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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뉴스 따라잡기

원전, 어디까지 가봤니??

쓰나미 후 일본은 일본 대지진 현장을 취재하고 있을 때 후쿠시마 원전의 플루토늄 누출 소식을 들었습니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로마신화 속 죽음의 신 ‘플루톤’ 플루토늄은 죽음의 신 플루톤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된 뉴스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습니다.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는 소식에, 그동안 동요하지 않았던 도쿄 시민들은 생수 사재기를 시작했지요. 전체 전력의 5분의 1을 원자력발전이 생산하고 있는 일본 곳곳은 어두컴컴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원전은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의 40퍼센트 정도를 원전에서 생산합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60퍼센트로 늘리겠다고 합니다. 일본과 달리 지금껏 우리나라에서는 대지진과 쓰나미는 없었고, 심각한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 역시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원전에도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월 영광 원전 5호기가 고장으로 멈춰 섰습니다. 9년 전 냉각수 공급 펌프 안에 실수로 빠뜨린 일자드라이버가 펌프 속을 긁고 다니다 모터 안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2년에는 울진 원전 4호기에서 냉각수가 유출되고 핵 연료봉이 노출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물론 한일 월드컵 열기에 묻혀 지나간 얘기입니다만. 원전이 처음 가동된 1978년 이래 우리나라에서 원전 고장 사고는 643건 일어났습니다. 정부는 고리에 이어 월성에서도, 당초 설정했던 원전의 수명 30년을 10년씩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전 신축에는 3조 원이 넘게 들어가지만 수명 연장에는 그 10분의 1만 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낡은 원전이 방사능 누출을 비롯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거라며, 환경단체들은 노후 원전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코 안전하지만 않은 종종 뉴스를 보신다면,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 근처의 바닷물과 농산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실제로 원전에서 2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을 취재하던 제옷에서도 기준치 미만이지만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그런데 멀쩡하게 가동 중인 우리나라 원전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게서도 보통이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는 걸 아십니까? 우리나라 월성 원전 인근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체내 농도를 검사해보니, 경주시내 주민들보다 25배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그곳의 주민 한분은, 근처에서 나는 농산물은 먹기도 싫다고 말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에서는 25만 명의 시민이 원자력발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어떤 기자는,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원전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며, 이제 후쿠시마라는 이름은 세계사에서 체르노빌과 같은 이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창 이런 뉴스가 나올 때, 우리나라의 한전 컨소시엄이 UAE 원전을 수주했다는 정부 발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을 맺을 당시, 우리 정부가 비공개로 UAE 측에 12조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한쪽에선 원전의 시대가 끝났다 하고, 다른 한 쪽에선 원전으로 외화벌이를 할 것이라 말합니다. 이렇게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확실한 건, 저는 개인적으로 원전 근처에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 뿐 입니다.

조현용|커다란 머리만큼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고 알리고 싶은 MBC 기자. 사실 부지런하기보다는 게으르고 한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여러 나라를 개 마냥 싸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오직 맛있는 연유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하는, 크리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