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ECIAL/2013 01-02 이즌 쉬 러블리

이즌 쉬 러블리 3│나와 네가 행복한 세상을 말하다 - 정치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김경미


한 여자아이는 행복하기를 꿈꿨다.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조금씩 세상을 배워가고, 알아가며 나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그들도 행복하게 자신의 삶과 시간을 영위하게 해 주십사 말이다. 그렇게 그들에게 눈이 가기 시작 했고, 그들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라는 질문 앞에 멈춰서 앞으로 내가, 아니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어야겠다고, 그리고 뛰어들었다.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글 · 사진 김준영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일, 그것은 소명
지금 하는 일의 만족도를 어떻게 산정할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사람마다 나름의 채점표가 있겠지만, 적어도 제 하는 일이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인지 아닌지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면, 다시 말해 하나님 뜻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그 만족 지수는 높은 쪽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이 하나님이 뜻인지 아닌지 묻지 않아서 좋아요. 적어도 제게는 지금 하는 일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큰 범주 안에 다양한 소재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 행복한 축에 속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중요한 것은 그 행복을 나만 아닌 다른 사람도, 내 이웃도, 여러 사람도 함께 누리며 느끼고 일하고 살기를 바라는 거죠.”
그녀는 이렇게 웃는다. 그렇지만 그녀의 웃음 뒤에는 진지하고 단단한 고민의 걸음이 있었다. 처음엔 평화네트워크, 평화와 공공성센터 등 시민단체 영역에서 평화 운동으로 시작했다. 촛불도 들었고, 함께 연대해 직접 나라의 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만들거나 집회에 나갔다. 그러던 중 매번 촛불을 들러 모일 수도 없고, 또 매번 연대해 현장으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다시 한 번 고민했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그는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느끼고는 2011년 초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에 발을 디뎠다. “제 직업적 소명과 아주 근접한 곳이 바로 이곳 연구소 일이에요. 물론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죠. 다 그만두고 시골 등에 내려가서 소시민들과 몸 부대끼며 살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죠. 일하다 보면 내가 그리는 세상과 현실 상황의 차이는 의외로 커요.” 꿈꾸는 세상과 현실의 괴리는 늘 있지만 때론 그녀도 이 괴리의 틈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직도 소망과 희망을 보고 있기에 자신의 일을 즐긴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선거 제도 개혁 
우리가 사는 사회가 좀 더 소수, 약자, 혹은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민주적 정신과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그녀는 한국 선거 제도를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같은 비례성이 높은 선거 제도로 바꾸는 것이라 답했다.
“얼마 전 여행을 갔는데, 프랑스일 거예요. 거기는 유학생들에게까지도 집 렌트비 그러니까 월세겠죠. 그 월세를 국가에 서 지원해 주더라구요. 게다가 학비도 정말 싸구요.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잖아요. 반값등록금은 늘 이룰 수 없는 꿈과 같 은 이야기이고 월세는 점점 올라만 가잖아요. 가슴이 아프죠. 그런데 제가 늘 꿈만 꾸던 세상이 정말 존재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던 여행이었어요. 이것의 시작은 현재 지역주의 정치 구도를 고착화하는 선거 제도에서 탈피해 소수의 목소리, 정 말 중요한 정책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실 정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라고 봐요. 그 면에서 비례대 표제 선거제도는 아주 큰 이점이 있죠.”
한국은 현재 아주 소극적인 비례대표제만 채택하여 사용한다. 작은 인원이 정당을 만들어서 자신의 정치에 동감하는 시민에게 찬성을 얻어서 2개 거대 정당에 속하지 않더라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놀라운 삶이 우리에게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너도 작은 목소리가 그 소리를 발하고, 그 소리의 울림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다…. 그녀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화하는 일에 삶을 드리려는 것이다.

진보 또는 보수?
그녀는 자유롭기를 원한다. 이 자유라는 단어를 진보진영에서는 공동체라는 단어 밑으로 두어 희생을 요구했고, 보수 진영에서는 부한 자의 자유로 오독해 풀어냈다. 그래서 그녀는 가난한 자든 부한 자든, 힘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평등하게 자유롭고, 그 자유가 모든 이에게 의미를 주어 삶에 영향력을 주는 사회를 위해 일한단다. “진보적 자유주의 가치가 그 둘을 잘 풀어 내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가치를 확산하는 일에 저와 제가 일하는 이 연구소가 뛰어 들었죠. 교수, 정치인, 시민활동가, 청년들 이렇게 많은 층이 다양하게 뭉쳤어요. 앞으로 5-10년 후 한국적 지형에 맞는 이론과 이념을 만 들어가는 일을 하죠.”
그녀는 한국적 지형에 맞는 이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기초와 사람이 다른데 어느 한 사람의 이론만 신봉하여 적확하게 적용하는 건 어쩌면 아집일 수 있다. 그녀는 그 아집에서 거리를 두면서도 포용할 수 있는 포럼을 열기도 하고, 두 진영의 목소리를 지혜롭게 모두어 진심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장을 계속해서 기획하고 만들어 낸다. 포럼과 모임을 통해 만들어 낸 담론을 실험해 보고 그 실험을 통해 좀 더 가능한 이론을 발전시키는 일을 한다.“ 언젠가 저 는 실제 정치하는 일에 뛰어 들고 싶기도 해요. 정당원으로 활동해서 내가 품고 있는 생각과 이야기가 그들과 소통이 가능 한지를 알아보고 싶죠. 머리에서 생각하고 있다면 언젠가 가슴으로 내려올 것이고, 언젠가 하겠지요. 그게 저거든요.” 

여성이 지닌 능력으로 변화를 꿈꾸며
쉽게 남성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정치 영역. 여성은 투표권 하나 마저도 투쟁과 저항의 연속을 통해 얻은 것이지만, 실제 정치가 삶의 이야기라면 여성이 정치 문제에 남성보다 그 거리가 훨씬 가까울지 모른다. “시민사회 영역에 가보면 여성이 절대 다수예요. 통반장도 여성이 더 많구요. 일도 엄청나게 꼼꼼하고 정확하죠. 게다가 공감하고 소통하고, 현실 사회의 아픈 부분을 더욱더 깊이 느끼고 애통하죠.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에 맞는 직함과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 같아서 조금 속상하기도 하죠.”
수동적인 자세로 지원하는 위치가 아닌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일에 여성이 지닌 장점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 나라의 어두운 곳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그녀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지니고 더 끌어 안고 더 공감하며, 더 소통하며 살고 있다.
 
신문을 개인을 위한 기도편지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신문의 여러 부분을 꼼꼼히 읽어 보면 기도할 것이 너무 많다고 한다. 기도하며 그들의 자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뛰어든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에 한 발 더 다가 설 것을 확신했다. 그녀가 걸어갈 그 길을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