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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07-08 산으로, 갈까?

산으로, 갈까? 2│산속 마을, 생을 깨우다 - 산속호수마을 동촌리


우리나라 지형을 설명하자면 고사성어 한 단어가 퍼뜩 생각난다. ‘첩첩산중.’ 
서울을 감싸고 있는 것도 산이거니와 그 산을 비집고 벗어나면 그 뒤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산이다. 그리고 그 첩첩산중 두메산골에는 사람이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만(약 30여 년 전)해도 방학이면 할아버지가 계신 곳(외할아버지로 기억하는데, 충남 아산 두메산골의 독골)으로 들어갔다. 한달 남짓인 여름방학 전부를 산속 마을에서 보냈다. 하루종일 산을 뛰어다니고, 들로 싸돌아다니며 한 달을 꽉꽉 채워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보이는 것은 모두 생의 그대로 것이었다. 그땐 그냥 그 자체로 받아 들였겠지만서도. 개학 며칠 전 돌아와 탐구생활의 밀린 일기를 쓰느라 매해 상당한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산 속에서 느꼈던 자유로움은 두손 가득히 남아있었다. 그 산 동네는 내 동네가 되었고, 마을 아이들은 내 친구가 되었다. 산을 찾아가는 이유야 다양하다. 하지만 가끔은 산을 오르는 그것보다 그 산에 살고 있는 사람,산에 이루고 있는 마을을 찾아가 그들과 시간을 보내며 오래도록 남는 소소한 추억의 언덕을 쌓고 싶어 찾아가 보고 싶다. 천에 있는 산속호수마을 동촌리를 찾아가 보았다. 글 · 사진 김준영

사람이 사는 마을에
몰고 간 10년이 훌쩍 넘은 차는 굽이굽이 길을 오르며 오늘 따라 유난스레 털털거린다. 산속호수마을 동촌리는 경기도 화천에서도 꽤나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산속에 있다. 1998년까지 호랑이가 나왔다고 하니 그만큼 깊은 곳이겠지. 어디서 호랑이가 나타나려나… 과거에는 차편보다 배편이 이동 수단이었다고 한다. 산속호수마을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적당하게 놓여 있는 파로호의 배를 타고서야만 이 마을에 들어올 수 있을 만큼 깊은 산속호수마을이다. “산이라는 곳이 마을이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 사람이 살지. 과거 화전민이 살 때는 이곳이(해산농촌체험연수원) 학교 자린데, 여기에 150명 정도 학생이 다녔지. 그 때는 사람도 많았고. 시골 사는 정도 있었고. 지금은 다 빠져 나가고 포장 길도 나고 한 60가구 정도 남은 것 같아. 그래도 아직까지 옛날 마을 그대로 잘 남아 있는 곳이지. 그게 좋은 거지 뭐.” 지금 마을 대표인 김호선(57)은 고무신 신고 다닐 때의 그 시골 그 마을 정취를 이야기했다. 도시 내 인구 변동이 있듯 시골도 사람이 바뀌고, 교통수단이 바뀌며 우리네 산골마을은 도시처럼 변했다. 건물뿐 아니라 시골의 정서까지도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동촌리는 현명하게 변화를 받아 들여 자신들의 마을에 맞게 특성을 강화하고 이질감 없이 상품화했다. 마을 공동체, 특히 산속 마을 공동체로서 기능을 적당히 되살린 것이고, 거기에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숨이 춤을 추는 산속 마을
편안하게 펜션에서 며칠 쉬는 행위는 이곳에서는 어울리지 않다. 소비적 행태의 결과물로서 쉼은 어쩌면 온전한 쉼에서 벗어나 있을지 모르겠다. 온전한 한 생명으로서 다시 한 번 생을 깨우고, 삶을 돌아보고, 새롭게 살아갈 활력을 얻는 쉼이 오히려 생명을 깨우는 숨과 더 가깝다 하겠다. 그 숨은 우리 두 손에 주어진 그 일에 창조력을 불어 넣어 준다. 더 깊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한 숨 깊게 들이마시듯 경험하게 한다. 그제야 비로소 인간은 숨으로 사는 하나의 피조물임을 겸허히 인식하게 한다. 동촌리는 그런 쉼에 가깝게 우리를 초대한다. 산속호수마을은 숨이 통하지 않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이곳 동촌리에서는 산속 생명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호수를 끼고 있어서 그만큼 탁 트였다. 그 마을에 산속 시골 생활의 정취와 감흥은 여전히 춤을 추듯 너울거린다. “도시에서 사는 그대로 살려고 한다거나 좋은 펜션에서 음식 사 먹고 하는 여가는 우리 마을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지. 대신 자신이 이곳 저곳 거닐면서 직접 나무를 해 보기도 하고 말이지. 그 나무를 패서 방에 군불을 때고. 옥수수를 손으로 따서 직접 한 나무로 감자와 함께 가마솥에 불을 붙여 쪄서 먹는 거, 그런 거 좋아하면 아주 딱이야. 우리 사무장 따라서 산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직접 나물도 채취하고 말이지. 그거 개울물에 슥슥 씻어서 산채 나물 비빔밥을 해 먹는 거야. 그게 시골 맛이잖아.” 동촌리 산속호수마을은 말 그대로 산의 생생한 속살과 같은 곳이다.



