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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3-04 싹, 틔움

싹, 틔움 5│두산아트랩, 그 작가의 실험실


봄이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속에서 하나둘 싹이 올라온다. 힘겹게 땅의 무게를 이겨낸 떡잎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험한 세상의 바람을 이겨낼 수도, 열매를 맺을 수도 없다. 물과 햇볕과 양분, 사람의 관심과 자연의 노래로 싹은 자라고 꽃을 피운다. 이것이 비단 꽃뿐이랴!  글 · 사진 원유진
 

2012년 1월 말, 두산아트센터는 뮤지컬<심야식당> 독회를 했다. 실험적이고 잠재력 있는 창작 작품 발굴을 위해 시작한 두산아트랩은 완벽하게 완성된 작품은 아니지만, 워크숍, 독회, 쇼케이스 등의 다양한 형태로 만든 만큼만 보여준다. 이 시도는 ‘돈을 냈으니만큼 보고 즐기라’ 는 여타의 공연과는 달리, 소개하는 작품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다. 다 완성하지 않은, 이제 막 연습을 시작한 작품을 보는 것은 어떤 재미가 있을까?
 

독회를 시작하면서 연출을 맡은 김동연은 배우에게 ‘와서 읽기만 하면 된다’ 고 말하고 시작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노래와 춤 연습부터 가무대 설치까지 하는 등 일이 점점 커졌다고 했다. 자라난 싹은 성장을 멈출 수 없다. 하나의 대본, 한 명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작품일지라도 연출과 배우, 스텝을 만나 급속도로 자라난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오늘, 당신에게 하나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당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라. 우리가 제대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걸 보고 당신의 상상과 비교해 보아라, 더 재미있을걸?

사실, 아트랩은 관객보다는 연극계 종사자와 투자자를 위한 자리다. 대본만
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현장의 느낌을 전해주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질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공연을 다 만들어 놓아야만 매표를 통해 수입이 생기는 현실에서는 지금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어내라고 요구할 수 없다. 언제까지 헝그리정신을 바랄 것인가. 이제 무대예술계에도 투자의 봄바
람이 불어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