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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길에게 길을 묻다

쓰레기 더미에서 사람을 만나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
냄새 나는 쓰레기장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
지나는 현지인조차도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악취가 풍겨나는 곳.
버려지는 쓰레기 더미 위에서 갈고리 하나로 먹을 것을 찾아 파헤치는 아이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오는데, 아이들은 이곳에서 살아간다.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희망이 없는 아이들의 현실이 아프다.

글·사진 신미식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고 나눠주기로 했다.
쓰레기 더미 위에 기둥을 세우고 걸어준 사진들이 신기했는지 함박웃음 꽃을 피우는 아이들.
자기 사진을 보고 신기한 듯 쑥스런 미소를 짓는 아이들.
한 장의 사진을 갖는게 얼마나 어려웠을까?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의 웃음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마치 내가 아이가 된듯 기분이 맑아진다.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착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제 나이들어 탁해진 눈빛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 만큼은 맑고 싶다.
아이들이 내게 다가와 눈빛을 교환하고 나는 카메라에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한다.
그 기억된 시간들, 그 기억된 마음들.
그 마음이 모여 그리움이 되는 것일까?
그래서 다시 그곳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것일까?




신미식| 디자인을 전공한 후 15년 가까이 그 분야에서 일해 왔다. 서른이라는 나이에처음 카메라를 장만하고 사진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17년 동안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며 여전히 여행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지독한 방랑벽을 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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