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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07-08 산으로, 갈까?

산으로, 갈까? 1│산에서 성령이 넘치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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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서울에 간다. 일 년에 한두 번쯤인데, 갈 때마다 감탄한다. 참 넓구나! 저 높은 빌딩을 사람이 만들었다니! 인구가 정말 많구나! 
많은 사람이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 살고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은 자연과 접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왜 그런가? 그래야 제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건강한 몸과 넓은 마음을 되찾아 준다. 용서하게 하고, 사랑하게 한다. 병든 곳을 고치고 새롭게 시작할 지혜와 힘을 준다. 갇힌 데서 꺼내준다.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그렇게 우리 삶의 질을 바꿔준다.
그러므로 자주 시간을 내어 자연으로, 곧 산과 바다와 강과 숲과 시골로 가는 게 좋다. 그곳에 가서 자연과 만나야 한다.
그 중 하나인 산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자연이다. 그만큼 산은 많고 가까이 있고, 품이 넓기 때문인데, 산이든 어디든 자연을 접할 때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게 있다. 그걸 무시하면 기대와 달리 허탈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기 쉽다.

- 홀로 갈 것: 여럿이 갔다면 반드시 홀로 시간을 보낼 것.
- 잡담을 삼갈 것: 어떻게 하면 되나? 입을 닫고 눈과 귀를 열면, 다시 말해 말하기보다 보고 듣는 데 중심을 두면 된다. 새나 풀벌레나 계곡물 소리와 같은 산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나무와 풀, 물, 흙, 바위, 돌, 벌레와 새, 동물과 같은 산이 보여주는 것을 보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문득 천금을 주고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들릴 것이다. 풀 한 포기, 혹은 새 한 마리에게서, 혹은 벌레 한 마리에게서.
- 소중하게 대할 것: 이것이 기본이다. 이쪽의 태도에 따라 저쪽이 달라진다. 산도 사람과 같다. 쓰레기? 절대 안 된다. 다시 가져오라. 사탕 봉지 하나도 버리면 안 된다. 그렇게 돌아와 가져온 쓰레기를 집안의 쓰레기통에 분리해 넣을 때면 두고 온 산이 어느새 와서 그대를 가만히 안아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는 모든 산이 그대를 향해 활짝 웃을 것이다. 그대 또한 산을 보면 반가워서 절로 웃음이 날 것이다. 
- 그리고 또 하나: 산은 인류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걸 알아야 한다. 사실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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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는 작은 개울이 하나 있다. 우리 집은 그 가에 있어 나는 가끔 그곳에 가서 걸레를 빨고, 어떤 날은 손을 씻고, 내 농사일을 도와주러 온 젊은이들은 목욕을 하기도 한다. 
인가가 없는, 우리 동네 상수원 지역에 있는 우리 밭도 그 개울가에 있다. 그곳에서 일하다 목이 마르면 개울에 엎드려 개울물을 마시고, 그 가에 앉아 잠시 쉬고는 하는데, 그 특이한 체험이 있던 날도 그랬다. 
버들치는 늘 그런다. 다가가면 숨었다가 잠시 가만히 멈춰 서 있으면 얼마 뒤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그날은 숨지 않는 버들치가 있었다. 새끼 버들치였다. 얼른 봐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새끼 버들치들이 무리를 지어 놀고 있었다. 그 새끼 버들치를 보다가, 그리고 얼마 뒤에 모습을 드러낸 어른 버들치를 보다가 그날 나는 우주의 실상에 관한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그것은 버들치에게는 어버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이었다. 
무슨 이야긴가 하면 새끼 버들치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하자.
“네 아빠와 엄마는 누구니?”
그러면 새끼 버들치는 지느러미로 곁에 있는 제 엄마와 아빠를 가리키리라. 하지만 그날 내가 안 것은 개울물 또한 버들치의 어버이라는 사실이었다! 물은 버들치의 큰 엄마이자 아빠였던 것이다. 그것이 있어 버들치 자체가 존재할 수 있는 큰 어버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꾸라지, 붕어, 모래무지, 새우를 비롯하여 민물에 사는 모든 물고기 또한 같았다. 개울과 강은 그들의 또 하나의 어버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랬다. 그날까지 모르고 있었지만 뭍에 사는 우리에게도 어버이가 둘이었다. 우리는 광활한 우주/자연 안에서 산다. 버들치에게 시냇물이 또 하나의 어버이이듯이 우리에게는 우주/자연이 또 하나의 어버이였던 것이다! 그 안에는 지구도 있고, 강과 바다와 평야가 있다. 물과 공기와 나무가 있다. 별과 달, 해가 있다. 그것이 있어 우리는 태어날 수 있고, 또 살아갈 수 있다. 
산도 그 중 하나다. 큰 어버이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최성현|강원도 홍천의 산골 마을에서 3대가 한집에서 살고 있다. 자연농법으로 먹을 농사를 짓고, 그 안에서의 경험을 글로 쓰며 살고 있다. ‘온전한 자연주의 철학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삶과 생각을 아름다운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드문 사람으로, ‘농부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지은 책에는 <바보이반의 산 이야기>, <좁쌀 한 알>, <산에서 살다>, 그리고 순례기인 <시코쿠를 걷다> 등이 있고, 옮긴 책에는 <짚 한 오리기의 혁명>, <여기에 사는 즐거움>, <어제를 향해 걷다>, <나무에게 배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