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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사람과 사람

사랑, 글 속에 꽃피다│김수경 작가














작가! 그들은 얼굴 없는 유명인사다. 점심시간 대화의 소재를 점령하는 최신 드라마도, 대학로에서 인기를 끄는 뮤
지컬공연도 그 모든 시작은 작가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법이다. 원소스멀티유즈의 시대에 작가 한 사람이 문화 전반에 주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기독교 문화계에서는 영화, 뮤지컬, 만화 등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탁월한 크리스천 작가의 자리는 정말 소중할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에 눈이 멀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등으로 국내 기독교 카툰 1세대로 데뷔하여 제8회 한국뮤지컬대상 5개부문을 수상한 뮤지컬<더플레이> 작가와 출판 작가로 전방위적 활동을 해온 김수경 작가를 만나보았다.  이재윤 | 사진 김준영



개인적으로 묵상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거였죠

그녀를 만난 것은 합정의 한 카페였다. 방금 출판사와 다음 작품 구상을 위한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 참
이었단다. “10대 딸과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심리학 소설이랄까요. 지난 달에 새 책을 탈고하고 좀 쉴까 했는데, 계속 작품을 쓰게 되네요.” 김수경 작가는 베스트셀러 기독교 작가이다. 그의 작가로서 삶은 아주 사소하게 시작되었다. “국문과 4학년 시절, 교회 청년부 주보 귀퉁이에 한 컷 카툰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 묵상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거였죠. 52주를 그렸는데 반응이 좋더라구요. 엄마가 그냥 버리긴 아깝다고 그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어요.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한달 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제 첫 책이 나왔죠.” 특별한 광고도 없이 한 달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여대생 김수경은 작가의 삶에 첫 발을 디뎠다.
  


작가로서 황홀감이랄까, 그런 걸 느꼈어요

89학번인 그녀의 대학 시절, 민중문학이 아니면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던 때였다. 고3 시절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 <빙점>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던 그녀에게는, 따뜻한 시각으로 인간을 보듬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하는 작품을 쓰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이른바 문화선교사로서 비전이었다. 그러한 열정은 출판계를 넘어서 공연계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20대 후반에 친구들과 함께 문화사역팀을 꾸렸어요. 제가 대본을 써서 스킷드라마, 공연, 노래를 가지고 복음을 전하는 거였죠. 그야말로 아마추어였는데 대학교, 교회 등 많은 곳을 찾아다니는 열정만큼은 대단했어요.” 그 때 쓴 대본이 계속한 개작을 거쳐 뮤지컬 <더플레이>로 발전한다. 십계명 중 제1계명을 가지고 현대인들이 빠져 있는 우상과 중독을 꼬집는 코미디극이었다. 이 작품은 2002년 제8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5개 부문(작품상, 극본상, 남우주연상 등)을 휩쓸면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철저하게 기독교 문화 콘텐츠로 시작했지만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한국뮤지컬계에서 그 해의 최고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할 때 였어요. 여중생들이 들어와서는 처음에 심드렁하게 보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공연 끝날 때 되니까, ‘너무 재밌다’ 면서 방방 뛰는 거에요. 작가로서 황홀감이랄까, 그런 걸 느꼈어요.” 뮤지컬 <더플레이>는 기독교 뮤지컬 콘텐츠의 성장 모델로 지금도 회자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작품은 운영에 있어 아쉬움을 남겼고, 공연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제작비와 극장 규모에 욕심을 냈던 거 같아요. 인간의 욕심과 우상에 대해 쓴 작품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연 자체가 우상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좋은 기독교 작품에 대한 교계의 지원이 절실함을 토로한다. “이제 교계에서도 문화의 중요성은 많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 자란 열매만 원하시는 것 같아요. 문화는 키워야 하는데 말이죠. 투자 없이 공짜로 될 수는 없겠죠.” <더플레이>의 성공 후에 뮤지컬 <루카스>라는 작품 역시 한국 교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수차례 앙코르 공연 후에 현재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작 김수경 작가는 극작이 본인에게 아직도 어려운 일이라며 겸손한 말을 전한다.






는 하나님이 영감을 다시 주실 것을 100% 신뢰하거든요

김수경 작가는 요즈음 출판 쪽에 다시 힘을 쏟고 있다. “제가 다루었던 장르들이 혼합적이다 보니, 예전에는 소설을 전문으로 쓰는 작가에 대한 욕심이 열등감처럼 있었어요. 하지만 신앙을 담아서 독자들이 편하게 접하고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과연 어떤 것이 더 적합할까 하는 고민으로 바뀌었어요.” 김수경 작가의 최신작 <비판으로부터의 자유>는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카툰과 우화를 잘 어우른, 본래 작가의 영역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송정미의 일인 뮤지컬극으로도 좀 더 크게 넓혀볼 계획이다. 김수경 작가가 개인적으로 겪었던 상처와 하나님이 치유해주신 그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제가 지닌 자원은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의 자원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에요. 지금 쓰다가 멈춰도 내일 하나님이 또 영감을 주실 거라고 믿어요. 다른 작가들은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불안해 하고 술이나 담배, 다른 것을 의지하지만 저는 하나님이 영감을 다시 주실 것을 100% 신뢰하거든요.” 크리스천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잊지 않는다. “먼저 잘 살고 편하려는 기대는 버려야 할 거에요. 
힘든 길이지만 옳은 길이기 때문에 간다는 주관이 있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매번 실망하고 하나님을 원망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계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실력으로나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멈추는 순간 끝이에요. 신학적으로도 올바른 관점을 지니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나의 계획은 무의미해지더라는 답을 한다. 자신의 진심이 하나님과 함께 의논한 것이냐에 집중할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 그때 주어지는 문화선교사로서 사명을 다하겠다는 그녀.
그녀는 이번 부활절에 문화선교연구원이 주관하는 부활절 뮤지컬 프로젝트에 함께한다. 몇 년간 잠들어 있던 뮤지컬 <더플레이>가 오늘에 맞게 새로운 옷을 입고 세상과 새롭게 만날 준비를 하며 그에 맞는 각색 작업을 그녀의 손을 통해 다시금 부활의 날개짓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 교계에 인정받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끝없는 자기 발전과 성장에 힘쓰며 더 깊은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손끝을 타고 구성되는 아름다운 세계가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기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