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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가 밝힌 광화문 촛불

 

요즘 이런 농담이 들린다.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지만, MB는 초중딩과 싸운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성 미디어들이 친정부적인 논조와 기사를 생산했음에도 광화문의 밤을 밝히는 촛불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갔었다. 쇠고기 재협상으로 시작되어, 정권퇴진으로까지 확산되었던 이 촛불집회가 바로 미디어의 변혁을 그대로 반영하는 바로미터이다.


대안 미디어로서의 블로그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이 진보적 도구가 정치적 성취를 이룩한 대표적인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대형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과 댓글로 네티즌들은 열린 정부를 만들어 냈었다. 그러기에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의 경계대상 1호는 당연히 포털 사이트였다. 그 사이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가 여러 가지 제한기능을 마련했다. 5년 전처럼 게시판과 댓글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 할 수 없게 했다. 네이버라는 큰 아크로폴리스의 문이 닫히자 네티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블로그(Blog)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되었다.

즉, 노무현이나 이명박 대통령 모두 인터넷 활용능력에 힘입어 권력을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확장과 억제라는 명백한 차이다. 지금 촛불집회 확산의 복판에는 블로그가 있다. 노트북을 들고 디지털 카메라를 매고 광화문에 나간 시민이 무선인터넷으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현장을 중계한다. 그러면 수천에서 수만 명의 네티즌들에게 즉시 광화문의 상황은 ‘보도’된다.  미디어다음 블로거 뉴스에 베스트 게시물이 되면 ‘한 블로거의 견해’가 조선일보의 사설보다 많이 읽힌다. 이렇듯 블로그는 분명한 대안 미디어가 되었다. 그리고 이 진보된 미디어의 힘은 과거처럼 몇 개의 언론사, 몇 개의 포털 사이트를 규제한다고 축소될 수 없는 지점까지 성장했다.


‘웹 2.0’ 시대의 상징

블로그는 인터넷이 가진 확장성(Wide)과 의외성(Web)이 한차례 더 진화된 괴물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처럼 소위 홈페이지 시대에는 사실 일방적인 사용자의 정보를 소비자가 학습 받는 것이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MBC TV를 보거나, 조선일보를 읽는 것과 하나도 차이가 없던 이 시대를 나는 웹 1.0이라고 정의한다. 카페를 만들고 미니홈피를 사용하는 것 역시 결국은 ‘예측가능한 자신의 주변 커뮤니티’의 구성이기에 -오프라인에서 우리가 이미 경험한 학교 동아리나 같은 취미의 동호회를 만드는- 그 역시 커뮤니케이션의 진보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블로그는 확실한 진보다. 대중혁명이다. 촛불집회의 현장을 언론을 통해 읽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현장을 기록하고, 이들의 기록은 대형매체들의 기사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 블로그가 이룩한 혁명이다. 그래서 블로그는 바로 사용자 스스로가 생산자가 되는 웹 2.0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이 무명의 블로거들의 포스트는 뉴스가 되어서 기성매체와 투쟁한다. 새로운 컨텐츠가 되어 익숙한 정보와 대립한다. 그러면서 어디가 종점인지도 모르는 미로의 거미줄(Web)속으로 확장되며 흩어진다. 이것이 바로 블로그의 성질이다.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해 몇 개의 블로그가 ‘촛불이라도 들자.’라는 포스트가 등록된 지 고작 한 달 만에 광화문의 밤은 촛불로 밝혀졌다. 블로그는 그 안에 어떤 콘텐츠가 채워졌느냐에 따라 규정될 수 있다. 뉴스나 전문적인 자료가 아니라 내 아이의 사진이나, 오늘의 묵상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그저 비밀 일기장을 쓰듯 블로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의 블로거 광장으로 내 포스트를 보내보는 연습도 겁먹지 말고 시도해 보기 바란다. 


블로그를 한다는 것은 내 생각을 세상과 부딪혀보는 실험이다. ‘확장과 의외’를 갈망하는 괴물이 살고 있는 블로그를 통해 과감하게 나만의 콘텐츠로 세상과 소통해 보길 바란다. 인터넷의 사용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생산자로서 다듬어져 가는 사이, 이전엔 없던 새로운 콘텐츠가 세상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조현진ㅣ'언어노동자'라는 이름이 붙은 그는 http://blog.naver.com/montanaz 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