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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3-04 싹, 틔움

싹, 틔움 1│싹, 그 틔움의 순간을 맞이하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바람이 들었어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노래를 하겠대요. 어떻게 하죠?” 몇 년 동안 말 한마디 못한 사람처럼 
한숨 섞인 걱정을 내게 쏟아내시는 부모님의 말씀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내 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하겠다는 비장한 표정으로 무엇인가 뚫어지도록 응시하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씀드린다.
“자제분은 바람이 든 게 아니라 꿈을 가진 것 같습니다. 
마음 속에 아주 바람직한 싹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곧 세상을 향해 틔울 싹이요.” 

그렇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 무엇을 해야 진정 행복한지 알 수 있도록 고민할 틈도 없이 부모님, 선생님 말씀대로 열심히 공부만 하면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본인도 확신하지 못하는 확언을 하는 환경에서, 무엇인가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표출하면 그 아이는 바람 든 아이가 된다.
고등학교 교사인 지인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우리 학교 전교생 중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아는 학생들이 열 명도 안될걸요.”
언젠가 직장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는 대답이 70%를 넘었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을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한다는 것이다. 먹고 살려고. 내가 아는 예수라는 분도 먹고 사는 거 걱정 말라 하셨는데.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찾는다는 것, 찾았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내가 지나 온 인생 경로를 돌이켜보면 나 역시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고민이 꽤 많았다. 처음에는 연기가 하고 싶어 연극에 미쳤었고 노래를 즐겨부르다 음반도 냈었고 직접 작곡한 곡도 꽤 있다. 결과적으로 이 세 가지 길 모두 큰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아니 혹자가 보기엔 실패에 가깝겠지만, 후회는 없다. 이런 시도로 인해 밤을 지새우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로 나를 매료해 버린 나만의 꿈을 찾았고, 나는 행복하게도 그것을 내 직업으로 삼고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한국 보컬트레이너 1호라고 소개한다. 이는 10여 년 전, 보컬트레이너를 직업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일 것이다. 나도 스스로 그렇게 소개했다. 너무도 생소한 직업. 열심히 일하고 돈도 꽤 벌고 있었지만, 은행에서는 이 생소한 직업에 대해 신뢰해 주지 않았고 그 흔한 대출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을 품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은 분명 멋지고 훌륭한 일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큰 나무가 되어 나와 비슷한 고민과 꿈을 품고 살아가는 새싹들을 틔울 것이라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학생을 가르치고 계속해서 공부했다. 노래에 빠져 있는 학생에게 선생님으로서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었고, 더 이해하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티칭법 개발과 음성병리학 연구, 인생 상담에 이르기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고 시도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그들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한 내 노력과 훈련은 지금의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했고, 나를 보컬트레이너라는 특수한 직업으로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나와 같은 보컬트레이너를 꿈꾸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뿌듯하다. 겨자씨가 자라 큰 나무가 되고, 그 나무 밑에 여러 작은 나무들이 싹을 틔우듯 말이다.

이젠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다. 부딪치고, 깨지고, 넘어지고 또 다시 도전하고 그런 과정에서 영글고 단단해지
는 그런 스토리 말이다. 오죽하면‘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는 책까지 나왔을까.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생인 줄도 모르는, 그래서 열정이 식지 않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 것! 내안에 있는 바로 그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분명 집중력은 사람을 성공하게 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집중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다만 누구나 집중할 그 무엇인가를 찾지 못할 뿐이다.

내가 일하는 파워보컬에는 그런 미친 집중력을 지닌 500명의 수강생들이 있다. 정말 행복하게 열심히 연습한다. 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니까. 선생님을 신뢰하고 따른다. 오죽하면 본인 말보다 학원 선생님 말씀을 더 잘 듣는다고 신기해하시는 부모님들이 생겨날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스승으로서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들 녀석도 내 말보다 태권도 관장님 말씀을 더 잘 듣듯이 말이다. 
 
옛날 어른들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저 놈은 뭐가 되도 되겠어. 싹이 아주 좋아.”
난 파워보컬에서 뭐가 되도 될 멋진 청춘들을 매일 만난다. 자신의 꿈을 향해 미친 듯 달려가는 그들을, 설령 그것이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모습이 아닐 수는 있어도 그런 삶의 태도라면 분명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고, 본인 또한 행복한 삶을 살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봄기운이 부는 데로 날아가 마음껏 싹을 틔우는 그들을 상상하며 난 오늘도 그 싹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노영주|두 장의 앨범을 낸 가수이자 작곡가, 연극, 뮤지컬, 프로듀서로 활동한 이력을 바탕으로 14년여 동안 국내 정상급 가수들을 보컬코칭 해 온 열정의 사나이다. 교육이념의 첫째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랑을 주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마음밭이 큰 교육자이자, 버킷리스트에 아내와 함께 멋진 춤을! 이라고 적을 만큼 로맨티시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