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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와 착한 초콜릿


올해도 연인들은 사랑의 고백을 의미하는 달콤한 초콜릿을 선물하는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비단 연인이 아니더라도 발렌타인데이에는 친한 친구끼리, 동료들끼리, 가족까리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이 하나의 명절(?)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도 사실이다.

사랑의 정신을 기리는 발렌타인데이
이처럼 우리 생활 속에 친숙한 문화가 되어버린 발렌타인데이의 유래에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유래는 클라우스시대에 순교한 발렌타인 사제를 추모하기 위해 제정되었다는 설이다. 이 설에 의하면 로마의 클라우디우스 황제 시절 교회의 사제였던 발렌타인이 군의 전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명한 결혼 금지법을 어기고 젊은이들을 몰래 결혼시켰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하게 되었고 이 때 순교당한 발렌타인 사제를 기념하기 위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생겨난 발렌타인데이는 기독교가 점점 더 확장되면서 점차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고, 더불어 초콜릿이 일종의 사랑의 묘약으로 알려지면서 사랑의 사도인 발렌타인을 기념하는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는 날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도 우리는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에게 발렌타인데이 때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이다.

초콜릿, 아이들의 눈물을 머금고 있다.
우리가 먹는 초콜릿은 실제로는 코코아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코코아를 생산하는 코코아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노동인권기구들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의 초콜릿 생산에 들어가는 코코아의 반 정도를 생산하는 코트디브아르에서는 약 20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코코아 플렌테이션 농장에서 변변한 보호 장구도 없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10대들은 거반이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노예처럼 일하고 있으며, 단지 작업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매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하지만 저가의 코코아 생산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내는 미국과 영국의 거대 초콜릿 회사들은 이러한 아동 노동 착취 사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지 않다. 급기야 2005년도에는 국제 노동권 기금은 네슬레, 에이디엠, 카길과 같은 초콜릿 회사들이 어린이 밀거래, 고문, 강제노동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혐의로 미국에 소송을 제기까지 할 정도였다. 본래 사랑을 전하는 초콜릿이 정작 사랑과는 도리어 반대 되는 아이들의 한숨과 눈물로 만들어진 초콜릿이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 따름이다.

착한 초콜릿, 그 의미를 아는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들어 공정무역 초콜릿, 이른바 ‘착한 초콜릿’을 구매하자는 의미 있는 소비운동이 작지만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착한 초콜릿’ 소비운동이다.
착한 초콜릿이란 공정무역(fair trade) 초콜릿과 동의어로서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된 초콜릿을 의미한다. 공정무역이란 대화와 투명성, 상호존중에 입각한 국제 무역협력을 말하는데 특히 제 3세계의 소외된 생산자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생산자에 대한
공정한 가격 지불, 노동환경의 보장, 생산자의 자립 지향, 환경보호의 원칙 등을 지키는데, 특별히 주목할 점은 아동노동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아동들의 인권과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원칙들을 잘 지킨 제품에는 공정무역인증마크가 부착되게 되는데, 만약 어떤 초콜릿이 공정무역마크를 부착한 초콜릿이라면 적어도 그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의 생산과정에 아동이 불법적으로 동원되거나 노동력 착취가 자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도리어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고 뛰어놀 수 여건을 마련하는데 이 초콜릿의 생산이 기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그런 공정무역 초콜릿을 구매함으로써 코코아 생산에 동원되는 제 3세계 어린이들의 불법노동을 근절하고, 아이들이 잃어버렸던 그 해맑은 웃음을 되찾아 주겠다는 것이 바로 이 착한 초콜릿 소비 운동의 취지이다.
한국에서의 착한 초콜릿 소비 운동은 작년 발렌타인데이를 기점으로 조금씩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무역 자체에 대한 인식이 미비한지라, 착한초콜릿 소비운동 역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아름다운 운동들이 점차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발렌타인데이는 착한 초콜릿으로
올해도 많은 이들이 2월 14일을 기다리며 정성껏 초콜릿을 준비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나눌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때라도, 착한초콜릿을 아는 이들이 연인에게 형제‧ 자매들에게 또 이웃들에게 이 착한 초콜릿을 알리고, 서로서로 나눌 수 있다면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교회공동체가 이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착한 초콜릿을 나누는 소비 운동을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들의 발렌타인데이의 풍경은 상업주의에 물들었던 지난날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참으로 성숙하고 따스한 사랑의 시간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본연 사랑의 정신으로 탄생한 발렌타인데이의 정신을 아름다운 소비를 통해 다시 새겨보는 것이며, 또한 지극히 작은 어린이에게 한 것이 주님께 한 것이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손길임을 우리의 작지만 아름다운 수고를 통하여 다시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올해는 착한 초콜릿으로 발렌타인데이를 지내보자.

백광훈|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