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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문화동네 사람들

때를 기다리며 차근차근 한 걸음씩│배우 임지규

“교회에 간증을 초대 받아 가면 또래들은 알아요. 권사님 장로님들은 잘 모르세요. 그래서 제가 그래요. 어디에 나왔는지 긴가민가하시죠? 제가 오늘 하나하나 생각나게 해드릴게요. 이야기를 통해서 저기 나왔던 배우구나 박시후 비서였구나 독고진 매니저였구나 이렇게 자연스럽게요.” 청중을 두고 제 신앙을 고백하는 일은 겸손과 자만 사이의 외줄 타기며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다. 많은 힘과 신경을 쏟아야 하는 일이라 선뜻 나설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복음은 자랑할 수밖에 없으며 복음을 전하는 일은 결국 나를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기에 기꺼이 선교지와 무대로 나선다는 배우 임지규를 만났다. 원유진 · 사진 탁영한

멈춘 것 같을 때에도 여전히 일하시는 분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사람도 있지만, 임지규는 서서히 입소 문을 타며 자신의 자리를 견고히 세워간다. 촬영분을 캡처해 모아놓은 블로그가 늘어가고 전작을 찾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임지규’를 검색해서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드라 마도 영화도 아닌, 간증이다. “제 삶을 뒤돌아보니 시간이 남아서 선교를 가는 게 아니라 애초에 하나님께서 계획해 놓으신 제 삶에 배우와 선교사의 삶이 동일하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서울에 올라와 모델을 준비했지만 길이 열리지 않을 때, 하나님은 예배와 선교를 통하여 비전을 발견하게 하셨다. “과연 이 길을 선택한 게 맞는 걸까. 그 부분을 선교를 통해 알게 해주셨죠. 복음을 전하러 가서 서서히 비전을 발견하게 됐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하나님을 알리는 도구로 쓰고 싶어하시는구나.”
한 해 제주도 선교만 천 명 이상씩 가는 교회에 다니는 임지규는 자연스럽게 선교를 접했다“. 내가 하나님 많이 안다고, 많이 준비했다고 해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거기 가서도 결국 일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었어요. 그러면 편해지죠. 하나님 제가 가긴 갈 테니까 알아서 책임지세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이 깨달음은 연기로 이어진다.“ 우연히 독립 단편영화(핑거프린트, 2004) 오디션을 보았고 통과해서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어요. 그 영화 때문에 독립영화 캐스팅이 자꾸 들어오는 거예요. 첫 단편은 대사가 없었거든요. 보는 사람에 따라 ‘대사도 없는데 연기를 왜 이렇게 잘 해?’ 이래요. 실은 대사를 못해서 안 한 건데 사정을 모르는 분은 칭찬을 해주신 거고요. 캐스팅하려고 불러봤더니 대사를 못해서 삼 년 정도 쉬었죠. 그러다 독립 장편(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2006)을 찍고 그 장편때문에 또 장편(은하해방전선, 2008)을 찍고. 두 장편이 부산영화제에 나가면서 한 배우가 두 작품에 출연하더라, 그 배우가 누구냐,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독립영화계에선 주목받는 배우였지만, 여전히 주위의 걱정은 많았다. “제가 드라마나 공중파를 먼저 했으면 아마 실력이 없어서 금방 없어지기도 했을 뿐더러 애초부터 인기나 돈에 따라 살아가는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독립영화는 대중의 관심과 먼 매체거든요. 그러다 보니 역할 준비하는 데 관심을 두게 되고 제가 무엇이 부족한지 잘 알 수 있었어요. 독립영화는 일상적인 연기를 많이 요구해요. 일상적인 말투로 연기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그런 훈련을 받으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았죠. 여러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떨어지는 이유가 평범해서였거든요. 그런데 독립영화 경험이 쌓이면서 나중에 캐스팅되는 이유를 보니까 자연스럽고 평범해서래요. 제 약점이었는데 그게 장점이 된 거예요. 하나님은 잘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평범함이 나의 개성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시더라고요.”
선교를 시작했을 때에야 배우의 길을 열어주신 하나님은 때마다 제 힘으로 이룬 것이 없음을 고백하게 하셨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선교 현장으로 가는 것은 손해같아 보였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시며 자신의 부족함을 깨우치시고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더욱 풍성하게 하셨다. “배우는 착각을 잘하는 사람 같아요. 방송이나 영화에 나오는 장면은 잘한 부분만 편집해서 나오거든요. 잘한 것만 보니까 연기 잘하는 줄 알죠. 제가 그랬어요. 하지만 새 작품이 들어와 준비하면, 아니에요. 그래서 제 노력이 아닌 하나님이 보내주신 좋은 파트너, 소속사 대표님과 함께 만들어나가게 하셨죠.”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 관계를 견고히 하기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핑크빛 미래는 없었지만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하루하루 살아낸 후에 뒤를 돌아보면 그 과정에 하나님은 항상 함께하고 계셨다. 이런 경험 또한 후배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는 자주 무엇이든 빨리 결과를 얻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과속’하지 않게 우리를 붙드신다. 비전을 이루는 것만큼이나 비전을 이루어가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준비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또 깊게 만들어가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영화 <과속스캔들> 했던 게 30대 초반이었어요. 배우로서 늦은 나이였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쓰시니까 비록 남보다 늦었지만 차근차근 하나님이 역전을 시키더라고요.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서 있으면 늦어도 늦은 게 아니더라고요. 정말 비전을 발견하고 싶으면 먼저 하나님과 가까워질 시간이 허락된 걸 감사하는 것,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게 정답이었어요.” 
또한, 남과 비교하며 실망하고 좌절하기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뜻을 찾으며 제 것으로 만들 지혜를 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과속스캔들>로 깨달은 게 그거였어요. 주인공 세 명 다 떠서 광고 찍고 이름 알릴 때, 전 그다음인데도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돌아보니 만약 떴다면 좋은 기회가 되어 캐스팅됐겠지만,  아마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배우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그걸 잘 아시고 제게 실력 기를 시간을 주신 거예요. 4년 뒤에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만났어요. 한번 뜨고 사라질 배우가 되고 싶으냐, 아니면 믿고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냐, 그건 본인에게 달려있어요. 인생 한 방? 아니에요. 내 삶의 0순위는 하나님이라고 고백할 때까지 하나님은 기다리고 계세요. 그런 상황이 되면 하나님이 쓰지 말라고 해도 쓰는 상황이 와요. 조바심 안 냈으면 좋겠어요.”


