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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편집장의 편지

2013년 3-4월 편집장의 편지

이번 호를 준비하며 밀양엘 갔었습니다. 채 10분도 머무르지 못했습니다. 환승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차를 기다리며 밀양역을 등지니 왠지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서울에서 떠날 때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잿빛 하늘이 조용히 내려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이번 겨울은 겨울다웠습니다. 무엇이 무엇답다는 것은 쉬 변하는 내 행동거지와 마음가짐을 다시 추스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나는 자유로이 움직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고정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기에 나는 그 존재를 한 없이 추구하기도 하고 또한 사고가 미치는 그 어디까지라도 가능합니다. 미안합니다만, 당신에겐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나는 올 겨울이 좋았습니다. 

4월에는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시작합니다. 그것을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 차근히 읽어 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십시오. 나는 사랑이 춤을 추는 축제의 자리에 당신과 만나고 싶었고, 당신과 합을 이루어 흥겨운 춤 한바탕을 벌이고 싶습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며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 하는 영상을 소개 했습니다. 당신과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기를, 그리고 그 사랑이 널리 그들 안에서 꽃으로 피어나기를. 

꽤 오랜 기간 <오늘>의 필자로 함께 해 주셨던 정동현(추천음악)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신 송오브루나의 보컬 차예지 님이 자신의 감성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또한 추천도서를 써 주셨던 조익상 님 대신 조선아 님이 흥미로운 책을 선정해 당신에게 권합니다. 읽어 보셨겠지만 1-2월 호부터 추천했습니다. 나는 그녀가 추천한 세 권을 모두 사서 읽었습니다. 그만큼 좋았다는 말입니다. 농부 최혁봉(사실 목사이신데, 지금은 농부로 자신을 규정하셨습니다) 님의 햇빛 아래 노니는 삶, 그리고 클래식의 숲을 거닐다와 교차로 새롭게 시작하는 국악의 숲을 거닐다 필자인 정송희 님의 글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국악을 다루다니요. 

나는 지금 창원행 기차 안 7호차 5B에 앉아 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의 오늘을 만나려고 말입니다. 당신이 그곳에 있기에 또 가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만나는 것을 기대하듯 당신도 나와 만남을 기대하고 있겠죠, 어디선가 말입니다. 봄이 당신의 자리에 충실하길. 아!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기간에 만나요. 4월 4일에 시작합니다.


편집장 김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