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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TV 상자 펼치기

<라디오스타>를 끊을 수 없는 이유

출처 : MBC 홈페이지

MBC <황금어장 - 라디오스타>는 지상파 프로그램 중에선 국내 유일의 배려 없는 MC 중심 토크쇼다. 보통의 토크쇼들에선 철저하게 초대 손님이 주인공이 되고 MC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역할만 할 뿐이다. <라디오스타>에선 반대로 초대 손님을 놔두고 MC들끼리 대화를 이끌어가는 일이 허다할 뿐만 아니라 손님에게 면박까지 준다. 보기 드문 불친절 예능인 것이다


찰진 이야기의 호흡
그런데 바로 그것 때문에 재밌다. 초대 손님이 중심이 되는 보통의 토크쇼들은 누가 그날의 초대 손님이냐에 따라 흥미도가 천차만별이다. 반면에 MC들의 진행이 중심인 <라디오스타>에선 누가 나오더라도 기본적인 재미가 항상 유지된다. MC들의 호흡이 워낙 좋다. <라디오스타>를 <라디오스타>답게 하는 것은 일단 김구라다. 김구라의 독설은 온 가족이 편안하게 보는 주말 저녁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는 맞지 않았지만 <라디오스타>에선 물 만난 고기다. 거기에 김희철이 나서서 김구라와 앙상블을 이룬다. 윤종신은 이들이 던지는 말들을 더욱 풍부하게 변주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서 MC들의 토크가 홍수를 이룰 때 김국진이 정상적인(?) MC같은 느낌으로 프로그램을 정리해 준다. 이런 MC들의 호흡이 <라디오스타> 경쟁력의 핵심이다.

통쾌한 솔직함, 호감이 되다
연예인 스타를 초청해서 대화를 나누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그 연예인의 홍보성 내용으로 채워지기 일쑤다. 송곳같은 질문으로 찬사를 받았던 <무릎팍 도사>조차 요즘엔 연예인들의 변명, 합리화로 점철됐다며 ‘면죄부 도사’ 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연예인 홍보 토크쇼에 싫증을 느낀 대중은 차라리 <라디오스타>의 불친절함에 통쾌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라디오스타>가 초대 손님에게 정말로 망신을 주는 무례한 토크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기이한 것은 <라디오스타>에 나와 면박을 당한 연예인들이 대체로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점이다. <라디오스타> MC들의 유쾌함과 솔직함이 초대 손님을 편하게 하고, 그에 따라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디오스타>의 팬이라는 연예인들이 많다.이 프로그램의 MC들은 특별히 예의를 차리진 않지만, 편하고 즐겁고 인간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초대 손님에게 <라디오스타>만의 배려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시청자도 그런 것을 느끼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이지, 초대 손님들이 정말로 상처받는 구도였다면 벌써 비난 속에 폐지됐을 것이다.

<라디오스타>는 고품격 음악방송을 표방하면서 사실은 잔 농담 나누기 위주의 방송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의외로 음악에도 집중한다. 김태원이나 유현상 같은 로커들이 재발견된 프로그램이 바로 <라디오스타>였다. 여기에선 종종 선후배들이 편안하게 어울리는 음악 향연을 벌이는데, 이것은 경쟁을 내세우는 요즘의 서바이벌 음악 예능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렇게 가장 불친절한 독설 예능에서 때로 가장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는 기이한 매력, 이것이 <라디오스타>를 끊을 수 없는 이유다.

하재근|날라리의 기질과 애국자의 기질을 동시에 타고 났다. 그래서 인생이 오락가락이다. 어렸을 때 잠시 운동권을 하다, 20대 때는 영상 일을 했었고, 30대 초중반부터 다시 운동권이 됐다가, 요즘엔 다시 날라리로 돌아가 대중문화비평을 하고 있다. 때때로 책도 쓰며 인터넷 아지트는
http://ooljiana.tistory.com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