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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편집장의 편지

편집장의 편지


7-8월호는 환경과 에너지로 시작하지만, 사진은 그다지 환경과 에너지스럽지(?)는 않습니다. 사실 6월의 뜨거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호 편집장의 편지에서 나는 당신에게 ‘6월은 봄답지 않게 살짝 덥기를’ 이란 문구로 글을 맺었습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봄답지 않게 살짝’은 ‘6월답다’를 함의합니다. 어떠셨습니까? 6월의 더움이.

7-8월에 어울리지 않게 에너지가 특집 주제의 연결고리입니다. 주제를 생각하며 내 꼴은 회사 마당만 들락날락이었습니다. 자칫 아마존 정글마냥 정돈되지 않은 그곳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때론 가지치기도 하고, 풀도 뽑았습니다. 걱정은 마십시오.
전 이런 일을 잘하고, 좋아합니다. 이곳저곳 피어나 있는 클로버와 이야기를 했고, 덩그러니 심겨 있는 주목나무를 손질했습니다. 칙칙한 서울 하늘 아래서 물만 먹고도 잘 자라주는 그네들을 바라보고 기특하여 한참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그러다 서로 대화를 나눌 때 쯤 나는 거기에서 <오늘>의 특집 주제를 보았습니다. 당신과 누리고 싶은 시간을 그네들과도 누리고 싶었습니다. 늘, 항상, 감탄사 ‘오’를 연발하며 오! 늘! 을 살고 싶었습니다. 오해는 마세요. 마주대한 식물체에게 내 감정을 이입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나는 그런 애식愛植인은 아닙니다.

특집의 두 번째 글인 구미정 선생님의 글이 참 좋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읽어보십시오. 물론 다른 글도 못지않게 좋습니다.
나는 깊이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장담컨대 훨씬 더, 사변적 이론 싸움을 혐오합니다. 단지 오늘을 사는 당신과 내가 몸을 사용해 해봄직한 소재와 내용을 향한 내 갈증은 애꿎게도 정미희 기자와 객원기자들만 못살게 굴었습니다. 그래요. 당신에게도 요구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마세요. 나는 누구보다 에티켓을 중시여깁니다. 몸에 배인 약간의 편함을 위한 행동들을 증오하고 약간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십시오. 당신의 선택은 내 삶에 연결되어 있고, 당신의 결정은 파도 물결처럼 내 삶의 해안에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이호은의 영화를 통해 본 지구의 종말, 원유진의 우리 삶 하루의 에너지 사용례, 이태원 주민인 사이이다님의 자문자답 물물교환 이야기, 정기자의 텀블러 사용기, 신윤주의 에너지팜 순례기, 내가 쓴 이동수단 변환 이야기 등은 우리의 고민을 담아 개인의 삶을 건드린 것입니다.

나는 그간 했던 자전거를 이용한 출근과 퇴근을 이번 특집을 맞아 작심하고 실천했습니다. 당신이 꼭 나처럼 하라는 것은 아니니 걱정은 마세요. 처한 상황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이용하는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이동수단을 한번쯤 재고해보십시오.

생기의 새로운 디자이너 윤상은 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특집의 그림은 상은 디자이너의 작품입니다. 7-8월, 부디 뜨거움에도당신의 아름다운 빛을 잃지 않으시길.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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