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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11-12 우리, 지금까지 뭐했지?

우리, 지금까지 뭐했지? 2│내가 뽑은 특집


<나는 내 나이가 좋다> 2010년 1-2월 호

‘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두말할 것도 없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떠오른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라는 가사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문신처럼 박혀서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한 해를 매듭지음과 동시에 새로운 나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나는 내 나이가 좋다’ 특집은 나를 열렬히 응원해 주는 친구 같다.


아무리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단지 그 때문에 <오늘>을 애정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야는 넓
어지고 시선은 깊어진다는 것은 <오늘>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이 특집에서는 동시대의 같은 고민을 하며 ‘나이’를 긍정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대학을 위한 입시 공부 대신 인생을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는 10대의 청소년 ‘세개’(지금은 20대가 되어 있을 테다), 전라남도 보성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20대 귀농인 강선아 씨, 주변 친구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SF 소설 <타워>를 쓰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가는 소설가 배명훈 씨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리고 40대에 아내와 엄마, 또 뮤지컬 무대를 즐기는 여자배우로 살아가는 정영주 씨와 여행이 자신의 삶의 문체라는 것을 깨닫고 기꺼이 그 길을 가고 있는 여행작가 조병준 씨, 감사하는 삶과 나이 먹는 것의 즐거움을 나눠준 60대 김동호 목사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이들은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위로 기어올라야 하는 애벌레 기둥을 떠나 스스로 나는 법을 찾아가는노랑애벌레 같다. 사회가‘ 정도’라고 강요하는 기준을 벗어나서 자기만의 무늬대로 오늘을 얼마나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지! 이 특집을 다시 읽고 나니, 생각이 단순명료해진다. 어떤 나이를 살고 있든지, 중요한 것은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허송세월을 보내거나 이미 걸어가기로 작정한 삶에 대해 용기가 필요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딴짓하는 삶’을 응원해 주는 <오늘>이 참 고맙다. <오늘>이 응원해 준 만큼, 나도 <오늘>을 응원하련다! 글 박윤지




<떠나라, 삶은 여행이다> 2009년 7-8월 호


가까운 곳에서 단 몇 시간을 보내더라도 ‘앗싸, 여행이다!’하고 기분 내는 제게, ‘여행’은 그리 거창한 주제는 아닙니다. 마
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잘 떠났고, 돈 없이도 잘 나다니는 편이었습니다. 배경이 이렇다 보니 2009년 7-8월호의 특집이 와닿을 리 없습니다. 주제가 “떠나라, 삶은 여행이다”인데, ‘진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그럴듯하게 포장했구나’라고 느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집을 다 읽고 보니 이거, 덕분에 여행을 하고 싶어지는 겁니다. 바람이나 쐬고 오는 소소한 여행 말고,다른 차원의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나와 그대, 그리고 나와 세상을 확장하는 그런 여행. 그래서 저는 “떠나라,삶은 여행이다”를 특집 중의 특집으로 꼽았습니다. 아내와 무작정 걷는 여행, 두 딸과 문명의 원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사진 찍기를 멈춘 제주 올레길과 국내성지순례까지. 저…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공정여행을 안지 이제 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2009년의 오늘은 이런 것까지 벌써 다 다뤘단 말입니까?

