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윤 선생님

 

4년 전 뉴욕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우연찮게 한인 입양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director겸 가르치는 일로 봉사한 적이 있었다. 그 학교는 자비량선교를 통해서 학교를 운영하며 어떤 수익도 남기지 않는 것을 지향했다. 한인 입양아의 미국인 부모들에게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첫 학기를 성공리에 마치자,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자비량으로 봉사하기도 햇던 취지가 무너지면서, 자원봉사자들이 학교를 본격적으로 운영하자고 나선것이다. 결국 기본 방침을 고수하려던 대표목사님과의 충돌로 대부분 봉사자들은 떠나버렸다.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린 사람이 있었다. 그분은 컴퓨터에 관계된 일을 하시다가 은퇴하신 윤재중이라는 분이었다. 이민 1.5세로 미국에서 50년 가까이 사셨지만 한국을 잊지 않고 살아왔던 그분은,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학교취지가 좋아서 스스로 찾아 왔다고 했다. 그 이후 윤 선생님은 한인 입양아들의 양부모인 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반을 가르치셨다. 함께 일하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학교 운영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으며 그저 주소록을 만든다든지, 좋은 한글이나 한국문화에 대한 자료가 있으면 스텝들에게 잊지 않고 메일을 보내주셨다. 이민 2세이면서도 한국말을 잘 하는 젊고 유능한 봉사자가 찾아왔을 때, 윤 선생님은 그분에게 교사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시고, 자신은 보조교사로 봉사하셨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한결 같은 태도로 대하셨던 그분은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분명 지극히 기독교적인 삶을 살아가시는 분이셨다. 자비량 선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며 함께 했던 분들은 분명 교회 집사님, 권사님들이셨지만, 상황이 변하자 세속적인 성장논리에 빠진 것이다. 오늘날 우리 기독교인들이 세상 사람들의 지적을 받는 것은 경건하게 살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경건치 못해서가 아닐까? 새삼 그분께 한마디 올리고 싶다. “윤 선생님, 고맙습니다.”



심성훈|빠르게 변해가기만 하는 세상에 대해, 변하지 않는 성경말씀으로 해답과 대안을 제시하려고 씨름하는, 여유 있는 웃음과 살짝 귀여운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중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