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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09-10 가을밤, 물들다

가을밤, 물들다 7|문화매거진 오늘 과 함께하는 세 번째 오늘 Day [오늘밤 그대와] 9.25 (수)~27 (금) 오후 7시 30분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가을이란 것은, 찾아오는가 싶으면 떠나버리곤 했죠. 올가을도 그렇게 ‘스치듯 안녕’하고 떠나버릴까 봐, 벌써 가을을 즐길 계획을 짭니다. 짧은 가을, 굵직한 기억으로 남겨놓으면 그나마 다가올 겨울이 덜 춥지나 않을까 기대해보는 거예요. 앞서 문화매거진 <오늘>이 찾아 제안한 ‘가을밤의 즐길 거리’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요. 사실, 가을밤이라는 게 무얼 해도 좋을 시간이긴 해요. 집에 돌아가는 길, 한 정거장만 먼저 내려 좀 더 걸으면 그만한 산책이 없고, 차 한 잔 앞에 두고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며 좋 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면 여느 카페가 부럽지 않겠지요.
<오늘>의 가을은 조금 달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데 모여 기쁘게 소통하고 즐기며 나누는 벅찬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문화매거진 <오늘>이 작은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준비한 사흘간의 축제, ‘가을밤, 물들다’입니다. 글·사진 <오늘>편집부


책과 영화와 음악과 이야기. 이 넷은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좋을, 감성의 아이콘이죠. 이제부터 한둘씩 짝을 맺어가며 가을 밤에 더욱 깊고 풍성하게 빠져들도록 판을 짜보렵니다. 그러니까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추석이 지난 다음 주 수, 목, 금 에는 필름포럼에서 다 같이 얼굴을 마주하는 거예요. 준비되셨나요?

수요일, 책과 영화가 이야기 속에 물들다
도널드 밀러의 책 <재즈처럼 하나님은>을 읽어보셨나요? 이미 4월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서 소개한 바 있는 영화 <블루 라이크 재즈>를 다시 만납니다. 국내에 정식 개봉하지 않은 영화라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볼 기회가 많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제 때 열띤 반응을 얻은 것으로 이미 작품성은 검증을 거쳤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여 주저 없이 선택했고, 추천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성년에 이르며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이론과 실제의 부조화가 있죠. 그리하여 갓 스물이 되어 청년부에 들어온 청년들은 이런 질문을 하는 겁니다. “술 먹어도 돼요?” “담배는 정말 피우면 안 되는 건가요?” 여차여차 해결을 했다고 쳐도 매일 마주하는 사건·사고 앞에서 어떤 기준을 세우고 사는 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인지 헛갈립니다. 과연 하나님은 어디에서 어떻게 나를 만나시는 걸까요?
보수적인 신앙 색을 띠는 미국 남부에서 자란 돈 밀러가 왠지 하나님과는 가장 먼 곳에 있을 것 같은 ‘리드대학’에 입학하며 겪게 되는 신앙의 대혼란과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어렴풋하게나마 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와 최은 영화평론가와 함께 영화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를 핑계 삼아 던지는 삶의 질문들까지 나눠보려고 해요. 그러니 이 흔치 않은 기회, 놓치면 약간 서운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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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두 밴드의 노래에 물들다 
<오늘>은 2013년 연중기획으로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가지고 인디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밴드를 만나고 있죠. 9-10월 호 까지 다섯 팀을 만나봤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을밤에 어울릴 두 팀을 모셔보았습니다. 첫 팀은 <오늘>이 5-6월 호에서 소개 한 ‘최성규’입니다. 지난 1월에 나온 앨범 <oldman dream>은 작사, 작곡, 연주, 녹음 등 모든 과정을 혼자 하셨다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원맨밴드인 셈이죠. 가내수공업 앨범인데다가 스트리밍서비스로는 들을 수 없는 노래들이지만 유튜브에서는 찾아 들을 수 있는 곡이 더러 있습니다. 지난 7월, 필름포럼은 ‘발코니 TV’와 함께 최성규 콘서트를 했었는데요. 그때 최성규가 들려준 노래는 하나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또 한 팀은 ‘라이노 어쿠스틱’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이 <오늘> 82쪽에 기사가 있어요. 코뿔소(rhino)같은 그 우직함으로 음악을 하겠다는 밴드로, 정식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싱글로 발표한 곡들을 찾아 듣다 보면,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에 도전하는 데다가 버스킹까지 마다치 않는 ‘라이노 정신’이 느껴집니다. 밴드 음악이란 역시, 글로 만나는 것보다는 음악을 들어야 하고, 레코딩보다는 라이브가 진리죠! 이 두 밴드가 들려줄 노래 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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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의 길을 함께 걷다│원맨밴드(one-man band) 최성규



금요일, 블랙가스펠에 담긴 소울에 물들다 
그룹 헤리티지를 아는 분이라면 블랙가스펠이 그리 낯설지는 않으실 텐데요. 블랙가스펠은 음악 장르 중 하나로, 흑인영가에 재즈 요소가 더해진 음악이라고 하네요.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까지 노예라는 이유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철창에 실려 바다를 건너온 그들은, 백인만 모여 예배하는 모습을 건물 밖에서 지켜봐야만 했지요. 하지만 그 예배당에서 흘러나온 말씀은 노예로 신음하는 이들에겐 진정 ‘복음’이었습니다. 노예생활이 주는 고통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기 시작했지요.
그 한이 담긴 정서를 만나고자, 블랙가스펠그룹 헤리티지와 양동근, 정준, 김유미 등이 뉴욕 할렘으로 떠납니다. 오디션으로 선발한 사람들과 ‘싱 할렘’이라는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서 블랙가스펠을 배우고 그 안에 담긴 ‘소울’을 만나야만 합니다. 오디션에서부터 공연까지, 이 팀이 만나고 깨지고 부딪치는 현장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것이 바로 영화 <블랙가스펠>입니다.
8월에 열린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부분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는데요. 반응이 좋았다 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조금 먼저 이 영화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또 영화에 출연했던 사람을 만나 영화 뒷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보러 오셔야겠네요. 미공개 영상에서 양동근이 이런 얘길 하더군요, “제가 여정 가운데 생각한 게, 소울은 현장이에요.” 그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 [가을밤, 물들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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