가라. 이왕이면 혼자 가는 게 좋다. 홀로 떠나온 낯선 이를 만날 때는 나 역시 홀로 떠나온 이여야, 그래야 만나진다. 낯선 땅과 낯선 삶. 그거 기가 막히는 여행이다. 아마 그런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리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들추어 본 오늘의 2009년 9-10월호 특집 첫 번째 글이 아내와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꼭지를 읽으며 참으로 부러워했습니다. 65일을 함께 걷는데 차분히 찬찬히 걷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대화를 많이 한 것은 아니랍니다. 그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는 여행이었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몇 발 뒤에서 등을 보며 그를 관찰하는 것. 발을 옮기는 반복적인 동작만으로, 그 침묵 속에서, 동료애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말 특별했습니다. 여행은 자고로 혼자 가야 진짜를 볼 수 있다고 믿었는데 둘이라면 놀기는 좋겠다는 정도였는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 등을 바라봐 주는 사람과 동행한다면, 고요해도 외롭지는 않겠다. 고독하기보다 편안하겠다. 그래 옆에 있어 주기만 하면, 더없이 좋은 여행이 되겠지. 세상 둘도 없는 그대와 묵묵히 걸음 하는 순간이야말로 기가 막히는 여행이지 않습니까. 그저 일체를 느끼며 평안할 수 있는 침묵이, 기가 막히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 읽었습니다. 진하게 부러운 여행을 봤습니다.
그다음으로 좋았던 여행은‘ 착한 여행’입니다. 언젠가, 돈이 궁해도 여행은 해야겠다 싶어 카풀로 교통비를 아낀 적이 있습니다. 지역민의 집에서 공짜로 숙박도 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 여행을 다닌 기억이, 내게는 꽤 착한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돈이 없는 나를 위한 착함이었지, 내가 착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늘에서 소개한 ‘착한 여행’은 더불어 살기 위한 진짜 ‘착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니. 나도‘ 착한 여행’을 제대로 하고 싶더라고요. 


4년도 지난 <오늘>이, 2013년을 마무리하는 제게 여러모로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상합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땡큐! 글 안미리



<잘 놀고 계십니까> 2010년 7-8월 호


제목부터 도발적인 것이 딱 제 스타일입니다! ‘놂(놀이)’를 주제로 한 2010년 7-8월 호 특집 ‘잘 놀고 계십니까’ 말이에요. 
특집 기사 중 인간과 놀이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글들은 이론 편, 다양한 놀이 방법에 대한 소개 글은 실전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짜임새 있는 구성에다 여는 글을 빼고도 무려 11개의 기사로 꽉꽉 채운, 정말 제대로 놀아보자는 <오늘>의 결의가 묻어나는 알찬 특집이었어요.


특히 기사의 순서 배열이 참 돋보였어요.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님의 여는 글은 요한 하위징아의 저서 <호모 루덴스>를 소개
하면서 학문적인 고찰을 풀어내는데요. ‘놀자더니 왜 이리 어려워!’하며 머리가 아파지려는 찰나, 바로 뒷장에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이 가득한 ‘키워드로 본 놀이법’ 기사가 딱! 그다음 글은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의 글인데요, 여는 글이 무겁고 어려웠다면 이 글은 쉬우면서도 놀이와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묻어나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하였어요. ‘어떻게 놀지 않고 아이들의 영혼이 맑고 푸를 수 있겠는가’ 반문하는 부분은 밑줄을 긋고 싶게 만드는 문장이었고요. ‘그럼 아이들과 어떻게 놀면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짜잔~’하듯이 다음 기사 ‘아이를 자연에서 놀게 하라!’가 나와요. 독자가 기사를 꼭 순서대로 보는 법은 없지만 어떻게 하면 독자가 더 재미있게 읽을까 고려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키워드로 본 놀이법’ 기사는 ‘키덜트족’, ‘얼리어답터’, ‘코쿤족’. ‘네스팅족’, ‘오덕후’ 등 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유형별로 구분해 설명을 덧붙여놓았는데요. ‘난 이 유형이야!’하고 키워드에 자신을 대입해보는 건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법인만큼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끔 한 것이 좋았어요. 이 각각의 유형에 추천할 만한 구체적인 놀이법이 다른 기사로 이어진 것도 참 좋았는데요. ‘얼리어답터’는 ‘스마트하게 놀기’ 기사가, ‘네스팅족’은 ‘오토캠핑, 떠나서 펼치자’, ‘아이를 자연에서 놀게 하라’가, ‘딩펫족’은‘ 홍양의 A FOOL Full life’가, ‘아티젠’은 ‘놀이, 일상을 예술화하다’ 기사가 반갑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또 ‘이렇게 놀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뿐만 아니라 ‘이렇게 놀면 더 재미있겠다’는 팁까지 주어서 좋았습니다. 스마트폰 등으로 GPS를 이용해 보물찾기하는 ‘지오캐싱’은 전혀 몰랐던 새로운 놀이라 신선했다면, ‘홍양의 A FOOL Full life’ 기사는 갈림길에서 인생극장 놀이를 하거나 예쁜 담 앞에서 잡지 화보 포즈를 흉내 내는 등 어떻게 하면 ‘낯선 동네 놀러 가기’가 재미있을 수 있는지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주어 더 창의적으로 놀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요.


