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한번쯤은 해봤을 ‘싫어, 싫어? 싫으면 시집가라’ 를 기억하시나요? 그 말만 들으면 괜히 민망해지던, ‘시집’이란 단어 자체가 어려웠던 그 때 말입니다. 저는 근래에 그 말을 또 들었습니다. 요즘 애들도 그런 말 하느냐고요? 몰라요, 전 어른에게 들었거든요, 그 말.

미쓰W
두 해 전 12월, 각 부서가 임원진 선출과 예산 작성으로 영낙없이 바쁜 시기였어요. 어느 부서나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인원이 적은 청년부는 해마다 임원 선출이 쉽지 않습니다. 가진 것이나 능력에 아무 상관이 없으니 두려워 말라고 해도 ‘자원하는 심령’은 없고 구색은 맞춰야 하겠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연임을 밥 먹듯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당시 반주자로 새벽예배를 제외한 모든 공 예배에 나오던 저는 그 성실성(?)을 인정받아 임원이 되어야 했습니다. 자리에 없던 죄로 회장이 된 다른 반주자에 비해 저는 총무라는 직함을 갖게 된 것이니, 양호하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뒤늦은 공부에 잘 틈도 없이 공부와 학외 활동을 병행하던 제가 (반주를 하면서) 총무를 병행하기는 힘들 것 같아 정중히 (아니, 발끈하여) 거절했습니다. 더 이상 감투에 목매는 나이는 아니니까요. 네, 바로 그때 부장집사님의 한 말씀!

‘싫어? 싫으면 시집가. 청년부에서 빼줄게!’

시 집 이 요? 네, 지금이라도 당장 가버리겠습니다! 하지만 누가 결혼을 그런 이유로 합니까? 아… 정말, 당장 구청으로 달려나가 혼인신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내가 왜! 왜 나의 인륜지대사를 그렇게 결정해야 하는 건데!

당신은 임원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엥?
주일학교 각 부서와 재직 아래의 각 부서 사이에 위치해 있는 청년부! 참, 어중간합니다. 유초등부, 중고등부와 같이 대부분 같은 학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모은 교육기관으로 보기에도, 전도부와 구제부처럼 특정한 일에 대해 마음을 품고 모여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부서로 보기에도 부족한 점이 있는 곳이지요. 연령대는 또 얼마나 다양합니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부터 미혼인 서른 중반까지(어디는 서른 후반까지) 한 부서로 묶이지요. 기준을 잡기란 애초부터 어렵습니다. 재수생, 대학생, 직장인, 대학원생, 취업 준비생, 백수가 한데 모여 있는 곳이니까요. 심지어 이 청년들은 뒤늦게 사춘기를 보내느라 몸과 마음이 지극히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하나면 하나, 둘이 모이면 다섯가지의 문제가 생겨나는 이 부서는 처음부터 하나의 조직으로 묶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해 봅니다. 그 와중에 청년부 임원을 할라 치면, 소위 교회 어른들에게서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을 ‘주 안에서 하나’되게 해라는 일종의 암묵적인 명령을 받게 됩니다. 이는 동∙하계 수련회의 성공적인 참석률과 순번대로 돌아오는 예배 특별 찬송과 점심 설거지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잘 하느냐로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마다 모이기에 힘써야 하고, 회비를 잘 걷어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것을 우선해야 합니다.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이는 모습과 회계장부의 빽빽함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시집을 갈 수는 없다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저는 한 해의 총무 일을 마치고 제가 임원이 될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다음 총무를 뽑아 인계했습니다. 네, 그래요. 결국 누군가는 이 부서의 장長이 되어야 하고 총무가 되어 각 청년들에게 연락을 취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결국 누군가가 해야 되는 일’일까요? 주일학교와 제직 사이에 놓인 청년부-교회의 허리이자 가장 활발하고 창의력 높다는 그 청년부- 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할 순 없는 것일까요? 어리바리한 스무 살과 세대차이를 느끼는 고령의 청년들 사이에 놓인 어중간한 청년들은 결국 별 수 없이 ‘임원’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하는 것 일까요? 아, 어쩌면 좋아요, 이쯤 되면 정말이지 결혼이 임원을 벗어나는 답, 정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싫으면 시집가야죠. 글 원유진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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