인생아’라니. 내 스타일이야~! 나는 이들의 노래에 빨려 들어갔다.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 가는 뜬구름 같은
질퍽대는 땅바닥 지렁이 같은 걸’ 이런 가사를 어쩜 저렇게 심드렁한 표정으로 미니멀한 건반과 멜로디언으로 불러댈 수 있을까. 그렇게 노래를 끝내고 정말 평범하게 악기를 메고 지나가는 행인과 같이 집으로 가 버린 그녀들.
수수하게만 보이던 첫 만남과는 달리 공중파에서 가끔 나오는 그녀들의 모습은 왠지 느낌이 새로웠다. 방송용 화장도 조금 한 것 같고, 큰 무대에서 노래하니 의외로 대중성도 있네? 그래도 ‘옥상달빛’의 매력은 쓸데없는 힘을 모두 뺀 듯한 소박한 자연스러움에 있다. 어떤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흔히 말하는 ‘홍대여신’이 아니라 그냥‘ 홍대여자’라고 웃으며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래 모두 여신이 될 필요는 없잖아. 그냥 홍대여자면 어때. 그냥 노래하는 그 모습 그대로면 어때.
드라마 O.S.T.를 비롯하여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옥상달빛’의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매력이 있다고들 한다. 그 누군가에게 마음에 위로를 주는 노래를 불러주는 인생.‘ 옥상달빛’의 노래에는 사랑이야기보다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샬랄라한 핑크빛의 철부지이야기는 아니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삶의 자리에 정확히 맞닿아 있는 지점에 있다. 이들의 노래가 가슴을 후벼 판다는 말을 괜히 듣는 게 아니겠지.
모두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세상이다. 아니 유명해짐을 강요당하는 세상이다. 자신의 인생을 투자한 그 종목에서 1등으로 유명해지지 않으면(2등도 안 된다)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은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을 하기도 전에 뇌리 속 깊숙이 박혀 버린다. 그런데 어쩌나, 이미 세상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포화상태가 아닌가. 변호사도 갈 곳이 없다고 하고 의사도 밥벌이를 고민한다는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에게 빨리 자신만의 무언가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부담은 엄청날 것 같다. 자기계발을 위한 건전한 노력은 중요하지만, 빨리 유명해지기 위한 과도한 욕망은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 위에서 자신의 모든
스케줄에 앞서 이겨내었던 3가지 유혹은 “유명해져라, 대단한 사람이 되라”는 충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돌을 떡으로 만들라는 유혹은 구질구질하게 일하지 말고 뭔가 대박을 터뜨려 부자가 되라는 말과 다르지 않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라는 말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너만의 명성을 만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 위에서 아무것도 아닌 자로 살아가기로 작정하셨다. 가장 낮은 곳 말구유에서 태어나셨고, 가장 수치스러운 나무에 매달려서 희생하셨다. 그의 제자들도 그 길을 따랐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세상살이가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자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성실하게 걸어갈 때 반짝이는 그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마치 <옥상달빛>의 노래처럼. 그녀들의 노래는 이시대 젊은이들의 한숨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옥상달빛>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인생의 아름다움이 증폭되는 것 같다. 마치 옥상 위에 앉아서 달빛에 미소 짓듯이.
나를 사로잡았던 노래‘ 하드코어 인생아’는 이렇게 마무리 된다.

그래도 인생은 반짝반짝 하는
저기 저 별님 같은 두근대는 내 심장
초인종 같은 걸, 인생아

이재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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