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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어른이 된다는 것

헝그리정신 강요하기 있기, 없기?

인턴제도 때문에 말이 많죠. 기업 실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악용하는 사례가 자꾸만 늘어나니까요. 신입사원과 다를 바 없는 업무량을 소화하면서도 인턴이란 이유로 책정 임금의 80% 이하를 받는다거나, 국가 보조 때문에 필요도 없는 인력을 뽑아, 문서 복사, 설거지, 청소 등의 허드렛일만 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하죠. 물론, 긍정적인 곳도 많겠죠, 어디에나 명암은 있게 마련이니까요. 교회라고 다를 것 있겠습니까? 아니라고 하셔도 할 수 없어요. 교회의 인턴, 전도사입니다. 

교회 안의 88만 원 세대
아닌 경우가 많아 교계에서도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대개 신학대학에서 학부나 대학원 과정을 공부 중인 학생은 교육전도사, 전도사로 교회에서 일을 합니다. 목사가 되기 전, 경력도 교회 실무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니 교회를 섬기지 않으며 공부만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직업이나 일이란 표현을 써서 벌써 언짢으신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직업란에 목사라고 적으니 일로 분류해도 되겠지요? 아니면 왜 월급이며 안식년이란 말을 쓰겠습니까. 네, ‘헌신’이라고들 하죠. ‘사역’이라고도 하고요. 좋죠, 헌신. 누가 나쁘답니까? 하지만 생활은 보장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구약시대 성전을 관리하고 제사를 맡아보던 레위지파는 그 외의 일을 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다른 지파 사람들이 헌납한 공물로 생활을 꾸리며 살았습니다. 왜요? 집중해서 하나님 섬기라구요. 바울이야 성도의 짐을 덜기 위해 말씀 전하는 일과 함께 투잡을 뛰었다고 하지만, 전도사님들의 생활을 보면 가능해 보이진 않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으면 교회에 있어야 하거든요. 방학에는 학교 핑계는 댈 수도 없이 풀가동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도사님들의 월급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얼마 전 어느 신대원에서 나온 신문을 보니 10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더군요. 그중에서도 80만 원 이하가 반 이상이었습니다. 헐! 대학 잘 다니고 석사과정까지 밟고 있는데, 생활비로 받는 게 7, 80만 원이란 소립니다. 돈만 생각하면, 누가 이 일을 하겠습니까? 석사 정도면 동네 논술학원에서 아이들 첨삭지도만 해 줘도 그보단 더 받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괜찮아
어떤 교회는 대학원 학비를 대주고 3, 40만 원 정도를 월급으로 준다고 해요. 대학원 학비가 얼마나 비싼데, 그거 지원해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 라는 분도 계시더군요. 또 어떤 분은 교회는 세상과 달라서 돈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급여에 상관없이 전도사의 직분은 귀하다고 말씀하시고요. 이렇게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게 우리의 문제입니다. 전도사라고 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우리와 뭐 그렇게 다르겠습니까. 게다가 학생이라 학비 말고도 돈이 새나가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비싼 책도 계속해서 사다 읽어야죠. 밥은 어떻게 먹고, 잠은 어디서 자겠습니까. 요즘 학생들이나 다를 게 없어요. 게다가 결혼을 안 하면 청년부서를 맡기 어렵습니다. 결혼은 또 어떻게 하며, 생활은 어떻게 꾸린답니까. 결혼을 어찌어찌 하더라도, 교회에서 주는 사례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모’라도 어떻게 살아보겠다고 일이라도 잡으면, ‘은혜’가 안 된다고 난리 납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되는 대로 허리띠 졸라매고 반 공기씩 먹으면서 살아야죠. 그렇다고 정장이 후줄근해서야 쓰겠습니까? 교회 일 하는 사람인데. 수트는 언제나 고급, 머리도 단정,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간식도 잘 쏘는 호탕한 성격까지 갖춰야 살아남는 게 교회라는 거, 정말 여러분은 모르셨나요?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한 전도사님이 우스갯소리로 꺼낸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래서 목사가 되면 돈독이 오르나 봐요.” 풍족한 삶을 누리게 해 주자는 거 아닙니다. 그럴 거면 이 일 시작도 안 했겠죠. 하지만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악용해서는 안 되죠. 그러니까 헝그리정신 강요하기 있기, 없기? 글 원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