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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문화선교연구원

기독교환경연대 ㅣ 숨을 쉰다면, 이 땅을 사랑하라

이은정 기자|aji81@dreamwiz.com


 

사랑의 평균지속기간 18개월, 종이컵 분해시간 20년, 한 직장 평균 근속 연수 11년, 비닐봉지 분해시간 50년, 한국인 평균수명 77세, 스티로폼 분해시간 500년. 인생은 짧고 일회용품은 길다.


잘 만들어진 공익광고 한 편이 ‘불편하게’ 떠오른다. 오늘도 나는 마감을 끝내며 자장면을 시켜 먹었고, 나무 젓가락을 사용했으며, 종이컵으로 물을 마셨고, 일회용품 그릇에 탕수육을 덜어 먹었다. 어제 교회에서 먹었던 도시락 세트는 모조리 일회용품이었다. 이런.

알고는 있어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환경 문제다. 하나님 나라를 노래하면서도 몸살을 앓고 있는 생태계 치유에 실질적인 참여를 보이지 못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다같이 사는 길’을 만들고, 보여주고, 함께 가자 손짓을 건내는 곳. 다섯 명 남짓의 식구들이 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지만, 활짝 웃으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찾았다. 


불편하기로 결정하기
이 시대의 환경문제는 죽고 사는 문제, 즉 우리의 ‘삶’의 문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환경운동이 성서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연구하고 교회가 이를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에 응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1982년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단체였던 ‘한국공해문제연구소’로 시작하여 벌써 20여 년이 넘었다. 급속한 산업화 사회가 낳은 환경공해라는 무서운 복병을 인식시키고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왔다. 기독교 내부적으로는 6월 첫째주일을 환경주일로 정해 지켜오기 시작하였다. 1994년 ‘한국교회환경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바꾼 후 1997년 더 적극적인 운동을 꾀하며 ‘기독교환경운동연대’로 보다 새롭게 태어나 그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 땅에 이루어 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 분의 가르침과 말씀을 담은 정신사상운동과 그 가르침으로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사회변혁운동이 큰 흐름일게다. 그러나 이제는 소위 ‘의식화’ 만으로는 어려운 시대에 와 있다. 진정한 사회 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신사상운동과 사회변혁운동 그 사이에 ‘생활실천운동’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들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명밥상 빈그릇 운동, 요일별환경운동, 기독인십계명 등을 펼치고 있다.

특별히 교회가 생명과 환경문제에 이토록 무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불편’하기 때문이다. 알게 된 만큼, 행해야 하고, 행한 만큼 불편해지진다. 자동차 사용도 자제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여야 하고, 세제도 덜 써야 한다. 그러나 ‘불편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이 땅의 생명을 지키고 환경을 보존하는, 지금 시작해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의 의식일게다. ‘실천’의 의지는 이러한 마음 바탕 위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환경부'가 있는 교회

교회에 환경부가 생기면 어떠할까. 정부에나 있을 법한 ‘환경부’는 교회와는 생뚱맞은 조화를 이루는 듯 보인다. 그러나 생명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교회야말로 ‘환경부’라는 구조적인 체계와 방법을 통해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음악부, 교육부, 선교부, 봉사부 등은 있지만 환경부는 존재하지 않는 교회. 이는 우리 시대 교회의 씁쓸한 자화상 아닐까.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교회의 ‘환경선교’를 돕고자 한다. 요청이 올 때 찾아가서 강연을 하기도 하고, 환경선교를 중심 모토로 이뤄가는 교회를 선정해서 녹색교회 지정교회로 명패를 달아주는 일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일산 백석교회, 나주 내동교회, 봉화 석포교회 등 세 곳이 녹색교회가 되었다.

그러나 활발한 사역을 펼치려고 해도 ‘사람’이 없다는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사람을 키우지 않은 탓이다. 이에 해마다 두 차례씩 환경대학을 개설해 졸업생을 배출하는 사역도 감당하고 있다. 여기서 졸업한 사람들이 각 교회로 돌아가 환경부를 만들고 녹색교회로 발돋움 하기 위한 변화를 이끌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밖에 여름이 되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생태 캠프와 생태기행, 청년환경아카데미도 운영되며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하는 지렁이와 하천 생태계를 살리는 EM효소를 보급하는 일도 한다.


밥은 하나님의 몸

요즘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먹음으로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생명밥상 빈그릇 운동’을 펼치고 있다. 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가를 늘려 그 땅과 생명체를 살리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해내고자 하는 염원. 느리더라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옛날 베네딕트 수도원에서는 음식을 남기는 것, 그리고 탐욕으로 먹는 것을 하나님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여겼다고 한다. 딱딱한 빵조각, 절인 과일 한 쪽 정도로 단순소박한 밥상을 꾸렸다. 오로지 먹을 만큼만 덜고 남김없이 먹는 ‘빈그릇 운동’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음식물 찌꺼기는 엄청나게 줄어든다. 실제로 ‘생명밥상 빈그릇 운동’을 배우고 간 교회들에서는 음식물 찌꺼기가 거의 십분의 일정도로 줄었다. 교회식당에서부터, 그리스도인의 각 가정에서부터 시작하고 이어가야 할 운동이다.

예수님은 떡을 떼시며 너희를 위한 나의 몸이라고 하셨다. 이는 상징인 동시에 실제적인 말씀이다. 따라서 모든 밥상은 하나님의 살과 피로 만들어진 생명밥상이며 우주가 만들어낸 하나님의 선물이며 몸인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아무 감격과 감사함없이 밥을 그야말로 ‘처’ 먹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먹는 이야기를 해서인지 슬슬 배가 고파졌을 때 즈음 부엌에서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 직원들끼리 돌아가며 식사를 마련한다는 이곳 식구들이 준비한 오늘 메뉴는 된장국이란다. 직접 먹을 만큼 만들고 상을 차리는 이들은 오늘도 그렇게 부지런하게 생명 살리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었다.

우리도 밥을 먹자. 감사하며 밥을 꼭꼭 씹어 내 피와 살이 되어 새로운 생명숨을 쉬도록.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용산구 청파동 2가 35-6 덕수빌딩 B1  02)711-8905

www.greenchrist.org