산을 닮은 마을, 
동촌리
산이 계절 따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의 색에 변화를 주듯 이곳 동촌리 마을도 여름, 겨울, 봄, 가을에 따라 다양한 산속 문화 체험을 진행한다. 산이 생명을 지니고 있는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 때문일 것이다. 봄은 파로호 호수를 따라 유채꽃이 피고, 여름은 각종 단체들이 워크샵, 수련회 등으로 활용한다. 사람들이 제일 북적거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은 화천의 산천어 축제 시즌과 비슷하게 꽁꽁 얼어버린 파로호 호수 위에서 얼음을 지치고 낚시도 하며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동촌리 마을 안에는 이 마을 출신 시인인 월하 이태극을 기념하며 만든 월하문학관이 있는데, 월하 문학제는 올해로 4회째다. 지난 5월에 열렸다. 산이 있고, 그 산 주변으로 듬성듬성 집이 놓여 있고, 앞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으니 누구나 시인인양 시 한 수 지어 읊어 봄직하다. 여름엔 옥수수, 감자 등과 산나물 음식을 먹거나 계곡에 마련해 놓은 자연 계곡 수영장에서 가족과 함께 물놀이도 가능하다. 학생들 주말 체험학습 과정도 튼실하게 진행한다. 대패로 쿠션의 속을 채우고 자연 염색한 덮개를 씌우고 동심결매듭도 만들고, 편백나무 대패질, 물놀이 등을 지속적으로 열어 도시 아이들에게 시골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가을은 당연히 산에 열리는 열매를 보고 함께 따고 먹기도 하니 갑자기 일 년쯤 이곳에 머물며 산을 산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 단위로 머무를 수 있는 곳은 화전민 체험 황토방, 가족 펜션 두 채 그리고 단체로는 산속 마을 체험이 가능한 옛날 학교 건물을 증개축한 해산농촌체험연수원 등을 마련해 놓았다. 그 외에도 개구리 울음소리 듣기, 반딧불이 체험, 파로호 주변 낙시터 등도 이 산속호수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정말 산 시골 마을을,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고 싶어 오시는 분들은 다 좋아해. 우리네 감성 속에 시골, 산 마을, 이런 거 아직도 있잖아. 그게 사람을 살게 하는 거지 뭐. 별거 있나. 사람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사진을 찍자고 권하자 무슨 그런 거 필요 있나며 웃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하는 이장님의 말을 들으니 여기에도 특별한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닌 듯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마치 산처럼 말이다. 산에는 그렇게 사람이 산다.



먹을거리 
: 산속호수마을 부침개로 시작해서 토종닭 약초 백숙으로 하면 만족스럽다. 두부요리도 좋다. 물론 직접 자신이 딴 산나물로 해 먹는 동촌리산 셀프 비빔밥이 제일 좋겠다.

즐길거리사무장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동촌리 내에 곤충 박물관, 월하박물관, 파로호 주변 캠핑 및 낚시, 유람선 등을 즐겨 볼 수 있다. 단, 1998년까지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만약 산을 걷다 호랑이를 만나면 이광수 할아버지가 알려준대로 똑바로 서서 노려 보란다. 그럼 도망간다나…. 
해산표고버섯, 달래, 곰취 등을 직거래로 구매할 수 있다. 모두 농약은 뿌리지 않는다고 하니 그냥 먹을 정도! 
교회 단체 수련회, 여름 행사 장소로 강추한다. 넓은 운동장이 있고, 마을 자체가 호젓하고, 먹거리 또한 자연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물, 산 다 있다.

산속호수마을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033-442-3820
e-dong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