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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문화동네 사람들

사랑을 딛고 일어나 부르는 자유 ㅣ 가수 헤리티지 Heritage

거짓이나 숨김이 없는 상태인 솔직함은 상대를 향한 것일때 오히려 쉽다. 내가 상대에게 어떤 여김을 받더라도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자존감이 형성되어 있다면 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리고 대개의 솔직함은 두려움을 100퍼센트 극복한 상태가 아닌 뒤에 숨겨둔 상태에서 발현된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지 않고 방치해두기란 또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그 분 앞에서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이, 나 자신을 모두 벌거벗은 채 직면해야 하는 때가 오고야 만다. 나조차 고개를 돌리고 싶은 나자신과 고통스러운 직면을 할 때에야 비로소 자유가 찾아온다. ‘항복합니다. 맞습니다, 그게 바로 저입니다.’ 이 고통스러운 고백은 십자가를 통해 삶을 천국으로 만든다. 무엇도 아닌 바로 그 시간들을 보내왔노라고 말하는 사람들, 가수 헤리티지를 만났다.
정미희 | 사진 탁영한


 

 

 

 


















“제가 노래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주신 것을 돌려드리기 위함이에요. 평생 그렇게 살고 싶어요.”  박희영(알토)




























“평범한 일상을 솔직하고, 아름답게 이야기하는 음악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김효식(리더·테너)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영광, 사랑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음악을 제가 자유하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이경선(소프라노)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마음을 찐하게 표현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이철규(테너)
























“제가 사랑하는 블랙 뮤직 안에서 좋은 음악, 좀 더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임효찬(테너)




하나님의 이야기를 부르다
헤리티지Heritage는 리더 김효식(테너)을 중심으로 이철규(테너), 임효찬(테너), 박희영(알토), 이경선(소프라노)으로 구성된 블랙 가스펠Black Gospel 그룹이다. 얼마 전 가수 임재범이 MBC <우리들의 일밤 - 나는 가수다>를 통해 리메이크한 ‘여러분’의 피처링을 맡으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편곡자에게 급하게 피처링 의뢰를 받고 직접 코러스 라인을 짜서 오른 무대였다. 어느 무대에 서건 늘 그렇듯 이곳에서 예배한다는 마음이었다. 방송 후 오랫동안 화제가 됐던 것처럼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현장에서 그 노래를 들으시며 웃는 분들도 계시고, 우는 분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그것이 어느 한 사람의 카리스마 때문에 그랬다기보다는 하나님의 단비가 내려왔다는 느낌이었어요. 코러스를 하며 임재범 씨의 뒷모습,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에도 뜨겁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었어요. 하나님이 그 노래를 듣는 세상 모두를 향해 ‘나는 널 피를 나눈 형제처럼 사랑해’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이경선)” 네가 괴로울 때, 서러울 때, 어두운 밤 험한 길을 걸을 때 내가 벗이 되어줄 것이며, 나는 너의 영원한 형제라는 고백이 담긴 이 노래를 들으며 누군가는 지은이의 의도(원곡은 윤항기 목사가 작곡한 가스펠)처럼 예수님을 떠올리며 신앙 안에서 감동했을 수 있고, 누군가는 그저 노래 자체로 위로를 받은 사람도 있을 터이다. 헤리티지가 대중음악을 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찬양은 본능적인 것
“저희가 대중음악을 하는 이유는 어떤 형태로든지 복음이 전해지길 원하기 때문이에요. 하나님의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아요. 사랑 이야기를 하든, 이별 이야기를 하든, 인생 이야기를 하든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과 목적이 분명하니까요. 그 중심에 있는 복음이 어떤 형태로든지 우리 음악을 통해 흘러나갔으면 좋겠어요.(임효찬)” 1998년 결성된 헤리티지의 전신인 믿음의 유산은 교회 안에서 활동하던 그룹이었다. 그러다 2003년 교회 밖으로 나서서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하기로 하고, 멤버를 꾸려 함께 앨범을 냈다. 믿음의 유산은 국내 처음으로 블랙 가스펠을 추구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블랙 가스펠이라는 장르는 이들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당시에 블랙 가스펠이라는 장르 자
체를 잘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희들도 사전 정보가 거의 없었죠. 흑인 음악이라는 큰 덩어리만 알고 있었어요.(임효찬)” 블랙 가스펠은 흑인들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 사용하는 음악이다. 크게 전통적인 블랙 가스펠과 현대적인 블랙 가스펠로 나뉘는데, 현대적인 블랙 가스펠은 최근 유행하는 힙합, R&B, 재즈의 요소를 녹여낸다. “블랙 가스펠의 매력은 본능적인 그냥 막 지르는, 여과되지 않은, 가식 없는, 우러나오는 소리에 있어요.(이철규)” 블랙 가스펠을 듣고 있자면, 폭발할 것 같은 뜨거움과 자신도 모르게 함께 몸을 움직이게 되는 흥겨움이 전달된다(영화 <시스터 액트>에서 우피골드버그가 가르쳤던 ‘오 해피데이’를 떠올려보시길). “선창과 후창이 있는, 메시지가 중심이 되는 음악이에요. 하나님을 향한 달음질이라고 할까요. 하나님을 뜨겁게, 열정적으로 찬양해요. 그래서 찬양을 하다 보면 계속 반복을 하지 않을 수 없죠. 하나님이 나에게 하신 일, 그 하나님이 나에게 어떤 분이신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음악이에요.(박희영)” 이 매력적인 음악을 들고, 2006년 그들은 헤리티지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듬해 이 앨범으로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고 의 알앤비 & 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하나님이 나에게 하신 일
누구나 그렇듯 인생에서는 크고 작은 고통이 반복되고, 그것을 통해 비로소 성장한다. 9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하나의 이름으로 함께 목소리를 내는 동안 멤버들은 서로의 삶에 닥쳐오는 파도를 함께 맞기도, 묵묵히 지켜봐 주기도 했다.
그룹 전체가 맞닥뜨린 문제들도 있었다. 1집 앨범을 낸 뒤 소속사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고,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터라 다른 기획사를 찾아 나설 수 없는 길고 지루한 시간이 지나갔다. “누구의 잘못은 아니었어요. 상황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그 3~4년 간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어려웠어요. 뭔가 하고 싶고,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못하고 있는 상황이 어려웠죠.(임효찬)” 20대 후반, 한창 열정적으로 자신을 펼쳐보고 싶은 나이에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는 것 같은 상황은 견디기 힘든 무게로 다가왔다. 그런 현실에서 끝없는 자신과 싸움을 계속했다.


