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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비뚤어질 테다

살림꾼 그녀들이 나눈 것들

얼마 전, 국세청에서 세금 포탈 의혹을 받아온 파워블로거 및 대표 카페 운영자에 대해 대대적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섰습니다. 국세청은 포털 측에 이들의 개인정보를 요청했고, 포털 측에서는 개인정보 보호권과 과세권 중 우선 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법무부에 판단을 요청했습니다. 법무부는 국세청은 사법경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세무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번 세무조사의 발단은 한 파워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동구매한 물건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데부터 시작됩니다.

와이프로거, 주부들의 스타가 되다
이 파워블로그를 통
해 공동구매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제조사에게 환불을 거부당하자 파워블로거에게 대신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고, 파워블로거는 자신이 물건 당 받은 수수료만 보상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서 이 파워블로거가 수수료로 취한 이익이 무려 2억 원을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것이죠. 구매자들은 신뢰를 잃었다며 비난했습니다.
블로그가 마케팅의 도구가 된 것은 2005년 무렵부터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알뜰살뜰 살림을 하던 주부들이 블로그에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한 것이 점점 인기를 끌고 방문자 수가 많아지자 광고 배너를 달아달라는 요청이나 책을 내자는 출판사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언론은 그들을 아내wife와 블로거blogger의 합성어인 와이프로거wifelogger라고 부르며, 살림을 잘하니, 인기도 얻고, 돈도 벌게 된 최고의 살림꾼이라며 추켜세웠습니다. 그들이 블로그에 소개하는 것은 주부들에게 하나의 문화가 되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들이 쓰는 가전제품, 그릇, 카메라, 하다못해 쓰레기통까지 어떤 브랜드인지 알기 원했고, 자신도 갖고 싶어 했습니다. 포털에서는 2008년경부터 방문자수, 이웃수, 스크랩 수 등을합산해 파워블로그를 선정했고 이들은 자연스레 파워블로거로 지칭되었습니다. 이것이 마침내 누군가에게는 권력이 되었습니다. 돈이 따라오는 권력이요.

마케팅의 도구, 파워블로그
기업들이 깐깐한 소비자들
이 물건을 구입하기 전 검색을 통해 리뷰를 꼼꼼히 살펴본다는 것에 착안해 그들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 것입니다. 문제가 된 파워블로거의 포스트를 정기구독 하는 회원만 해도 13만 명이 넘었다고 하니 그 마케팅 파워는 짐작하고 남음이 있지요. 기업은 파워블로거와 계약을 통해 제품을 직·간접

홍보하거나 체험단을
모집하고, 더 나아가 공동구매를 실시했습니다. 그들의 입소문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쓰는 물건이고, 게다가 그 사람이 이렇게나 칭찬한물건인데, 그것은 안 봐도 신뢰가 가는 물건이고, 사고싶은 물건이 된 겁니다. 사실 이 일이 공정하게 진행된다면야 나쁜 일이라고 볼 수만 없습니다. 기업은 좋은물건을 소비자 직거래를 통해 유통하는 건강한 유통 통로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블로그의 호스트 포털은 이런 광고비 수입 등이 블로거에게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동기부여가 된다고도 말합니다. 단, 자신의 글이 대가성임을 밝혀야 한다는 거지요.

이것은 블로그가 지나친 상업화로 가기 전 하나의 경고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와이프로거는 자신이 인정받는 기쁨과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기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는 통로로서 블로거가 지닌 1인 미디어의 역할을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블로그의 출발은 지식이 권력이 되면 안 된다고 믿으며 시작된 시민 지식의 유통로였음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글 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