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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비뚤어질 테다

정녕 이것이 사치인가요

해마다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보다 몇 배씩 뛰었지만, 자율화됐기에 개입하지 않아야 할 문제였다. 대학 졸업장은 스펙의 기본이므로 감당해야할 몫이었다. 그리하여 등록금 천만 원 시대가 됐다. 여기에 전세 대란의 여파로 상승한 자취방전·월세에, 용돈까지 감당하려면 1년에 2천만 원은 족히 든단다. 보통의 가계에서 4년제 대학생 한 명을 졸업하는 일에는 대출 없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학자금 대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이 2만 5천여 명이나 되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2010년 2월 기준).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 20대가 홀로 지어야할 짐일까. 아니다, 아니었다. 그것은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올, 아니 어쩌면 지금이 그보다 조금 나은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반값 된다면서요?
해마다 3월이면 휘하고 지나가는
뉴스였다.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를 하느라 삭발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어느새 나도 당사자이기보다 무감각한 어른이 되가는 중이었다. 원래 3월만 반짝하고 사라진다고 해서 ‘개나리 투쟁’이라 불린다는 이 시위가 올해는 4월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도 그랬다. 전에 없이 참여율이 높다는 시위 현장을 담은 뉴스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위기의식에 책상 앞에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었다는 인터뷰들을 들었다. E대학은 개교 125년 만에 처음으로 채플 거부운동을 벌였고, S대학은 22년 만에 비상학생 총회가 열렸다. 한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등록금 투쟁으로 대학에 민주주의 꽃이 핀다는 타이틀도 내걸었다. ‘전에 없이’라는 말이 따라다니지만, 갑자기 벌어진 일은 아니다. 올해 4년제 대학등록금은 국공립대가 425만 6천원, 사립대가 767만 7천원이다. 2001년과 비교했을 때 2~3배나 인상된 액수다. 이는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 수준으로 국회의원들이 제시한 자료를 보니 학비 지원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히 낮다. 정부는 1989년 대학 자율화 조처 이후 손을 떠났으니 대학의 책임이라고 했고, 대학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니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했다. 사람들은 2007년 반값등록금 공약을 떠올렸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 아니던가. 하지만 약속은 기억나지 않았고, 새로운 해결책들이 던져졌다.

대학은 사치인가요?
2009년에 도입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은 취업 후 소득에 따라 단계적으로 갚아가는 제도로, ‘돈 없어서 공부 못한다는 말은 거짓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높은 금리와 학점, 부모의 소득기준 등 신청자격 기준이 높아 신청자가 저조하다고 한다. 그마저도 2010년에는 학자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취업률이 낮은 학교 학생들의 대출 한도를 제한했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등록금 인상 상한제는 등록금 인상률을 3년간 물가 인상률 평균의 1.5배로 제한했다. 그럼 또 오른다는 이야기다. 대학 등록금은 무게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사람은 그대로인 채, 그 부피만 커지며 눈덩이처럼 굴러오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 사치품은 아닐진대, 왜 오로지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걸까. 사람이 키워지지 않아도, 돈은 무엇이든 해결해줄까. 어느 시민기자가 작성한 향후 30년간의 4년제 대학 계열별 등록금 인상 예상액을 보니 지금의 추세라면 2033년엔 지금의 2배로 오를 예정이다. 그려오던 가족계획과 노년의 설계는 한낮 꿈이었음이 밝혀졌다.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인 상아탑이란 말은 이제 무색하리만치 빛바랜 비유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배웠다. 대학은 상품이 아니라 교육이다. 나라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 글 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