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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길에게 길을 묻다

가을, 여행하다

 


가을이라는 이 계절을 좋아합니다. 가슴 시리도
록 아픈 이 계절이 참 좋습니다.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나는 그 야속함이 느껴지니까요. 슬픈 노래를 모두 합쳐 놓은 것 같은 이 계절은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가장 빛나는 잔치입니다. 소중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이 계절에 저는 여행을 많이합니다. 많이 남겨두고 싶고, 많이 아끼고 싶어서입니다. 가을, 사랑하고 싶은, 이미 사랑하는 계절입니다.  글·사진 신미식






사진이란 특별한 것을 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주변의 일상들.
작은 꽃들과 아침이슬 머금은 이름 모를 풀들.
물에 비친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의 움직임.
숲속의 작은 오솔길.
사물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느껴질 때까지 바라보는 것.
그 이야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게 됩니다.
그 아름다운 세상이 보이면 셔터를 누릅니다.
조금 더 느긋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행동에서 사진의 깊이가 전해집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땅의 모든 것들에서 사진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
그것이 카메라를 손에 든 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이 의무이며 행복이 아닐까?



가을이 만져진다.
가을이 나를 만진다.
가을이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한다.
어쩌면 사람과의 이별보다 더 쓸쓸한 계절의 이별.
나에게 가을은 이토록 아프고 사랑스럽다.



감사가 부족할 때,

자신이 초라하다고 생각할 때,
가진것이 없다고 느낄 때,
주변을 둘러보면 나는 얼마나 많은 풍요를 누리고 사는지.
산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