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제각기 자신만의 빛깔이 있기에 아름답다. 하지만 더 아름다운 것은 함께 하기 위해, 서로의 빛을 적절히 가감하며 조화를 이룰 때다. 마치 빨강과 파랑이 만나, 신비로운 보랏빛을 띠는 것처럼. 태초부터 서로 다른 울림 악기를 지닌 남자와 여자가 함께 노래를 부를 때도 그렇다. 서로의 장점을 오가며 이루는 하모니는 혼자일때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에 가 닿는다. 삶과 신앙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하나님과 하모니를 이루는 삶은 아름다운 빛이 되어 사방을 비춘다. 그렇게 다시 시작하겠노라고, 이제 혼자는 가지 않겠노라고 팀은 인터뷰 내내 고백했다.


내가 비춰 그들을 새롭게
5집 <New Beginnings>를 들고 돌아온 팀의 새로운 진가를 발견하게 된 것은 듀엣 무대에서였다.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 자신을 절제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무대에 녹아났다. 상대가 누구라도 절대 앞서지 않았다. “임정희, 호란, 린, 에즈나(Esna)… 요즘 듀엣 할 기회가 많이 있었어요. 듀엣을 하다 보면, 하나님이 모든 곳에 있다는 걸 느껴요. 연합을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일을 할 때는 제 자신이 상대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는 거죠. 제가 빛나려고 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맞춰가는게 우선이에요.” 노래의 스킬 이전에 전달되는 그의 진심이 주는 감동은 유별하다. 1집 <사랑합니다>로 자신을 처음 알리던 때도 그랬다. ‘언젠가 한 번쯤은 돌아봐주겠죠, 한없이 뒤에서 기다리면… 오늘도 차마 못한 가슴 속 한 마디. 그댈 사랑합니다’ 무대 위 수줍은 청년은 표정도, 목소리도 짝사랑에 빠진 남자 그 자체였다. 수줍음 속에 머금은 진심을 노래로 부른 힘일까? 그런 그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치유가 됐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제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제 머리로, 제 힘으로, 제 재능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제 마음이 일부러 이 음이 회복되는 음이라고 한다면 우습잖아요? 제가 찬양을 불러준 것도 아니고, 대중가요를 불렀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요.” 자신은 그저 도구임을 말하는 팀에게, 무대에서 보이지 않았던 지난 3년은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다.


나를 붙드시는 그 손길로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연예인’으로 사는, 직업이 곧 자아가 되는 연예인에게 공백기는 엄청난 무게로 다가왔다. “자아가 흔들리면, 삶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연예인들이 힘든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할 일 없어지면, 사는 이유가 없어져요. 가수 팀이 더 이상 가수가 아니라면, 팀은 누구일까? 그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무대와 멀어질수록 자신 안에 침잠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잘되면 행복한 거고, 안되면 슬픈 거예요. 그건 너무 악한 거라고 생각해요. 잘된다고 누가 약속해줘요? 노래를 잘한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세상의 1%도 안되는 사람들만 성공을 하는데, 그럼 나머지 99%의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은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1집 <사랑합니다>라는 앨범으로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경험한 후 그의 안에서는 끝없는 싸움이 일어났다. 일을 통해 자아를 성취하고, 성공을 경험하려는 세상과 다르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다. “여태까지 하나님을 믿었지만, 그 믿음 안에 가식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았죠. 믿음 안에 거짓이 있다는 것, 속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믿음을 이용하는 사람이, 정말 하나님과 함께하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이런 솔직한 고백으로 다시 주님 앞에 서기까지 그를 만지시는 손길이 잇따랐다. 세상은 이 시간을 ‘공백’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 때처럼 간절하게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한 적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그에게 떨어진 하늘의 비는 지난해 아프리카 봉사를 다녀온 후였다. 선한 일을 위해 힘썼던 그에게 A형 간염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원망스럽더라고요. 제가 아는 형이 A형 간염으로 돌아가신지 얼마 안됐을 때 저도 그 병에 걸린 거거든요. 저도 심한 케이스였고, 두려웠죠. A형 간염은 따로 치료약이 없고, 몸이 알아서 회복되어야 낫는 병이라고 하더라고요. 사람의 힘, 약의 힘, 아무 것도 의지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지나간 시간이 필름처럼 지나가더라고요. 그 때 깨달았죠. 인생은, 내 손에 아무 것도 달려있지 않다는 것을요.”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일로 마음을 쓰며, 오늘을 살면서도 내일을 걱정하며 힘들어 했던 시간이 얼마나 헛된 지 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주님 손에 맡겨 드리리. 나의 삶 주님께. 주님 손이 나의 삶 붙드네. 나 주의 것 영원히’ 이 찬양이 그저 입으로만 드리는 찬양이 아니라 삶의 고백으로, 진정 그렇게 살고 싶다는 열망으로 고백됐다.


