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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비뚤어질 테다

팟캐스트를 규제한다고요?

스마트폰이 확산되며 우리는 더욱 간편하게 내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광장처럼 누구든 자유로이 개인 의견을 게재하고
공유하지요. 사소해 보여도 이것은 우리와 이 시대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특히 애플 아이튠즈를 통해 제공되는 팟캐스트Podcast: ipod+broadcast에는 장르와 국적을 불문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송들이 매순간 올라와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정말 걱정하는 것
라디오 방송은 실시간이라 제 시간에 맞춰 들어야 하지만, 팟캐스트는 다운로드만 하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지요. 게다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1인 미디어 시대의 총아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여러 유수 대학의 강의부터 개인의 이야기까지 이미 그 넓이와 깊이는 일반 미디어를 넘어섰습니다. 시간과 장소의 벽을 넘고, 공공과 개인의 줄을 마음껏 가로지릅니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8일, 스마트폰미디어를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무분별한 성인물 및 음란물을 제재한다는 그럴듯한 명목을 붙였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팟캐스트를 성인물과 음란물로 가득한 곳인 양 착각하게 만듭니다. 그렇습니다, 성인 음란물을 아무나 제작하여 아무에게나 무분별하게 배포한다면 정말 걱정입니다만 대중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혹시 <나는꼼수다> 때문에?

오히려 대중은 팟캐스트 다운로드 전 세계 1위인 <나는꼼수다>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고 말합니다. 몇 사람이 모여 서슴없이 세상과 정치를 풍자하고 비트는 것을 불편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죠. 오해하지 말 것은 대중이 이번 발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앞에서 말한 의심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 이면에 어쩌면 우리가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 하나가 얽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과거 아고라광장 주변에 당시 최고 기관에서 보낸 정찰병이 생겼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들의 주된 역할은 광장에‘ 풍기문란을 일으키는 사람최고 기관이 정한 기준에 의해서’을 잡아가는 것입니다. 겉만 보아서는 판단이 불가능해 정찰병들은 광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판단합니다.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정찰병이 가까이 있으면 똑같은 말을 해도 부자연스럽고 어떤 때는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하나 둘 광장을 떠나고 정찰병은 임무를 완수합니다. 의도가 어떤 것이든 우리의 이야기나 내 말이 누구에 의해 제재 받는다면 그것은 개인에게 있는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국민의 권리가 손상을 입는다는 것을 의미할 지 모릅니다. 한 번 손상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이런 일의 반복은 더 큰 자유라는 소중한 권리마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취급받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듭니다.

스마트폰미디어가 1인 미디어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강해졌지만, 장점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방송심의위에서 말한 음란물 및 유해물이 버젓이 유통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정작 팟캐스트 인기순위 100위 안을 들여다보면 유해물은 없습니다. 상업적 유통 단계 구조를 거부하고 좋은 자료를 공유하자는 정신으로 출발한 팟캐스트 자체로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개인의 불쾌함이 개인의 자유 영역에까지 손을 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글 윤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