남김없이 비울 때 채우시는 은총, 그 기쁨을 나누는 삶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삶은 하루하루가 천국일 것 같지만, 임지규의 마음 한편엔 헛헛함이 커졌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지고 내가 만난 하나님을 전하면서 ‘지규 오빠 간증 들으며 은혜 받았어요’, ‘교회 가고 싶단 생각 들었어요’ 이런 얘길 들으면 뿌듯했죠. 그런데 저는 하나님하고 더 친밀해지지 않는 거예요. 이게 뭘까 봤더니, 여전히 끊지 못하는 죄가 있더라고요. 이런 나의 모습을 숨긴 채 믿음 좋은 척 앞에 섰던 거예요. 그들을 속일 순 있지만 하나님은 아시니까. 사람에게 쓰임 받을수록, 칭찬받을수록 하나님 앞에 못 나서겠더라고요.”
그러던 중 복음학교에서 다시 훈련을 받으며 복음과 제 삶을 새롭게 발견했다. “내가 믿는 복음이 진리라면, 온전히 믿었다면, 그 복음은 내 삶의 능력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 죄를 끊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나는 내 삶의 시간을 하나님한테 참 많이, 백이면 구십구를 드렸다고 생각했는데 하나 드리지 못하는 부분, 사실은 거기에 내 전심이 있더라고요. 이러면 하나님은 온전히 내 안에서 일할 수 없거든요.” 이 깨달음 또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제 갓 그런 마음을 알았다고 해서 내가 그걸 다 깨우친 것처럼 말하는 건 섣부른 교만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결단하고 살고 또 살아가면서 이런 부분을 공유하고 싶어요. 이겨낼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선배이고 싶어요.” 

“예수님이 이런 얘기 하셨어요. ‘나더러 주여 주여 부르는 자마다 다 천국에 갈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뜻 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많은 사람이 예수님 십자가 때문에 구원받았다고 말해요. 그런데 십자가 복음을 정말로 믿었다면 내 삶에 예수님이 온전히 살게 허락했다면 그 능력은 내 삶에 나타날 수밖에 없거든요. 나타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하나님 뜻대로 사는 삶, 내 삶의 모습을 통해서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고 주님이 하셨다고 고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교뿐 아니라 임지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려고 노력한다. 팬과 소통에도 자신이 만난 하나님을 인터넷 매 체를 통해 나누고 있다. “성경 구절만 탁 올려서 알아서 느끼게 하는 건 불편하더라고요. 저도 그걸 이해 못 하니까.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깨달은 것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어린 친구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계속 써나가야겠다. 인터넷 매체에 올릴 때 나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죠.” 임지규의 트위터와 미니홈피, 팬카페에는 삶과 말씀을 나누는 임지규의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첫째 기준은 그 작품이 돈을 많이 벌게 하거나 유명한 감독님이 하는 거라고 해도, 하나님을 오해하게 하는 작품은 선택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를 보는 사람들은 내가 기독교인인 걸 잘 알 텐데 내가 나오는 작품이 하나님을 오해하게 하면 그건 잘못된 것 같거든요.” 배우의 삶을 통해 하나님을 전하고 싶지만, 이것마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면 내려놓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물론 내가 거부한다고 해서 포기하실 분이 아니란 것도 알아요. 그렇다면 하나님이 하라고 하신 일을 순종함으로 하나님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될 수 있게끔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하거나 교회 일을 하거나 일상을 살 때에도 하나님의 뜻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임지규를 이끌어가는 하나님의 다음 걸음이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