“저는 그저 음악이 좋아서, 20살에 믿음의 유산을 시작했어요. 사실 찬양 사역을 하면서도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상태였어요. 모든 걸 버리고 음악만 하기로 했을 때도 그랬죠. 무대 위에서 찬양을 할 때와 무대에 내려와서 내 모습이 완전히 별개였어요. 그것이 가능했던 건 제 삶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20대 중반, 참석한 집회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는데 그 이후에 오히려 사역이 힘들어졌어요. 제가 전하는 메시지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제 자신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너무 괴로웠어요.(김효식)” 자신이 전하는 하나님의 메시지에 합당한 삶을 살기 위한 치열한 고민 속에 그는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회중과 소통했다. 그리고 현재의 삶이 하나님과 자신의 간격을 좁혀가는 과정임을, 평생이 삶과 사역이 일치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하나님이 사역자를 부르실 때 훈련된 사람들을 부
르실 때도 있지만, 훈련이 전혀 안된 초짜들을 부르실 때도 있잖아요. 저희가 그랬어요. 가장 연약한 사람들을 부르신 것 같아요. 말할 줄도 모르고, 깊이도 없었던 사람들이 하나님이 주신 과정을 겪으며 연단된 거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정말 생명을 걸고 찬양하는 사람들이에요.(이경선)” 지나온 모든 것이 하나님의 연단 과정이라고 인정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기까지 각자의 삶에 일어났던 크고 작은일들을 벗어나, 이제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었다. “저희 그룹의 히스토리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지난 9년의 시간이 버리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다는 거죠. 우리가 그리스도를 위해서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자기 삶에서. 때로는 재정적인 시험, 때로는 관계의 시험을 통해서 하나님이 저희를 계속 녹이셨어요. 정금 같이 만들기 위해서….(이철규)” 세상적인 가치관을 버리고, 하나님을 위한 삶을 살게 되기까지 하나님이 계속 기다려 주셨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걷게 될 새로운 길이 궁금해진다.

모든 힘겨운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주신 꿈과 비전의 호르몬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는, 다른 어떤 때보다도 노래할 때 하나님 마음을 가장 잘 전할 수 있으니 이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 순전한 하나님의 사람들과 만남은 유쾌하고 아름다웠다. 세상적인 가치로 자신을 보면 소망이 없는 것을 알기에,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기에 세상에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고백하는 그들의 노래로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널리 전해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