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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뉴스 따라잡기

투표 시간과 투표 기회

“세계가 나를 녹색성장의 아버지라 한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다” - 이명박 대통령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이뤘고 인권국가로서 세계적 존경을 받던 나라였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것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前윤리위원장 인명진 목사

어느 쪽 이야기에 동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름 없는 국민으로서 자신과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을 입증하고, 또 그에 따라 정치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투표라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민주화 이후 이러한 투표, 특히 대통령선거에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낮아지는 투표율의 원인을 분석하는 가운데,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투표 시간을 몇 시간 연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권리 행사를 하기에는 투표가 너무 일찍 끝난다는 겁니다. 지난 총선 당시에는 중앙선관위가 투표 불참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불참자의 39.4%가 출근이나 용무 때문에 투표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에게, 오후 6시 투표 마감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는 투표 시간이 더 부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용주에게서 투표 시간을 보장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생산라인 돌리는 것을 멈추기 어려운 공단의 근로자가 밀집해 사는 지역과, 고용주의 눈치를 더 보기 마련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투표율이 평균 투표율보다 현저하게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위 ‘변변치 못한’ 일을 하며 억지로 휴일에 끌려나오는 것도 싫은데, 정치적 의사를 반영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니 참 답답한 노릇이지요. 

그렇다면 투표시간을 연장할 경우 투표할 기회를 더 보장 받을 수 있을까요?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 볼 수 있습니다. 투표율이 급락하자 일본 정부는 저녁 6시까지였던 투표시간을 저녁 8시까지로 늘렸습니다. 그러자 제도 변경 직후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투표율이 10% 올랐고, 특히 전체 투표자의 10% 이상이 연장된 두 시간 동안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또 투표 끝나는 시간을 오후 8시 이후로 정하는 미국, 핀란드 같은 나라는 우리보다 높은 평균 투표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표 시간을 연장하면 투표율도 높아지고, 그만큼 투표권 보장의 가능성도 커질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투표 시간 연장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투표는 시간이 아니라 성의의 문제이고, 선거에 드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스럽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역시 지난 18대 국회 초반, 이른바‘ 친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투표 시간 연장을 추진했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이 문제가 여야를 떠나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시급한 사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누구도 표심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법. 정작 투표 시간을 연장했을 때 어느 쪽이 덕을 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참고로 지난 대선의 투표율은 약 63%,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를 이끌어 온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사람은 전체 유권자 중에서 약 31%였습니다.


조현용| 커다란 머리만큼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고 알리고 싶은 MB C 기자. 사실 부지런하기보다는 게으르고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여러 나라를 개 마냥 싸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오직 맛있는 연유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하는, 크리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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