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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동선예감

떠나간 것을 위로하다


사진을 보면 평범하고 평화로운 오리농장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농장의 생김새가 오리가 지내기엔 너무 공간 효율이 떨어지는 듯 보입니다. 왠지 어색하고 이상한 풍경입니다. 이곳은 얼마 전 경기도에서 가장 살처분의 규모가 컸다는 이천의 한 구제역 농가입니다.
소와 돼지가 있던 자리를 이제는 오리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가족처럼 지내던 가축을 잃고 망연자실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의 텅 빈 가슴을 이 오리들이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혹시 또 이
오리들을 조류독감으로 잃게 되지는 않을까요? 언제 또 대재앙이 닥칠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던 동물들에게 우리가 한 행동을 용서 받을 수 있을까요? 수많은 동물이 영문도 모른 채 산 채로 땅속에 매장되었습니다. 잔인한 대량 살처분이 끝난 지금, 이제 우리가 한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평가해야 할 시점입니다. 동물들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분명 위로받아야 합니다.

강제욱|사진작가. 전 세계의 환경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매체들과 함께 일하면서 환경 문제를 널리 알리고 있으며, 9회의 개인전과 30여 회의 그룹 전시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