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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클래식/국악의 숲을 거닐다

수천 번의 키스보다도 더 달콤한 커피의 유혹 ㅣ 바흐의“ 커피 칸타타”



바흐 “커피 칸타타” 추천 음반으로는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의 맑고
우아한 음성이 돋
보이는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와
아카데미 오
브 앤션트 뮤직의 음반(L'Oiseau Lyre)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문화선교연구원의 아침은 어떻게 시작할까요. 별로 궁금하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씀드린다면, 연구원의 아침은 커피와 함께 시작할 때가 많습니다. 누구랄것도 없이 먼저 커피를 내리면 이내 공간은 커피 향이 그득하고 순간 자연스레 커피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들지요. 이런 저런 이야기로 연구원 사람들과 일과를 시작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갑니다. 오후에도 커피 브레이크 덕분인지 연구원에서 하루가 제겐 그리 길지 않은 것처럼 빨리 지나갑니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세요. 우리 연구원 식구들은 각자 자신의 일에 열심이니까요.
클래식 음악가들에게도 커피는 소중했던 모양입니다. 왠지 커피와 음악가는 잘 어울릴 것 같지요? 그 중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도 커피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커피 칸타타” - Secular Cantate No.211 Schweight Stille, plaudert nicht “Coffee Cantata”, BWV 211라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까지 했지요- 칸타타는 이탈리아어의 Cantare노래하다가 어원인데, 기악곡의 소나타와 같은 성악곡을 일컫는 말입니다. 바흐가 살던 당시 라이프찌히에서는 커피 마시는 것이 대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커피를 마시던 커피하우스는 사람들의 사교의 공간이었고, 이야기와 예술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커피하우스에서는 대중을 위한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바흐도 이 대중음악회를 위해 작은 분량이지만 칸타타를 만들지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 커피 칸타타”였던 겁니다. 바흐가 남긴 220여 곡의 칸타타 중에서도“ 커피 칸타타”는 드물게 세속칸타타이지만 그 작품성과 아름다움에 있어서 종교음악에 못지 않은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커피 칸타타”"는 커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버지와 딸의 실랑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커피를 너무도 좋아하는 딸 리스핸소프라노과 그런 딸이 걱정되어 어찌하든 커피를 끊게 하려는 아버지 슐레드리안베이스 -그 당시엔 커피가 여성의 불임을 유발한다는 속설이 퍼져 있었습니다- 그 둘 사이의 옥신각신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웃음과 재치 넘치는 가사와 멜로디로 표현했습니다. 달래고 어르기도 하며 때론 협박으로 딸에게 커피를 끊게 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커피를 향한 욕망은 더욱 강렬해집니다. 그녀의 아리아“커피는 어쩜 그렇게 맛있을까”Ei wie schmeckt der Coffee suesse를 들어보신다면 그 애절한 커피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 커피 맛은 정말 기가 막히지/수 천 번의 키스보다도 더 달콤하고/맛좋은 포도주보다도 더 부드럽지/커피, 난 커피를 마셔야해요/누가 나에게 한 턱 쏘려거든/아! 내 커피 잔만 가득 채워주면 그만이에요.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커피는 놓을 수 없었던 리스핸이었지만, 그러나 결국 아버지에게 약혼자와 결혼을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하지요. 그러나 그건 작전상의 후퇴일 뿐, 영리한 리스핸은 결혼 승낙을 받은 후 정작 혼인계약서에는‘ 커피의 자유 섭취’ 조항을 써넣음으로써 결혼도 하고 커피도 마음껏 마실수 있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장면엔 해설자와 아버지, 딸 세 사람이다 나와서 부르는 3중창“ 고양이는 쥐잡기를 그만 둘 수 없지”라는 3중창을 부르며, 희극“ 커피 칸타타”는 막을 내립니다.
커피하우스에 여성이 출입할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으로 보면 이 칸타타 자체가 우수꽝스럽기도 하지만 -딸 리스핸의 역할을 남성이 했지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여성차별에 대한 은근한 비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에게도 커피를 허하라”는 바흐의 우아한 선동이라면 과장일까요? 바흐의 의도야 어떻든 지금도 커피는 달콤하고 매혹적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느덧 우리 연구원 식구들 모두, 커피 마실 시간이 되었네요.“ 자, 커피 한 잔 할까요!”

백광훈|따사로운 창가에서 클래식과 커피한잔을 즐길 것 같지만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열혈 애청자인 문선연의 책임연구원이자 두 아이의 아빠고 목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