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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11-12 우리, 지금까지 뭐했지?

우리, 지금까지 뭐했지? 3│오늘이 만난 사람

다뽕이는 일학년                                                                                       

다뽕이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5월. 그녀가 다섯 살이었을 때다. ‘생각하는 다뽕이’라는 한 페이지 코너로 우리 곁에 찾아온 그녀. 윤곽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아이들 특유의 흐릿한 얼굴을 가졌음에도 지면을 통해 볼 수 있던 앙칼진 눈빛이나 삼촌(김준영 편집장)과 대화에서 엿보는 태도가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독자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녀였다. 그녀가 <오늘>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얼마나 자라 있을까. ‘생각하는 다뽕이’ 의 다뽕이를 만나보았다.박하나ㆍ사진 김준영


자기소개 좀 부탁해요.
(고개 끄떡) 안녕하세요. 양화초등학교 1학년 황다연입니다.

정말 반가워요. 더 예뻐졌어요. 
요즘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어요?
학교 다녀요. 근데… (어색한 웃음) 흐흐… 재미없어요. 만날 공부만 해요. 유치원 때는 소꿉장난도 하고 의사놀이도 하고 그랬는데, 학교에선 그런 거 안 해요. (왜죠? 라는 눈빛 발사)


그럼 최근에 가장 즐거웠던 일은 뭐가 있나요?
(눈 반짝) 캠핑 갔던 거요. 두 번 갔어요. 재우랑, 재희랑(재우 동생), 민지 언니(태원 누나)랑, 태원이랑, 하은 언니랑 같이요. 잠은 안 잤어요. 엄마들끼리 학교 친구여서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았어요. 하은 언니는 저 잘 챙겨줘요. 시연 언니(다연의 친언니)는 저 괴롭히고 막 그러는데 하은 언니는 동생이 없어서 그런지 저 예뻐해 줘서 좋아요.



하하하, 언니랑 자주 싸우나 봐요? 
음, 가족 얘기 좀 해줄래요?
엄마, 아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언니하고 같이 살아요. 
할머니가 만들어준 김치가 제일 좋아요. 그리고 언니는 저 만날 놀리고, 삼촌은 이상한 표정 짓고 이상한 소리 내면서 웃겨요(사진 찍는 삼촌 한 번 스윽 쳐다보고).


가족들을 좋아하는 순서대로 
이야기 해 본다면?
1번은 엄마하고 아빠. 그다음은 할아버지, 할머니. 세 번째가 삼촌하고 언니.


다뽕이는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경찰관이요. 경찰관 될 거예요. 나쁜 사람이랑 도둑 잡을 거예요. 저 태권도 배워요. 빨간 띠에요. 빨간 띠.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김치 말고 좋아하는 게 있다면?
<짱구는 못 말려>요. 짱구가 귀여워요. 근데 짱구는 운이 좀 좋은 것 같아요. 옆에 착한 친구들도 있고, 무슨 일 생기면 다 해결 돼요. (뭔가 심오한데?)

문화매거진 <오늘>이라는 잡지에 실렸었는데, 기분이 어땠어요?
(부끄러운 듯 어색한 웃음) 흐흥…잘 모르겠어요. 쫌 신기했어요.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다뽕이’를 좋아해주셨어요. 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맙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 몸을 들고 뛰어 노는 게 더욱 즐거운 여덟 살 다뽕이. 비록 지금은 별 생각 없을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 <오늘>과 함께 나눈 소중한 인연이 훗날 그녀에게 멋진 기억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앞으로 다뽕이만의 멋진‘ 오늘’로 삶을 채워가길.


소설가 김연수                                                                                          

김연수의 책을 처음 안 건, 열아홉 살 겨울. 애매한 관계에 있던 한 남자에게서 수능 끝난 일로 밥 한 끼 먹으며 건네 받은 일이 시작이었어요. 이제 그 남자는 제 인생과 관계없는 사람이지만, 매번 나오는 김연수의 책은 그 이후로 제 책장에 하나둘 꽂히고 있어요. 그런데 수 년이 지난 현재, 문화매거진 <오늘>의 객원기자로 이전의 기록을 들춰보다가 반가운 그 얼굴을 보았어요. 2010년 3-4월 호 ‘사람과 사람’에서 만난 이가 바로 소설가 김연수였더라고요!
‘세상에! 이 사람 기독교인이었어?’ 생각하는 순간 “지금은 미사에 가지 않는 ‘냉담한 신자’”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허허. 차근차근 기사를 읽어보니 그는 ‘슬픔’이라는 것이 나쁜 감정이 아니며 그 정서를 누군가와 함께 느낀다는 것을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 소설을 쓰면서 사람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두게 되었고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알았어요. 또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 많이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도요.
기사를 모두 읽고 나니 그는 비기독교인이지만 어쩌면 그 누구보다 기독교인의 삶의 본질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듯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기독인의 문화를 다루는 문화매거진 <오늘>을 만드는 사람들이 품고 있고 가져야 할 기본 태도일지도 모를 일이고요. ‘사람과 시대에 관심을 품고 우는 누군가를 외롭게 두지 않는 것’ 말입니다. 글 박하나


만화가 그리고 암 환자 조수진 씨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문장은 사람으로 변하여 매 호마다 매 번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마주 앉았다. <오늘>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난 수 많은 인터뷰이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치고 지나간다.
그 중 2009년 9-10월 호 특집에서 만난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씨도 생각난다. 그 누가 서울시의 시장으로 당선될 줄 알았을까. 2011년 7-8월 호 ‘아름다운 당신의 오늘’로 만난 세계 1위 스포츠 클라이머 김자인 씨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 <오늘>이 만난 사람 중 인지도 면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2011년 1-2월 호의 <오방떡소녀의 행복한 날들>의 저자인 만화가 조수진 씨다. 당시 이호은 기자가 어렵게 섭외하여 먼 길을 다녀와 취재한 그녀는 암이라는 병을 불현듯 얻어 삶을 살아가는 30대 초반 여성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해주었다. 더더욱 그녀의 인터뷰 기사가 기억에 남는 것은 그해 3월 5일, 32의 나이로 별세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 우리 <오늘>과 인터뷰는 그녀가 살아서 한 마지막 인터뷰였다. 뜻하지도 않게 그녀의 마지막 인터뷰 기사 때문에 <오늘> 블로그의 방문자 수는 치솟았다.


삶이란 것이 대단해 보여도 가히 우리의 인생은 오늘 하루의 삶을 담박하게 살아내는 것일 거다. 거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수많은 꿈을 녹여 내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그 너머의 일을 향한 괜한 욕심으로 우리는 속상해 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꿈꾸기도 한다. 내일이 마치 당연히 주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 불현듯 여기서 삶은 끝이 나겠지. 글 김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