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영신

카페 ‘티 테라피’는 메뉴를 고를 때에 신중해지는 곳이다. 내 몸에 맞는 차를 주문하기 위해 내 체질을 찾아가는 질문지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고, 느끼지 못했던 몸의 흐름을 돌아보게 된다. “소음인이시라 몸이 차고 허하시네요. 원기차를 한번 드셔 보세요.” 직접 손님들을 서빙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체질과 현재 몸 상태를 정성으로 상담하는 한의사 이상재 원장은 그 사람에게 가장 알맞은 차를 추천해준다. 원기차, 총명차, 감비차, 온경차, 향통차, 감모차 등 한의원에서 지어주는 약으로만 알고 있던 이름들이 아름다운 빛깔의 차가 되어 나타난다.


카페와 병원의 경계를 흐리다

‘티 테라피’는 나만의 맞춤티를 즐길 수 있는 친환경카페이자, 젊은 감각의 한의원, 그리고 차와 건강을 공부할 수 있는 건강문화교실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내 몸이 원하는 차 한 잔으로 마음의 여유와 몸의 건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이상재 원장이 한약재로 직접 연구하여 만든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한약을 달여서 먹으려면 쓰고 고생스럽지만, 잘게 부수어 티백으로 만들어 차를 마시면 간편하면서도 잘 우러나고 그 효과도 좋거든요.” 자신이 그렇다고 믿는 것에 대한 끝없는 노력 끝에 150여 가지의 약재를 차로 사용가능한 25가지의 약재로 추려 한방차 12종을 티백으로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카페에는 여러 가지 한약재가 정돈되어 있고, 한쪽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족욕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침을 맞으러 왔다가, 족욕을 하며 차 한 잔을 하기도 하고, 차 한 잔을 마시러 왔다가 침도 맞고 갈 수 있다. “카페 손님이 한의원 환자이고, 한의원 환자가 카페 손님이 되기도 하는 거죠.” 병을 치료하는 병원과 차 한 잔의 여유로 쉼을 누리는 카페는 어쩌면 사람을 보다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한 곳이라는 점에서 닮았는지도 모른다. 


티 테라피로 일상을 건강하게

“건강과 질병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건강은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낮거나 높은 상태, 즉 연속선상의 어느 지점에 있느냐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하는 거죠. 병이 있어 치료하는 것만이 의료가 아니라, 미리 병을 예방하고 더 건강하도록 돕는 것 또한 의료의 영역이에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이지만, 현대인들이 느끼는 몸의 자각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서 의료기관에서는 속 시원히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뒷목이 결리고, 어깨가 뭉치고, 머리 아프고, 속이 더부룩하고, 늘 피곤하고, 몸도 무겁고. 이 모든 게 현대인들이 거의 가지고 있는 증상이에요. 병원에 가면 병은 아니라고 하는데, 이때의 병이란 서양의학의 기준에서 볼 때 병이죠. 병은 아니어도 자신은 늘 불편한 상태, 이를 미병 상태라고 말합니다. 몸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신호라 할 수 있어요. 그 어느 부분에 신경을 써달라는 몸이 보내는 사인이죠.” 그는 이러한 미병을 바로 티(Tea)로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차 한 잔 하자는 말은 좀 쉬자, 릴렉스 하자는 뜻이잖아요. 내 몸에 맞는 차를 꾸준히 마시면서 우리 몸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다는 거죠. 동시에 미리 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고요. 이것이 티 테라피입니다.” 


건강문화를 디자인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를 통해 건강을 관리한다는 티 테라피는 몸에 좋은 한약재 등을 끓여 마시던 우리의 전통건강문화를 현대인들에 맞게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끓이지 않고 차로 마실 수 있는 편리성과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 현대판 민간요법인 셈. 이상재 원장은 어디가 아프면 거기에는 뭐가 좋다더라 하는 민간요법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가 안타깝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의 훌륭한 자산인데 너무 많이 잃어가고 있다는 것.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아팠을 때 대체요법을 거의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대처능력이 없는 거죠. 제 동생도 의사인데, 자기 아이 아프면 우리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더라구요.” 대체요법을 모르니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만 가게 되는 거라고. 안 가도 되는 것이 더 많은데, 가서 오히려 병을 얻어 오기도 하지 않느냐면서 씁쓸해한다. “삶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그런 문화를 다시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건강문화디자이너’라 칭한다.

그는 이러한 티 테라피 건강문화를 함께 디자인하기 위해 ‘티 컨시어지(Tea Concierge)’를 교육하는 프로그램 또한 진행하고 있다. 커피는 바리스타, 와인은 소믈리에라면 차는 컨시어지라는 것. 바로 개개인의 취향과 체질, 현재의 몸 상태를 분석하여 개인별 맞춤 차를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티 컨시어지는 한약재와 몸에 대한 이해, 현대인들의 미병과 맛있는 차에 대한 지식 모두를 갖추어야 합니다.” 전인적인 몸 전체와 체질을 고려하여 처방하는 티 테라피는 기존의 커피와 녹차, 허브차 등에 국한 되어 있던 차 문화를 새로운 지평으로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한의학과 차를 결합시킨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한의대를 졸업하고 병원을 개원할 지, 공부를 계속 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국민건강증진법’이라는 것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건강증진’이라는 개념이 한의학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딱 들었어요.” 의료의 목적은 단지 치료였던 그 시절, 보다 건강한 삶을 위해 미리 예방하고 더욱 건강하게 살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의료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단다. 이후 그는 예방의학대학원에 진학하여 석박사 학위를 땄다. 옛날 문헌에 나오는 침, 처방, 민간요법 등을 잘 수집하여 오늘날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그러다가 마포에 한의원을 개원하게 되었는데, 병원을 운영하면서도 여러 가지 약재를 가지고 차 만드는 연구를 했죠. 다른 한의사처럼 평범하게 침놓고, 한약을 달이면서도 늘 어느 한 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마음이 있었어요. 더 오래 있다가는 떠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2년 만에 한의원을 정리하고 이 카페를 차리게 되었죠.”

그는 이제 또 새로운 꿈을 꾼다. “현대인들은 가정에서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잖아요. 직장에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직원들이 건강할 때 우리 기업 또한 발전할 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해요.” 인스턴트커피나 녹차 티백만 먹는 기업 문화가 티 테라피의 건강한 문화로 전환되는 꿈, 그는 이를 ‘산업보건’이라 부른다. 현재 소망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라며 신앙을 갖고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자기만족을 이룰 줄 아는 사람이고 싶어요. 늘 마음 편안하게 살아가는 거죠.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지금 이렇게 행복한 것처럼요. 신앙을 갖고 산다는 것 또한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삶 아니겠어요?”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에게는 꿈이 있다. 하고픈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간극 속에서 마음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라 움직였던 이상재 원장. 다른 사람의 건강을 보다 더 풍요롭고 충분히 누리게 하기 위한 그의 꿈은 이미 그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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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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