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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했던 삶을 감싸 안으며 ㅣ 랑랑(Lang Lang)

 

랑랑(LangLang)

마이클 프렌치 지음|도서출판 다른


어김없이 다시 또 한 해가 지나간다. 잰걸음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걸어온 듯한데 올 연말정산의 시간에는 주머니도, 마음도 텅 비어 있다. 내가 늙었기 때문인지, 흉흉한 시절 탓인지 알 수 없다. 매일 거울을 보며 내가 속상해 하는 그 무엇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덤덤한 얼굴에서도 발견하곤 한다. 꿈이나 희망 같은 긍정의 단어들이 어울리지 않는 얼굴들. 이럴 때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꿈과 희망 하나로 인생에 승부수를 던져 값진 성취를 이뤄낸 누군가의 미담은 쓸쓸하고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훌륭한 개막식이라는 호평을 받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순수하고 앳된 얼굴이 짐짓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던 피아니스트를 기억하는가. 열정적인 연주로 전 세계인들의 숨을 죽이게 만들었던 그는 뉴욕타임스가 언급한 ‘가장 주목할 만한 클래식 스타’ 랑랑이다. 현재 전 세계를 돌며 유명 오케스트라, 음악계 거장들과 1년에 130회의 연주를 소화하고 있는 그의 선율은 청중들의 넋을 빼앗는다고…. 랑랑의 어린 시절과 국제무대에서 성공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가식 없이 담고 있는 이 책은 어느 신동의 회고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릴 적 겪은 경제적 어려움, 빠른 성공이 부른 주변의 시기와 질투, 그 모두를 극복하기 위해 어린 음악가가 치러야 했던 자기희생과 뼈를 깎는 노력들…. 랑랑의 열정과 땀은 그야말로 한편의 감동 드라마다.

“20여분의 연주를 위해 나는 8년간을 연습했다. 나는 1년에 2천 시간 이상을 연주해야 했고, 내 짧은 생애를 통해 거의 2만 시간 이상을 연주해야 했다. 열한 살이 될 때까지 그렇게 오랫동안 끈기 있게 연습을 한 전문가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유독 시린 이 겨울, 랑랑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들이 기꺼이 희생하고 노력했던 어떤 한 때를 추억하고 감싸 안아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 추억 속에서 잊고 있었던 꿈과 희망을 찾아내,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