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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뉴스 따라잡기

모르면 손해


올해 초부터 MBC와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같은 언론사 노동조합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사 노동조합이 동시에, 그것도 유례없이 길게 벌여 온 장기 파업입니다.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다수의 기자와 PD는 해고당했고, 주요 인력이 빠진 각 언론사는 운영에 타격을 입었다며 울상입니다. 파업에 동참한 노동조합원들은 5개월 째 월급도 받지 못하고 힘겹게 싸우고 있고, 그들을 지지하는 분들은 밥차를 지원해 주기도 하고, 십시일반 모아 생활비를 지원해 준 사례도 있습니다. 언론사측은 운영의 타격을 해소하기 위해 인턴 기자와 아나운서 등을 뽑는 번거로움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언론사 노동조합들은 ‘파업의 공통적인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 당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권력자의 측근인 경영진이나 언론사 사주가 특정 사안에 대해 기사를 쓰거나 방송하는 일을 막았다는 얘기지요. 우리 사회에서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할 언론사 사장과 경영진들이 부도덕한 짓들을 일삼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반면 언론사 사측에서는 공통적으로, 노동조합이 권한을 넘어선 불법 파업을 하고 있다며 맞섰습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노조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파업을 하고 있다,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 인사 문제를 노조가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공정한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을 막은 일은 없다는 말로 대응했습니다.
파업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공정보도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언론사 파업을 응원한다” “이른바 ‘종북좌파’ 혹은 ‘빨갱이들’에게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 “파업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무한도전>이나 <1박2일>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제대로 방송됐으면 좋겠다” 등 파업에 대한 찬반과 무관심으로 민심은 나뉘었습니다. 

올 상반기 대한민국 언론사 노조들의 파업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는 각자의 자유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 통합이 필요하다며 언론사까지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섞은 목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사측이 각각 어떤 주장을 펴고 있는지는 한번쯤 들여다 볼 필요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알게 모르게, 언론은 언론사에서 일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나와 내 가족의 눈과 귀를 붙잡고 있는 보도와 방송 프로그램을 어떤 이력을 쥔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그저 남의 일 정도로만 치부하다가는 결국 손해 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뜻입니다. 대중은 결국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사실을 알 수 밖에 없으니까요.

조현용| 커다란 머리만큼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고 알리고 싶은 MBC 기자. 사실 부지런하기보다는 게으르고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여러 나라를 개 마냥 싸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오직 맛있는 연유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하는, 크리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