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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또다른 이름, 용기ㅣ북극의 연인들

북극의 연인들
Los Amantes Del Circulo Polar(1998)
감독_훌리오 메뎀
출연_나즈와 님리, 펠레 마르티네즈, 페루 메뎀, 사라 발리엔테

고전적 멜로드라마는 -그 역시도 필연적으로- 처음부터 두 남녀 간의 사랑이 숙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둘의 만남은 태초부터 정해져 있었기에 눈빛만으로도 서로가 ‘운명’임을 짐작하고 첫 마디에 사랑에 빠진다. 그들을 둘러싼 비극적 환경은 단순한 연애의 감정을 숭고한 사랑으로 미화시키며, 현실에서는 꿈꾸기도 어려운 기막힌 우연이 끊임없이 두 남녀를 이어준다. 스크린 속 연인들에게는 우연이 곧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뻔한 스토리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탕되는 것은 여전히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때문이다. 과연 멜로드라마의 숙명이라고 할 만하다.
<북극의 연인들>의 오토와 아나는 이러한 장르적 관습을 철저히 따라간다. 첫눈에 반했지만 편모와 편부가 결혼하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남매가 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두 사람은 자칫 진부한 B급 멜로물의 주인공들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그들은 놀랍게도 자신들의 행위가 만들어낸 '우연'을 인식하고, 모험을 감행하는 특별한 연인들이다.
8살의 오토는 수십 개의 비행기를 접어 날리면서 아나와 필연적인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되고, 사랑을 확인한 후에는 어머니를 떠나 무작정 아나가 살고 있는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간다. 아나는 그런 오토의 용기를 샘솟게 하는 추동력이며 바닥난 우연을 극복하기 위해 먼저 북극으로 떠나는 저돌적 여성이다. 그들에게 ‘우연’은 용기와 노력의 산물일 뿐, 몽상가들의 허풍이 아니다. 비록 그 모든 것이 극의 순환 구조에 갇혀 이미 정해져있던 비극으로 치닫는다 해도 그것은 의지 없이 부유하는 캐릭터들의 힘없는 종말과는 다르다. 잠시나마 두 사람의 행복한 재회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의 삽입은 그들의 ‘우연 보다 질긴 용기’에 대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진지한 장면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훌리오 메뎀 감독은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감독과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아나와 오토의 이름처럼 처음과 끝이 같은 회문 구조를 비선형 편집과 ‘북극’이라는 공간적 은유를 통해 영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윤성은|서울기독교영화제 프로그래머. 한양대학교 영화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동아방송예술대 등에서 강의 중이다.

<신작 DVD>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The Chronicles of Narnia : Prince Caspian)

감독_앤드류 아담슨 | 출연_벤 반스, 조지 헨리, 스캔다 킨즈, 윌리엄 모슬리

C.S. 루이스의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나니아 연대기'의 두 번째 이야기. 캐스피언 왕자는 텔마린족의 왕위 계승자이지만 부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삼촌 미라즈 때문에 나니아인들이 숨어 사는 숲에 피신해 있다. 페벤시 남매들은 캐스피언 왕자를 도와 미라즈의 군대와 전쟁을 벌인다.

티켓 (Tickets)

감독_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에르마노 올미 | 출연_발레리아 브루니 떼데시, 블레타 카하니, 마틴 콤스톤, 사니제 데자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 명의 감독들이 뭉쳤다. 기존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와 달리 세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로마로 가는 기차의 1등석, 2등석, 3등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거장들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선사한다.

맘마미아 (Mamma Mia!)

감독_필리다 로이드 | 출연_메릴 스트립, 콜린 퍼스, 피어스 브로스넌, 아만다 세이프리드

뮤지컬로 잘 알려진 '맘마미아'의 영화판. 지중해의 작은 섬에서 엄마와 함께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스무살 내기 소피가 자신의 결혼식에 아빠로 추정되는 세 명의 남자를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그렸다. 그리스 섬의 아름다운 풍경, 아바의 명곡이 빛나는 신나는 뮤지컬 영화.

쿵푸팬더 (Kung Fu Panda)

감독_마크 오스본, 존 스티븐슨 | 목소리 출연_잭 블랙, 더스틴 호프만, 성룡, 안젤리나 졸리

드림웍스의 포복절도할 애니메이션. 국수배달원 '포'는 쿵푸 비법이 적힌 용문서의 전수자를 정하는 대결장에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용문서 전수자의 장본인이 된다. 이 때부터 초고도비만 팬더 '포'와 시푸 사부의 혹독한 훈련이 시작되는데… 과연 '포'는 쿵푸마스터로 거듭날 수 있을까?

로맨스 (Romance of Astrea and Celadon)

감독_에릭 로메르 | 출연_앤디 기레, 스테파니 드 크레이엥쿠르, 세실 카셀

철학적인 탐미주의자,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가 만든 지고지순한 멜로물. 목동 셀라동은 축제날 연인 아스트레의 오해를 사게 되자 절망하여 격류에 몸을 던진다. 그러나 요정들이 셀라동의 목숨을 구해주고, 셀라동은 여장을 한 채, 사랑하는 아스트레에게 다시 접근한다.

천국의 가장자리 (The Edge Of Heaven)

감독_파티 아킨 | 출연_바키 다브렉, 한나 쉬굴라, 파트리시아 지올코스카, 너셀 코에세

<미치고 싶을 때>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했던 파티 아킨 감독의 신작. 네자트는 아버지가 사고로 죽인 예테르의 딸을 찾으러 이스탄불로 간다. 그러나 예테르의 딸 아이텐은 정치운동을 하다가 독일로 피신 와 있는 상태이다.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가슴을 울리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