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Amour, 2012
감독 : 미카엘 하네케
출연 : 장 루이 트린티냥(조르주), 엠마누엘 리바(안느), 이자벨 위페르(에바)
사랑. 그 모호하고 매력적인 대상을 그린 숱한 이야기 가운데, 또 하나의 대단한 사랑 이야기를 만났다. 사랑 이야기를 한 번도 들려 준 적 없는 거장에게서, 그것도 제목이 대놓고 ‘사랑’인 이야기를!
평생을 아끼고 사랑한 80대의 부부 안느와 조르주는 제자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고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귀가한다. 외투를 번갈아 받아주는 부부는 일상적이지만 평범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평범한 부부의 식사자리에서 안느는 범상치 않은 징후를 보인다. 포스터에서 황혼의 남과 여가 서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결정적 순간이다. 사실, 안느의 시선은 그 어느 곳도 향하지 않은 빈 시선이다. 마치 코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의 두 눈을 관통해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외로운 시선이다. 그 짧은 시간, 공허 했던 그 시선을 시작으로 부부의 일상은 변화를 겪는다. 안느의 몸은 천천히 굳어가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이 영화가 대단한 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을 바라보는 정직한 시선 때문이다. 그것이 질병이든 실패든 상실이든 삶에 비극의 가능성은 늘 열려 있고, 우리는 그 비극에 대해 결코 충분히 준비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안느는 실패 확률이 아주 적은 수술에 실패했고, 한쪽 손부터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실감하지 못했다. 제자가 불쑥 방문했을 때에도 여느 때처럼 멋진 선생님으로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호들갑 떨지 않았고, 무리하게 현실을 회피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사려 깊은 그녀는 그동안 이런 상황을 한번 쯤 상상해 보았으리라. 8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니까. 그녀의 현실은 상상보다 더 심각했고 더욱 심각해져만 갔다. 결국, 그녀는 인생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태어나던 날 누군가의 충만한 기쁨이었던 그들은 그렇게 아름답게 성장했고 사랑했고 나이 들고 늙어갔다. 거실에 있는 멋진 피아노처럼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동화 같은 결말만 있으면 좋으련만 사실 모든 삶이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살았다’는 건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름답게 나이 든 품위 있는 여인이 감각과 기억과 자존심까지 모두 잃어가는 과정은, 사랑하는 남편의 지극한 보살핌에도 슬프고 잔인하다. 그 누가 죽음과 쉽게 친해질 수 있을까.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랑, 끝이 있는 우리의 삶에서 그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직은 그 심오한 의미를 정의하기 어려워서, 그저 내 사랑의 대상에게 ‘사라지지 말아’ 괜한 바람을 전해본다. ‘그래, 그럴게’ 다 아는 거짓말이라도 듣고 싶어서. 글 심윤정(서울국제사랑영화제 프로그래머)
출연 :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출연 : 가보리 시디베, 폴라 패튼, 머라이어 캐리, 레니 크라비츠, 모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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