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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문화동네 사람들

가수 션 ㅣ 사람을 향합니다

 

태원석 기자


 

작년 가을 결혼시즌을 맞아 ‘가장 닮고 싶은 결혼모델’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1위에 뽑힌 가수 ‘지누션’의 션(본명 노승환)과 텔런트 정혜영 부부. 연애에서부터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그들 부부가 이뤄가는 한결같은 사랑과 이웃을 향한 선행의 삶은 감사할 게 유난히 많은 이 초록의 계절과 참 잘 어울린다. 하나님의 형상을 삶의 구석구석에 담고 싶었을 뿐인데, 그래서 작지만 나누고 주었을 뿐인데…. 이들 부부는 이미 ‘행복’이라는 거대한 선물을 받았다고. ‘사랑은 참으로 버리는 것’이라 흥얼거렸던 찬양 가사가 삶으로 녹아든 순간이다. 


이웃을 향한 다리가 되어

션과 정혜영 부부의 선행 릴레이는 결혼기념일부터 시작됐다. 2004년 결혼한 뒤 하루 만원씩 모아 결혼기념일마다 365만 원을 ‘ 밥퍼나눔운동 ’에 기부를 한 것. 또, 올 초에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의료 활동을 펼치는 ‘천사병원’에 1004만 원을 선뜻 내놓아 평생 천사회원이 되는가 하면, 딸 하음이의 돌잔치를 대신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에 2천만 원을 전하며 이웃사랑을 삶으로 보이고 있다. ‘선행 부부’라는 칭찬에 그들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연예인이라 많이 드러나서 그렇지, 주위 분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저희는 그런 분들의 작은 부분밖에 못하는 걸요.” 예수께서 넉넉한 가운데 헌금을 한 부자보다 작지만 전부를 드린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을 귀하게 보신 것처럼 어려운 중에 모든 것을 드리는 우리네 선한 이웃들을 그들도 만났기 때문이다.

“선행을 많이 한다는 말은 정말 창피해요. 연예인이라 작은 일 하나를 해도 드러나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려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일이 아닐까 해요. 우리가 직접 선행을 한다기보다는, 우리를 통해 더 많은 선행이 이루어지는 다리가 되는 것 말이죠.”

그 너머를 보게 하는 창문처럼, 자신들의 유명세가 어려운 이웃들을 보게 하고 작은 도움을 이어주는 끈이 되기를 희망한다. “얼마 전에도 감동적인 편지를 하나 받았어요. 자신의 초등학생 딸이 저희를 보고 자기 생일잔치에 쓸 돈을 작지만 이웃을 위해 쓰기로 했다는 거예요. 이런 게 저희에게 맡겨진 역할인 것 같아요.”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통해 좋은 도전과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외려 기쁠 뿐이다.



그림자처럼 늘 함께

‘지누션’은 국내에 생소했던 힙합 음악을 이 땅에 처음 소개한 개척자다. 그런데 힙합의 맏형인 션이 가수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뜻밖에도 불량스럽게(?) 시작되었다.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거나,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제가 인생에서 가장 잘못한 부분인데, 하나님께서는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인도하셔서 결국 가수가 되게 하셨어요. 16살 때 집을 나와서, 다시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모태신앙으로 자란 그였지만, 깊은 방황이 있었던 것. 그러나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그 분은 그를 불러 다시 삶을 노래하게 하셨다. “보통, 좋은 일 있을 때에만 하나님의 동행을 고백하고, 힘겨운 일이 있을 때에는 나를 버려두시나 보다 생각할 때가 많잖아요. 그러나 이제 저는 가장 어려울 때, 힘들 때 선을 이루신 하나님을 고백합니다.”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깊고, 가장 약할 때 강하게 하시는 그 분이기에.

가 전도했던 아내 정혜영과 만난 지 2천 일이 되는 날,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 5가지씩을 서로에게 말하게 되었다. “혜영이가 마지막에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행복한 이유는 나를 통해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하나님께서 ‘맞다! 하나님을 아는 자체로도 큰 행복이다’는 깨달음을 저에게 주셨어요. 하나님 믿으면서 많이 구하잖아요. 물질에다 건강에다 뭐에다. 정작 힘들 때에도 그림자처럼 늘 함께하시던 하나님 때문에 행복했던 건데, 우리가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서로 대화를 하며 은혜를 받는 부부, 깨달음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다.


하음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

인터뷰 내내, 안고 있던 딸을 한 번도 내려놓지 않던 션, 딸에 대한 사랑과 마음을 살짝 내비친다. “하음이를 낳기 전에는 아내를 통해 그 분의 음성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하음이를 통해서 하나님의 마음을 많이 알게 해 주세요. 보시다시피, 이 녀석이 저를 많이 닮았잖아요. 하음이를 보면서 저를 보듯, 주위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하나님의 형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을 많이 닮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하는 딸, 그래서 이름이 하음(하나님의 마음)인가 보다.

“하음이가 공부를 잘 하면 좋겠지만 못해도 상관없어요. 그것보다 뭐가 더 중요한지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을 가장 먼저 사랑하고 동시에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지, 하음이를 통해 아름다운 일들이 많아질 거라 생각해요.” 션 부부는 하음이가 뱃속에 있을 때 처음 시작한 컴패션(국제 어린이 구호단체) 활동에 꼭 하음이와 함께 하려 노력한다. 하음이의 이웃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컴패션의 일대일 결연과 기도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이들의 삶 자체를 바꾸는 사역이에요. 살아가면서 내가 누군가를 살리는 일을 한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죠. 근데 그 일이 이제 오히려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 같아요.” 생명을 귀히 여기고, 품어 안을 줄 아는 이들 부부. 얼마 전 새 생명, 둘째를 선물 받았다는 행복한 소식이 전해져 온다.


사람과 사람 사이, 그 분의 마음이 있다.

마음과 마음 사이, 그 분의 사랑이 있다.

그래서 더욱 사람을 향해 서 있는 그는 오늘도 말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