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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03-04 사 · 랑 · 영 · 화 · 제

사 · 랑 · 영 · 화 · 제 9|그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영화 놓치지 말자!

“사랑영화제? 연인이 없으니 나랑은 상관없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를 그대를 위하여, 조금은 진지해 보자며 추천하는 영화가 있사오니, 일단 한 번 읽어 보시고 보암직한 영화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떠세요? 하나님과 관계가 바로 설 때, 어쩌면 그때가 바로…, 아니지, 그래도 안 생기긴 하겠지만(아 왜 눈물이 나지?). 글 원유진


하이어 그라운드(Higher Ground, 2011)
베라 파미가가 연출을 했다고요? 이 이름을 들었을 때 번뜩 떠오른 영화가 있었습니다. 하정우 주연의 <두 번째 사랑>이었죠. 한미합작영화로 국내에서는 그리 흥행하지 못했지만 ‘사랑’에 대해, 또 ‘여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영화였어요. 그 영화에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법을 배웠던 베라 파미가가 이 이야기를 자신의 첫 연출작으로 선택한 것이죠. 이 영화는 국내에 잘 알려진 사람은 아니지만, 캐롤린 브리그스의 ‘THIS DARK WORLD: A STORY OF FAITH FOUND AND LOST’라는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어린 시절에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부모의 불화 속에서 제 모습을 인정받지 못하고 자란 여자아이가 사건을 통해 다시 하나님을 찾고, 신앙 공동체 생활을 하며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소소한 이야기가 이어져서 어깨를 들썩거릴 만큼 재미있거나, 눈물이 왈칵 쏟아질 감동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처럼, 내가 믿는 것이 과연 바른 것인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사회와 이격을 보일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면 보시길 권합니다.
성경에 적힌 대로 순종하며 살아가지만 하나님과 맺은 관계는 오묘할 때가 많죠. 제 성격을 주신 것도 하나님이실 텐데 왜 나는 자꾸만 모난 돌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요?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제 신앙의 색을 찾아가는 여자의 여정은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던져줄 겁니다.
 

블루 라이크 재즈(Blue like Jazz, 2012)
미국에서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꽤 많은 사랑을 받은 책, <재즈처럼 하나님은>이 영화로 나왔습니다. 저자인 도널드 밀러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죠. 자신은 재즈가 협화음을 이루지 않아 좋아하지 않았고, 하나님도 그런 이유로 좋아하지 않았 었다고요. 하지만 사건을 통해 재즈 같은 하나님을 좋아했을 테지요. 그 ‘사건’이 무엇일까요. 다소 극화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영화는 텍사스, 보수적인 기독교 환경에서 나고 자란 주인공이 ‘기독교와는 가장 거리가 멀 것만 같은’ 리드 대학에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과 사건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러 번 생각했어요. 당장 내 앞에 마약과 술이 흥건한 파티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누가 말했던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자 마음먹은 대로 사는 것이 만만하진 않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이것이 과연 옳은가 아닌가의 갈림길에 서야 하고, 살아온 시간을 돌아 보면 벼락 맞지 않고 살아있는 것 자체로 감사해야 할 판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기준은 누가 정하지요? 별다른 고민 없이 동의한 채 살아왔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딱히 성경적이지도 않은 규제가 가득합니다. 네, 더 잘 믿기 위해서 하나씩 정했던 규칙이 법이 되고 전통이 되면서 우리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 것도 생각보다 훨씬 많아요. 이러고 보니 “난 예수님은 좋아하지만, 기독교는 싫어!”라고 말하는 아무개의 마음도 헤아릴 듯합니다. 난장판 같은 이 세상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 매일매일 넘어 지고 엎어지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긴 해도, 이런 나도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고 또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영화는 분명히 도움을 주고야 말 겁니다. 

영화제에서 다룰 영화는 훨씬 많지만, 전 이 두 편을 꼭 알리고 싶었어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고, 나침반 바늘은 그 섬세한 떨림을 멈출 때 제 역할을 못한 다고 하죠. 그래도 여전히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게 힘들고 고되어 지치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럴 때, 우리에게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의 이야기는 위로가 되지요. 단지 그 때문이에요. 지금 여기, 봄바람 때문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자 체로 마음의 동요가 회오리처럼 일어나 하나님도 떠나버린 것처럼 외로울 때, 이 두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고야 말 겁니다. 저는, 그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