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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그 동네 가게

지속가능한 미용실│듀나미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다 보면 골목골목 들어 서 있는 편의점, pc방, 떡볶이 가게, 커피 전문점을 보며 문득 아뜩함을 느낄 때가 있다. 얼마나 필요한 것이 많아서 편의점이 이렇게 많을까? 정말 PC로 해야 할 일이 그렇게도 많아서 PC만 따로 모아 놓은 방이 즐비한 건가? 그토록 떡볶이가 삶에 필수적이란 말인가? 쌀밥은 굶어도 커피는 굶으면 금단 현상에 입이 바짝바짝 마를 정도로 그토록 강력했던가? 가끔 이런 부질없고 미련스런 질문을 스스로 해보면 하루가 짧을 때가 있다. 미용실도 예외는 아니다. 그 많던 미용실은 어디 갔을까 싶을 정도로, 미용실은 생겼다 없어지고, 없어졌다 생긴다. 과연, 지속가능한 미용실은 없을까. 글·사진 김준영



어떤 이에게는 신성함을 담지한 숙명
보통, 시대의 변화의 따라 모든 형태의 머리를 자기만의 연출로 자를 수 있기까지는 빠르면 12년, 더디면 14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시대의 유행이란 것이 어느 정도 순환하기 때문인데, 그 고리의 처음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돌아오는 데에는 자신의 가위로 고객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 준비 과정, 일명 수습 과정 4년까지를 포함한다. 이 수습 기간이 만만치가 않다고 하니 지금까지 쉽게 내 머리를 잘랐던 그녀 혹은 그가 무척 대단히 위대해 보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의 머리의 분위기를 한 두시간 내에 바꾸어주는 가위질은 남은 하루 동안 그(그녀)의 마음까지 춤추게 하기도 한다. 혹은 그녀(그)가 곧 앞으로 맺을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짐짓 신성한 그 무엇이 깃들어 있는 행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앞으론 머리 카락을 맡길 때 한결 경건함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얼마 전 미용실 스태프의 근무 형태와 식사 해결 등에 대해서 문제 제기하는 기사가 있었지만, 이다정(31) 씨에게서는 그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이 직업의 숙명이라는 대답으로 돌려받았다. 분명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그녀도 동의했지만, 자신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잠시 말을 그치고는 참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듀나미스라는 이름으로
이다정 씨가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고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며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다시 찾아오는 모습을 상상했던 시간은 비교적 어렸을 때였다. 17살 때 얼른 이쪽 업계에 뛰어들어 듀나미스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차린 지가 5개월 남짓 지났다. 어려울 것이라고 각오에 각오를 다지며 뛰어 들어 창업을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고, 그만큼 굳게 매달려야 했다. 스태프 월급은 챙겨야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수입이 없었을 때에도 그녀는 손놀림을 더 정교하고 날카롭게 했고, 오는 손님 하나하나를 수익이 아닌 사람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곤 차츰차츰 자신의 이름과 스타일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입에 입을 타고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매 순간 기쁨과 고민이 교차하지만 듀나미스(능력)란 이름처럼 약한 자신의 힘이 아닌 강한 그분의 힘에 더 깊게 녹아 들고 있다.





더 많은 이를 위해, 지속가능하게
지속가능한 미용실을 위해서 창업 후 5개월에 접어든 그녀는 예약을 필수로 꼽았다.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좀 더 세심하고 밀접하게 만나고 싶어서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손님을 다 수용하다가는 또 다른 저임금 장시간 노동 형태의 미용 스태프를 양산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리가 잡히기 시작하면 제게 주신 또 다른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갈 거예요.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능력으로 저를 인도하신 것처럼 앞으로도 이끄시리라 믿습니다.” 그녀는 떠나길 좋아하고, 또 다시 꾸려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를 좋아한다. 지금은 이곳에서 지속가능한 일을 꿈꾸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이 소명 또한 지속가능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소명이 손을 타고 다른 사람의 소명으로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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