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냐고요? 갖고 다니는 태블릿 PC의 케이스입니다. 2010년 3월 편집장을 시작하며 <오늘>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지금까지 함께했는데, 이제는 갈아 끼울 때에 이르른 것입니다. 누군가 이 커버를 보고 “혹시 이런 걸 좋아하시는 거예요?”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바로 대답했습니다. 다시 케이스를 사는 게 아까웠기 때문이었거든요. 측은해 보였는지 물음을 한 그가 제게 케이스 하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케이스를 새로 갈아 끼우니 한결 좋습니다. 이제는 갈아 끼워야 하는 때인 거죠.
4년여를 편집장으로서 돌아보면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비슷한 지점에서 고민하고, 훨씬 더 나은 곳을 상상하고 지향했지만,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을 때마다 깊은 고민에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당신을 알아가는 게 소중했고, 당신에게서 잡지가 너무 좋다며 힘내라는 이야기와 <오늘>의 완전 팬이라며 엄지손가락 올리는 모습에 으쓱 으쓱해 했습니다. 그때마다 다시 반복하는 그 고단함에 빠져들었고 또 나름의 방식으로 즐겼습니다. 꼭 그렇게는 아니더라도 <오늘>을 후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당신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오늘>의 특집은 “우리, 지금까지 뭐했지?”입니다. <오늘>이 걸은 길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십 년을 돌아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판형을 바꾼 2009년부터 입니다. 기회가 난 김에 다시 주욱 훑어 보니 정말 주옥 같다는 말이 적확하게 들어맞네요. <오늘>, 참 좋습니다!
2년여를 함께한 원유진 기자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인사를 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롭게 박효진 기자가 함께합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또한 5년을 객원기자로 함께한 김승환 기자, 3년 정도를 함께한 신화민 기자도 이번 호가 마지막입니다.
자, 이제 저도 편집장 직함으로 이 길을 쓰는 것은 마지막입니다. 이전 편집장님은‘ 결별’이라는 단어를 써서 아련하고도 단호한 끝인사를 하셨는데요, 나는 ‘고맙습니다’는 말로 끝을 내려고 합니다.
어느 산에서, 어느 길에서, 어느 마을에서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때 우리 단출한 차림에 담박하게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참, 고맙습니다!
편집장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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