날마다 날마다
그런 깨달음으로, 깨어 있는 마음으로 5집을 만들었다. 이제 깨달은 것을 몸으로 살아내야 할 순간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인간이기에, 자신 안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항상 다가와요. 유혹을 하고, 힘들게 괴롭히죠. 오랜만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제 내면에서 물어요. ‘너, 이번에 잘 안되면 어떡하니?’ 그 때는 솔직히 너무 두렵고 불안해요. 저는 계속 믿고 가고 싶은데, 하나님 한분만으로 만족한다고, 충분하다고 고백하지만 감정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서 힘든 거죠.” 그의 이 솔직한 고백 앞에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는 그래서 새벽마다 무릎을 꿇는다. ‘저는 하나님 밖에 없어요. 내 삶의 이유는 당신밖에 없어요’라고. 그것을 매순간 고백하려 애쓰며, 나아간다. “<사랑합니다>는 어차피 하나님이 주신 곡이에요. 그 생생한 경험을 잊을 수 없어요. 저란 사람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시고, 부르게 하셨죠. 제 앨범에 있는 다른 노래들은요? 다른 곡도 하나님이 주신 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아버지에게 순종하고,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뿐이에요.”
그런 오늘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다잡는다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동체다. ‘문미엔(문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기독교모임)’에서 찬양팀 인도자로 섬기고 있는 그에게 모임의 친구들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어준다. “얼마 전, 머리로는 깨닫고 있고, 말로는 고백하는데, 삶으로 살아내기 어려워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 때 그냥 친구들이 말없이 기도해주고, 말씀을 선포해줬어요. 그것만으로 회복이 되더라고요. 하나님은 정말 사람을 통해서 일하심을 느껴요.” 그리고 그가 가장 노력하는 관계, 그가 움직일 때면 항상 함께 하는 스텝들도 빼놓을 수 없다. “연예인들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팬이나 영향을 주는 사람도 많고,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나의 매니저나 스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저도 실수할 때가 있어요. 이 사람들을 힘들 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나도 모르게 할 때가 있죠. 단지 정말 사랑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힘들어도 새벽에 기도하러 가는 이유 중 하나에요.” 나 혼자는 할 수 없다는 고백이 가져다주는 자유함과 채워짐은 참으로 놀랍다.


그의 비전은 ‘오늘, 하나님과 함께’다. 그도 자신의 인생을 향해 가졌던 큰 꿈과 목표가 있었지만, 하나님 앞에 서서 그것을 내려놓으며 그가 갈망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 한 분임을 깨달았다. 그 분이 마음껏 사용하시는 도구가 된 이후에 하나님이 어떤 결과를 주시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그의 고백이, 아름답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놀랍도록 솔직하게 고백해준 그와 만남으로 분명 하나님은 또 다른 일을 이뤄 가실 것을 믿는다.
“돌아봤을 때,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오늘 저에게 이렇게 큰일을 맡겨주시는 분이 저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까, 저는 기대가 돼요.” 그가 새 마음으로, 새롭게 걷는 그 길 위에 하나님의 흔적만 남게 되길. 그것이 노래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길 바란다.
정미희 | 사진 탁영한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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