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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편집장의 편지

편집장의 편지

편지입니다. 기다림을 요구하는 편지이지요. 재빠른 문자보다 느리게 기다리고, 호흡을 간직하고 있는 편지 한 통이 그리운 날입니다. 당신께 써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내 편지를 기다려 주십시오. 당신이 아시듯 나는 편집장입니다. 영상 매체에서 그리는 편집장의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매사에 NG를 입에 달고 사는….
특정 상표의 한 종류 커피만 고집하, 심하면 그 커피의 온도와 내린 시간의 미묘한 차이까지 따지기도 하지요. 짐짓 까탈스러움을 무기로 하여 약간의 실수를 감지하면 자신의 입에서 불을 내뿜을 기회로 삼기도 합니다. 심하다 싶을 자기애와 자신만의 세계에 깊이 빠져 감정을 소모적으로 몰입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이 나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같다고 생각은 마세요. 나는 마음이 너무 약하니까요. 크게 웃으니까요. 망설이니까요. 삐쭉삐쭉이니까요. 수줍어하니까요.

그래요. 그런 성격에 문화 운동이란 단어는 내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선교를 들먹이고 싶지 않습니다. 소통 불가능한 용어를 사용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신에게 의사 앞에 앉아 그들의 언어를 듣는 환자의 느낌을 안겨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쉬운 언어, 우리말, 올바른 문장에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형식이 내용을 완화하기도 하니까요.

특집 주제는‘ 쉼’입니다. 일상에서 누리는 쉼. 당신에게 필요한 쉼이고, 내게도 필요한 쉼입니다. 확실히 삶은 쉼에 방점을 두어야 합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래야 숨을 쉴 수 있으니까요. 페이지를 넘기며 쉬어야 할 곳은 한없이 펴 놓고 쉬십시오. 다양한 페이지에 담은 쉼의 의미를 삶에 녹여 보십시오. 눈치 없이 당신의 시간과 일을 무시한다고 생각은 마세요. 당신에게 좋을 것입니다.

후불제 연극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를 연출한 원유진 씨가 새로운 객원기자로 함께합니다. 흥미로운 자신만의 글을 당신에게 보일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햇빛 아래 노니는 삶의 주인공은 임나은 씨입니다. 작년‘ 율면은대학’에서 만났습니다.
콩밭에 마음을 빼앗긴 나은 씨의 삶을 풀어낸 이야기에 반갑기를 바랍니다.

5월은 여름답지 않게 좀 따뜻하고, 6월은 봄답지 않게 살짝 덥기를.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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