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사람과 사람

문화경영, 하나님이 주신 지혜 ㅣ 조명전문업체 필룩스 노시청 대표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인류에게 무한한 혜택을 주는 빛. 성경은 빛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무분별한 인공적 빛들 때문에 자연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시를 가득 채운 인공 조명들은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조명전문업체 필룩스는 이러한 빛 공해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빛공해사진공모전>을 7년째 주최했다. 빛에 대한 철학을 품고 조명전문업체라는 한 우물을 파온 노시청 대표를 만나 보았다. 이재윤·사진 김준영


기업은 기능이 아닌 문화를 제공해야 합니다

조명전문업체 필룩스는 ‘감성조명’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빛의 한계를 넘어서 살아 있는 자연의 빛을 실내에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정신으로 만든 ‘감성조명’은 세계적인 조명회사 독일오스람에서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인정받은 특허기술에까지 이르렀다. 조명업계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은 필룩스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조명박물관 필룩스로 더 친숙하다. 경기도 양주시 필룩스 본사에 설립된 조명박물관은 조명을 주제로 하는 특별한 박물관으로서 국내 1호 조명박물관이다. 이 공간에는 인류의 조명에 대한 역사, 기능, 가치 그리고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을 마련해 놓았다. 처음에 조명박물관을 만들 때는 주변의 만류가 있었다고 한다. 회사매출 증대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엄청난 투자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시청 대표는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남다른 시각이 있었다. “이제 기능상품을 파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인건비를 비롯한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는 국가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앞서 나가는 기업은 기능이 아닌 문화를 제공해야 합니다.”노시청 대표의 경영철학은 이미 우리나라 문화경영의 선구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노 대표 자신은 문화경영이란 특별한 그 무언가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마케팅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저는 술 접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바이어들에게 다른 무언가를 대접해 주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음악회였습니다. 2004년도 조명박물관을 설립하였고 그 때부터 해마다 박물관 야외공연장에서 음악회를 개최하였죠. 고객들에게 1년 술 접대할 비용을 모아 온가족을 초청하는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제공했습니다.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최
고의 감동을 선사하려고 노력했는데 초대받은 고객들이 인상 깊게 기억하더라고요.”
7년을 넘기며 올해는 지난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양주시와 공동주최하는 지역문화행사로 확대되었다. 지역 주민, 경찰, 소방대, 공무원과 기업이 함께 준비하여 2만 명이 다녀가는 성공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선교에 있어서도 문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선교와 문화경영에는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제가 문화적인 요소를 경영에 처음 도입할 때 사람들은 무슨 효과가 있겠냐며 회의적이었지요. 하지만 지금 저희 회사의 성장세를 보면 현대 경영에 있어 문화적 요소의 중요성에 대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필룩스는 작년 기준 매출액 400억 원을 달성하였으며 영업 이익이 작년 대비 50%이상 증가하는 등 끊임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 대표는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라고 힘주어 말한다. “앞으로는 ‘지식’을 넘어 ‘지혜’가 있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미 세계 각국의 제품 전시장은 특허 전시장의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누가 영감이 있느냐의 싸움이죠. 한국인의 특허권 보유량이 세계 4위라고 합니다. 저는 이것을 나름의 선행지수로 보고 있어요.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큰 두각을 나타낼 것입니다.”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이야기와 감성이 살아 있는 문화상품을 판매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이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기업은 하나님의 선교를 하기에 가장 좋은 곳입니다
노시청 대표는 필룩스라는 기업을 키워 오며 하나님을 더욱 깊이 체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름 최선을 다해 기업을 키워왔지요. 내 꿈, 내 방법, 내 욕심이 최고였죠. Boys be amtitious라는 말이 나의 인생을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생이 제게 열렸습니다.” 그는 그동안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부터는 돈을 잘 쓰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한다. 경기북부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며 무료급식소 사업을 시작했다. 원래 상공회의소는 기업인들의 이익을 위해 모인 집단이지만 사회를 섬기는 일을 해보자며 설득했다. 1호선 가능역의 낮은 교각 아래에서 천막을 치고 급식소를 차렸다. 의용소방대, 재난본부 급식차 등 마음이 모여 함께 일을 만들어갔다. 입소문이 나며 자리를 잡게되었고 이제는 경기북부지역의 유명한 무료급식소로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취임식이 그 장소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기업은 하나님의 선교를 하기에 가장 좋은 곳입니다. 이제는 교회중심주의를 벗어나 일터를 통한 선교 전략이 필요합니다.” 10여 년 전 노시청 대표가 러시아에 선교여행을 다녀온 것을
계기로 필룩스에는 아볼로선교회라는 모임이 생겼고 이 모임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문화라는 매개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쁨을 주고, 무료급식소 사업을 통해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사내 선교회를 통해 직접 선교를 시행하는 등, 기독교 기업의 사명을 다하는 균형 잡힌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십자가
요즘 노시청 대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빛 공해’다. 지나치게 과도한 빛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으며 밤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에너지 낭비 문제도 심각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6일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세계적으로 같은 시간에 실시하는 ‘지구촌 불끄기Earth Hour’ 행사에 참여하였다. 지구촌 불끄기 행사는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1시간 동안 전등을 끄며 시작한 지구촌 행사로,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서울을 거쳐 서쪽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전 세계가 마치 파도타기를 하듯 지구촌 사람들이 1시간 소등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시청 대표는 수년 전부터 빛 공해 문제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다. 그 일환으로 매년 <빛공해사진전>을 주최했다. 2011년 제 7회 <빛공해사진전>은 서울시와 공동주최하여 빛 공해의 심각성과 좋은 빛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빛 공해와 관련하여 교회의 네온 십자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십 년 전 서울 하늘에 처음빨간 네온 십자가 생겨날 당시에는 기술적으로 그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천편일률적 십자가등이 생겨났지요. 하지만 오늘의 기술력으로는 얼마든지 다양한 십자가 조명이 가능합니다. 시간에따라 빛의 밝기가 변해서 저녁때는 밝게 빛나다가 심야에는 좀 더 어둡게 할 수도 있고, 교회 분위기에 따라 얼마든지 예술적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교회의 십자가 조명에 대해 지적할 때 무조건 종교 탄압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것을 기회로 삼아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십자가 조명을 창조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문화선교는 문화경영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 문화경영의 전문가 노시청 대표에게 들은 이야기들은 이 시대에 필요한 문화선교에 대해 많은 영감을 주었다. 경영의 일선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는 노시청 대표의 모습에서 지혜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지혜롭게 세상과 소통하는 일,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