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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변동과 미디어, 그리고 교회

임성빈ㅣ발행인


촛불 시위는 우리의 문화가 변동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시위 자체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사회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문화란 사회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함을 통하여 나타나는 사회현상과 풍조와 생활양식을 말한다. 이번 사건을 경험하며 적지 않은 ‘우리’들은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나, 대규모로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질문이 생겼고, 적지 않은 정서적 충격을 받았다.  ‘우리’들을 당혹케 한 것은 그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매우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과 대부분의 그들은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당혹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인 생각을 하는 ‘또 다른 우리’도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한다.  그 ‘우리’는 자기표현의 현장에 동참하지 못하거나 이러한 사회문화적 표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대부분의 정보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활자매체들로부터 공급받지 않는다. 그들을 세상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인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가 아니다. 이러한 미디어의 변동은 교회와 신앙인들이 주목하여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하나의 획일적인 우리’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우리’가 모여 ‘전체로서의 우리’를 형성한다. 예전에는 그 중에서도 힘이 있고 목소리가 큰, 정치권력과 미디어의 헤게모니를 가진 ‘우리 중의 일부’가 ‘우리’를 대표하며 일방향적으로 사회문화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제 포스트모더니즘의 부상과 디지털 기술로 대표되는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전환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우리’를 사회문화의 전면으로 떠올리게 하였다. ‘또 다른 우리’는 인터넷과 영상문화의 발달을 활용하여 ‘활자매체와 일방향적 소통에 익숙한 우리’와는 다른 세계를 보고, 또한 그 세계를 전파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같은 것을 보고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느낌을 가지며, 따라서 다른 가치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보는 것 자체가 다르다면, 그 다음의 문화차이와 갈등은 더욱 격심하여 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영상 미디어와 인터넷의 활용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사회문화에 심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오늘의 사회문화변동은 영상과 인터넷의 등장에 의하여 가속화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교회는 활자매체가 형성하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여 선교역사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바 있다. 이제 교회는 새로운 미디어문화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와 신앙인들의 시대적 과제는 새로운 미디어문화에 대한 복음적 관점에서의 비판적 수용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새로운 미디어문화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동시에 영상문화와 인터넷 문화가 동반하는 약점을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문화의 형성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다음의 말씀을 곱씹게 되는 요즈음이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