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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수환 추기경 신드롬을 보며

 

 
‘꿈같은 5일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과정에 참여했던 한 사제의 말이 목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른바 ‘김수환 신드롬’이라고까지 부르는 기이한 현상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인 것 같다. 5일 동안 40 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시간 기다리며 고인이 된 김 추기경에게 마음을 다해 조문했다. 언론은 매일 이 과정을 자세히 보도했고, 장례식은 생중계 되기까지 하였다. 전국민적 관심으로 승화된 김 추기경의 마지막 길은 세기적 사건이 되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대중의 갈망을 보다

무엇보다 이 현상은 우리들이 얼마나 참된 리더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여실이 보여주었다. 김수환 추기경,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어떤 것일까. 민족이 독재의 폭압 앞에 신음할 때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의 보여준 오롯한 용기, 그러면서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 대한 한결같은 애정과 돌봄, 청빈했던 삶의 자취 등 그는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한국의 민중들에게 참된 지도자의 모습으로 각인되었던 성직자였고 또 어른이었다. 그러기에 그의 부재 앞에서 신앙의 여부를 떠나 애도와 존경의 예를 갖추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동행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더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 팽배한 지도층에 대한 깊은 불신과 절망감, 그리하여 그들의 리더십에 흔쾌히 고개 숙일 수 없다는 집단의 저항의식도 역으로 김수환 신드롬으로 이어졌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자화상은?
특별히‘ 김수환 현상’은 개신교 공동체에도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체로 그것은 부러움이 섞인 자성의 목소
리였다.‘ 과연 지금 우리 개신교의 위상은 어떠한가?’,‘ 우리는 지금 김수환 추기경처럼 전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은 곧장 반성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물론 가톨릭의 지도자가 지닌 리더십의 특수성을 전혀 배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보다 본질적 차원에서 우리의 교회가, 지금 이 사회의 아픔과 질고를 진실로 함께 나누며 소외된 자들의 피난처로 자임할 수 있는지 또한 소통과 변혁의 주체적 세력
이 되고 있는지 묻게 될 때, 우리는 도리어 대중들의 냉담한 반응에 당혹해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수환 현상’은 이 시대가 교회에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게 하는 귀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교회가 정의와 진실을 외치는 예언자의 고향이 되어주고, 나눔과 돌봄을 길러내는 생명의 터전이 되며, 참된 인간성의 회복을 가능케 하는 모든 이들의 희망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기본에 다시 돌아갈 때 우리는 다시 교회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백광훈|딸을 위해 심은 홍매(紅梅)의 봄소식 기다리며 오늘도 희망으로 살고 싶은 목사. 우리 모두의 소통과 변혁을 꿈꾸며 문화선교연구원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