기사를 읽으며 ‘놀토’라는 단어와 마주치고 나서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했습니다. 격주로 토요일에 쉬던 시대에서 주 5일제
로 바뀌면서 토요일은 무조건 노는 날이 되었으니 ‘놀토’라는 단어 자체가 의미를 잃었다는 것을 발견했거든요. 하지만 <오늘>이 제안했던 ‘놂’에 대한 기사는 여전히 유효해서 더욱 놀랐습니다. ‘잘 놀고 계십니까’ 특집이 잔뜩 불어넣어 준 바람에 힘입어서 더욱더 신 나게 놀아봐야겠다 싶습니다! 글 최새롬





베스트 디자인

디자인 부분에서도 베스트를 한 번 뽑아볼까 합니다.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시인이었던 노먼 포트는 말했답니다.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다. 많은 사람이 디자인으로 먹고 산다. 행동을 구상하거나 실천을 강구하기 전, 그리고 그 결과를 가늠하기 전, 잠시 멈춰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는 모든 활동 범위에 디자인이 있다.”
어때요. 동의하시나요? 결과물로서의 ‘디자인’보다는 어떤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인간의 행동에 대한 언급 같죠. ‘호모 데지그난스’라는 말이 떠오르는데요(<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다>_저자 지상현). 노먼 포트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 의식과 무의식에서 수많은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고, 타인 혹은 자신이 만들어낸 ‘디자인’ 속에 기호에 따라 좋고 싫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문화매거진 <오늘>을 통해 얘기할 수 있는 건 ‘편집디자인’이라는 건데요. 편집디자인은 신문, 잡지, 서적 등 출판물의 디자인을 말해요. 그림이나 사진 등을 정리, 배열, 편집하여 독자의 흥미를 이끌도록 시각적으로 효과적인 지면을 구성하는 디자인의 일종입니다. 종이와 글자, 그림과 사진이 한데 어우러진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죠.
어떤 디자인을 대할 때, 우리는 모두 다른 만큼 다른 시각으로 그것들을 마주할 거예요.
개인의 취향. 말로 풀어 설명하기엔 너무 어려운 지극히 사적인 부분. 그래서 우리는 많은 순간에 ‘그냥’이라는 말을 쓰곤합니다. 그 사람이 좋은 이유에 대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처럼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냐는 물음에 답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지난 <오늘>을 들춰보며 지극히 제 기준에 좋은 디자인을 골라봤어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편지, 할게요>2012.9-10월 호

보고 있으면, 그냥, 편지하고 싶어져요. 크림색 바탕에 빨간 우체통 하나 덩그러니.
어딘지 모르게 외로워 보여서 편지 한 통 핑계로 옆에 다가서 있어주고 싶어요.



<가을밤, 물들다> 2013.9-10월 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떠올라요. 여름이 막 끝나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 부는 딱 그때! 그날 밤 고개 들어 본 하늘이 딱 저랬던 것 같아요.



<이즌 쉬 러블리> 2013.1-2월 호

모든 여자가 분홍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만, 수많은 색깔 중에서 이 예쁜 핫핑크를 고른 건 참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깔끔한 서체의 활자들이 지면 한 쪽에 어지러운 듯 배열한 것도 참 멋스럽고요. 글 박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