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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동선예감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 동선예감


이곳은 미래가 아닌 지난 11월의 태국 방콕입니다. 앞으로 우린 지구 곳곳에서 이러한 풍경을 만날 것입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홍수가 일상으로 다가옵니다. 발목 조금 넘게 물에 잠긴 시장에서 사람들은 장을 보고 기념품을 사고 식사를 합니다. 자동차는 모두 물에 잠기고 사람들은 보트택시를 타고 이동합니다. 여기저기서 보트택시 삯을 흥정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가용 보트를 가진 아주머니는 계란을 사서 한 손으로는 통화를 하고 한 손으로는 노를 저으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멋을 낸 젊은 아가씨는 KFC에 들러 햄버거와 코카콜라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도로에 생긴 물길을 가로질러 걸어갑니다. 은행과 현금자동인출기(ATM)는 물에 잠겼습니다. 물에 잠긴 수상버스 선착장에는 물고기가 가득합니다. 상인들이 파는 물고기 모이를 사서 뿌립니다.
물이 넘쳐나는 도시는 더욱 더 생으로 충만해졌습니다. 도시의 회색이 벗겨지고 생의 향기가 그윽합니다. 자동차가 사라지니 공기는 깨끗해지고 밀림처럼 새소리가 들립니다. 위협이 사라져 자유를 얻은 개들은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햇빛이 반짝입니다.

강제욱|사진작가. 전 세계의 환경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매체들과 함께 일하면서 환경 문제를 널리 알리고 있으며, 9회의 개인전과 30여 회의 그룹 전시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