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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뉴스 따라잡기

48.4%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전체 유권 자의 48.4퍼센트, 약 1천4백70만 명입니다. 박 당선인이 과반의 지지를 얻었지만, 바꿔 말하면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까운 국민이 박 당선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박 당선인은 투표장에 결집한 5,60대 이상에게 몰표를 얻었지만 2,3,40대 젊은 유권자 절반 이상에게는 외면당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통합’이 화두였던 대선이었지만, 선거 결과는 기존에 있던 지역 간 갈등에 세대 간 갈등까지 더해져 국민 사이의 대립이 극에 달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당선인의 이야기처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거 결과에 좌절한 국민들과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http://www.saenuriparty.kr/web/news/adv/brochure/readBrochureView.do?bbsId=BRO_000000000419326

그런데 소통을 담당할 대한민국 언론은 병들어 있습니다. MB정부 5년 동안 언론의 공정성 훼손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해직되거나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받은 언론인은 4백50명에 이릅니다. 언론인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선 관련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정권에 장악된 언론은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 박사 논문 표절의혹’,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타임지 표지에 실린 ‘Strongman(스트롱맨: 독재자의 딸)’이란 제목의 의도적 오역 등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편파 보도를 일삼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박 당선인이 지난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고 자신을 뽑지 않았던 나머지 절반의 국민과 진정 소통을 원한다면, MB정부에서 일으킨 언론 문제는 해결해야만 한다는 얘기가 당선자 측근의 입에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소통과 대통합을 이야기하는 박 당선인은 아직까지 언론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사이 박 당선인을 지지했던 인사 중 일부는 언론을 입맛에 맞게 길들여야 한다고 ‘종북-좌파’ 운운하며 시대착오적 색깔 논쟁마저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선이 끝났으니 통합이나 소통보다 우리의 원칙이 우선”이라며 태도를 싹 바꾼 겁니다.
올곧게 권력에 쓴소리를 하던 기자들이 쫓겨난 자리에는 마치 ‘기자’가 ‘기회주의자’의 줄임말이라도 된다는 듯, 진실을 말하던 기자들이 탄압받는 틈을 타 언론사의 문턱을 넘은 대체 인력들이 자리를 잡은 채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오직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생각 밖에 없는 창조적인 PD들이 쫓겨난 자리에는, 정권과 회사 경영진의 뜻에 맞는 생산물만 찍어내는 자들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기사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건 국민에게 재앙이요, 국가적인 손실입니다.

박 당선인은 ‘1백 퍼센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잘 살아보자’고 이야기 합니다. 잘 산다는 것이 단지 물질적 풍요만 뜻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소통 없이는 박 당선인을 뽑지 않았던 절반 가까운 국민을 포용해 ‘1백 퍼센트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소통할 수 있고,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온전하고 제대로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전제, 바로 이 소통을 위한 언론 문제 해결의 과제가 선거 유세 기간과 당선 직후까지 화해와 대탕평, 국민대통합의 국정 운영 원칙을 제시했던 박 당선인 앞에 놓여 있습니다



조현용|커다란 머리만큼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고 알리고 싶은 MBC 기자. 사실 부지런하기보다는 게으르고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여러 나라를 개 마냥 싸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오직 맛있는 연유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하는, 크리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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